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세계지리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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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17 04:19 조회 17,195회 댓글 1건본문
김수진 지리교사. 현 북경한국국제학교 재직
도서관 협력수업은 이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졌던 가장 보람찬 경험 중 하나였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은 역시 그 열정만큼 실력도 뛰어나신 발령 동기 사서선생님 덕분이다. 2012년 1학기에 사서선생님께서 처음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에 관한 연수를 교내에서 진행하셨는데, 사실 당시의 바쁜 일정으로 심적인 여유가 없었고 정작 중요한 연수를 놓쳤던 관계로 아쉽게도 1학기에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생물과와 중국어과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2학기에는 꼭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당시 교육과정상 세계지리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집중이수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따라서 1학기에 세계지리를 듣는 학생들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그 순간 더 이상 시험 칠 내용이 없는 관계로 방학식까지 남는 기간에 학습 의욕이 매우 떨어졌었고, 수업시간을 세계지리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으로만 사용하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때마침 도서관에서 들려오는 프로젝트 협력수업의 성공 사례가 기말고사 이후에 이용할 수 있는 수업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2학기 세계지리 수업의 첫 시간에 세계지리 과목을 소개하면서 전체적인 학기 운영을 안내할 때, 학기말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에 관해서도 언급하였다. 물론 2012학년도 초에 발행한 학교교육계획서에 첨부한 평가 계획에는 수행평가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이 프로젝트 수업을 수행평가로 넣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학기말의 무기력하게 흐느적거리는 아이들을 팀 프로젝트로 유인할(?) 것인가. 물론 자발적으로 열심히 수업에 참가하고 활동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내가 아이들에게 제시한 것은 도서관 협력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만큼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별 세부능력사항’에 활동내역을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것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기말고사를 치기도 전에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어떤 주제를 정하면 좋을지를 묻는 등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협력수업 진행할 단원 선택
한편, 학기 초의 오리엔테이션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안내할 때, 이 수업을 실행하는 시기가 기말고사 이후라는 것과 함께 어느 단원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할 것인가를 학생들에게 알려줬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세계지리 단원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이와 같이 세계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공간, 지역, 장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주민 생활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세계지리라는 과목이라고 한다면, 사실 세계지리는 어느 단원이나 모두 효과적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2007년,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세계지리 과목은 7차 교육과정에서 지역지리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달리 주제 중심의 계통지리로 구성되어 바뀌었기 때문에, 단원을 하나 고르면 그 단원의 주요 주제에 맞는 다양한 사례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기 쉽다. 따라서 프로젝트형 수업에 익숙하고 관련 역량을 지닌 교사라면 아마 세계지리 전 단원을 주제탐구형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진행해도 매우 유의미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때까지 제대로 된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고,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EBS수능 인기강사를 롤모델로 하여 강의식 수업을 해왔던 관계로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Ⅲ 단원의 자연지리나 Ⅵ 단원의 경제지리처럼 교사의 설명으로 배울 때 학생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내용보다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프로젝트 수업의 내용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선택하게 된 단원은 교과 구성의 마지막에 있어서 학기말에 주로 진행하게 되는 Ⅵ 단원, ‘갈등과 공존의 세계’였다. 사실 학생들의 흥미만 고려한다면 단연코 세계 다양한 지역의 관광자원과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Ⅱ 단원을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 스스로 관광의 대상으로만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가지는 지나친 타자화, 오리엔탈리즘, 진정성의 문제점 등을 무시하기가 어려웠고, 세계지리를 배우는 이유가 오로지 세계의 재미나고 멋지고 좋은 것들만 다루는 것은 아니라 세계에 산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세계시민으로서 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기에 주저 없이 Ⅵ 단원을 골랐다. 물론 이 결정은 1학기 때 기말고사 이후 교사 혼자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슬프고 비극적인 분쟁들에 대해 계속 읊어야 하는 교실의 비극적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기 말에 배우게 되는 내용이라는 관계로 아이들에게 그 심각성이 알려지지 않고 스리슬쩍 넘어가게 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장 컸다. 실제로 글로벌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듯이 장래희망으로 제2의 한비야, 제2의 반기문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세계지리를 배우고 팔레스타인 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몰라서 되겠냐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협력수업 준비
그리하여 학생들에게는 일단 학기 초 수업시기와 수업내용을 고지하고, 이후 사서선생님과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학생들에게 제시해 줄 소주제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세계 다양한 지역의 민족, 영토, 종교 분쟁들을 선별하여 추렸다. 사실 알고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고르기는 했지만, 일단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기 용이하고 접근하기 쉬운 것도 고려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사례 지역은 다음과 같다.
