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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진로를 묻다] 나를 이렇게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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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18 04:02 조회 9,7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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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 문청소년교육상담연구소장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로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첫 회기에 내가 즐겨 하는 것 중 하나가 ‘별명 짓기’이다. 다음은 자신의 별칭에 대해 청소년들이 적은 글에 대해 내 마음을 전해 준 이야기들이다.

질문 : 자신의 별명을 정해서 쓰고, 별명을 정한 이유, 별명에 대한 자신의 느낌, 그리고 별명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면 그 내용을 쓰세요.

안뺀질
내 별명은 안뺀질이다. 오해는 하지 마세용. 내 성이 그래서 그런 것이니깐요. 그러니까 나는 뺀질이가 아닌 게 아니라 뺀질이라는 이야기랍니당. 나는 항상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대충대충 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별로 좋은 뜻은 아니지만 나는 내 별명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실제로 내 성격이 그렇다는 것을 내가 알거든요. 또 사실 나에게 대놓고 이 별명을 부르는 애들은 많지 않아요. 나랑 진짜 친한 아이들만 부르니까 기분은 그럭저럭 괜찮답니다. 이 별명은 초등학교 때 친구가 붙여준 건데요. 그 아이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그렇게 불렀는데 어느 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생기니까 미치도록 힘을 쏟아 붓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어요. 이러한 제 성향을 초등학교 때 선생님도 발견하시고 심지어 6학년 2학기때에는 성적표에까지 써 놓으신 것을 보면 참 재미있기도 합니다.




도라에몽
내 별명은 도라에몽이다. 도라에몽을 별명으로 정한 이유는 도라에몽이 좋아서 그렇다. 도라에몽이 왜 좋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셔? 멋지잖아. 배에서 신기한 물건이 막 나오잖아. 우왕~ 엣지 있다. ♡ㅋ 도라에몽이 부럽다. 나도 배주머니가 있고 싶다. 그리고 에몽이가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너네는 모를 꺼다. 너무 귀엽고 웃기다. 도라에몽을 생각하면 노진구가 생각난다. 진짜 찌질한 놈…. 도라에몽을 친구로 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




팔랑귀

1. 팔랑귀

2. 언제나 마음을 잡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니까……. 성격이 소심한 부분 때문에 내가 정한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3. 맞는 말인 것 같다. 언제나 선택의 상황이 오면 계속 흔들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맞춰 행동하는 것 같다



마스크

1. 전학 와서 6학년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굴고 나답게 행동을 하지 않아서

2. 그렇게 좋은 별명은 아닌 것 같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내가 인정해야 할 부분!

3. 예전에 책에서 본 등장인물이 떠오른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투명인간. 그 사람이랑 나랑 상황이 같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그리고 긍정 심리학

긍정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기존의 심리학에 대해서 ‘Good’, ‘Not good’, ‘Not good enough’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기존 심리학의 업적은 훌륭했으나 정신장애에 집중한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으므로, 앞으로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다르게 표현하면, 그동안에는 상담을 하면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치료가 되었으나 다시 우울하고 불안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강점을 발견해서 그것들을 강화하는 쪽으로 심리학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긍정심리학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청소년들과 상담을 할 때 가능하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들의 우울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자신은 나에게 없다. 다만,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견하는 방법을 안내할 마음은 있다. 그래서 상담을 하는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 내면에 있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그들이 겪는 상황이 그들에게 가져다 줄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가능하면 현재를 아프지 않게 살길 바라고 아픈 현재도 사실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선물하는 축복임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상담을 한다.

‘별칭짓기’를 끝내고 나서 나는 학생들과 『소크라테스의 변명』(안광복 풀어씀, 사계절출판사)’을 함께 읽으면서 힘들었지만, 그리고 어쩌면 억울했을지도 모르지만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고 죽음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인 소크라테스의 삶과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비교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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