이후, 이 주제들과 관련된 내용의 도서를 사서선생님께서 지역 도서관 및 서점을 이용하여 준비하셨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활용할 워크시트(첨부자료 1)도 함께 만들었다. 일단 내가 맡은 워크시트는 과제 진행의 큰 틀과 이에 따른 유의사항, 주제 선정과정에 필요한 브레인스토밍, 해당 지역의 위치에 대한 인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역할분담 및 평가표가 주요 내용이었고, 사서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 단계표와 자료를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도서 및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알려주는 워크시트를 제작하셨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게, 사실 애초에 4차시 정도로 생각했었던 수업이 학기 말 학교 자체 프로그램의 운영에 의해 3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으로는 다소 압축적인 수업 진행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3차시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동기 부여
프로젝트 수업의 특성상 교과 담당 교사의 역할은 주로 1차시에 집중되는데, 특히 학생들에게 이 수업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에 따라 내가 먼저 왜 ‘세계의 분쟁 지역’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적, 정의적 측면에서 동기 부여를 하고자 하였다. 동기 부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류 역사상 세계 어느 곳에도 전쟁이 없었던 날은 채 5일이 되지 않는다. 분쟁은 과연 ‘싫지만 피할 수 없는 일’ 혹은 ‘당연히 존재하는 일’인가? 이렇게 반인륜적인 고통을 꼭 겪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나? 왜 겪어야 하나? 평화를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인가?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알고 있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다르다. 언젠가 여러분이 여행을 가서 세계 각 지역의 친구들을 만났을 때 당장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묻는 그들에게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이스라엘 친구에게 그들의 적국 이란에 함께 여행가자는 제안을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우리나라 불교 세미나에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게 왜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아는가? 세계 시민으로서 꼭 알아야 할 상식은 알고, 인권과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자.”
당시 프레젠테이션의 전체 플롯과 논리가 지금 생각해도 많이 과장스럽고 강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안내 이후 학생들이 진지하게 과제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강압적인 호소(?)가 그렇게 꽝은 아니었던 듯싶다. 물론 대학에 가면 모든 과제가 팀 프로젝트형 이고 결과물은 발표와 보고서로 이루어진다는 협박이 더 통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세련되게 학생들의 동기를 이끌어내고 싶다.
차시별 활동 및 과제 준비 유의점 설명
어쨌든 동기 부여 이후에는 차시별 활동 설명 및 과제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의 유의점을 설명하고, 발표 내용에 꼭 들어가야 할 필수요소(국가 설명, 지역 위치, 분쟁의 원인, 현재 상황, 해결 방안 등)를 넣어 만든 시에라리온 내전의 예시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PPT 예시를 보여준 것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들로 하여금 발표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함이었으며, PPT가 아닌 Prezi, 연극, 노래, 동영상 등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된다고 안내하여 발표의 양식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다.
나의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사서선생님께서 선택한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서 검색은 어떻게 하고, 색인은 어떻게 이용하고, 출처는 어떻게 다는지 등에 관해 한눈에 쏙쏙 들어오는 아주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셨다. 프레젠테이션이 모두 끝난 후, 모둠별로 분쟁 지역을 정하게 했는데, 칠판에 각 모둠별 주제를 적어 다른 조가 선택한 지역이 보이도록 하여 한 반에서 중복되는 주제가 나오는 것을 피하였다. 한편으로는, 학생들
이 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각 모둠별 분위기나 해당 모둠이 관심 있는 이슈를 보고 주제를 추천해 주는 등 주제 선정을 도와주었다. 주제 선택이 끝난 모둠은 역할 분담 이후, 사서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북트럭에서 관련 도서를 이용 할 수 있게 안내하였고, 도서관에 구비된 컴퓨터에서 검색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때, 『르몽드 세계사』나 『세계분쟁지도』 같이 인기 있는 책은 다행히 사서선생님께서 미리 많이 준비해 놓으셔서 모둠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학생들이 아직 도서의 색인 찾는 법이 서툰 경우가 많아서 교사들이 모둠별로 돌아다니면서 다시 한 번씩 안내하였다.
이후 이어진 2차시 수업도 계속해서 학생들의 자료 조사와 발표 자료 및 보고서 작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조별 활동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는지 살피면서, 난관에 봉착한 조가 있으면 도움을 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모둠별 프레젠테이션
발표일인 3차시에는 수업 시작 전에 발표 시간 5분을 잘 지킬 것과 듣는 태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발표가 모두 끝나면 감동적이고 우수한 발표를 한 모둠에 별 스티커를 붙이는 투표를 할 것을 안내하였다.
아이들은 감격스럽게도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발표를 하였는데, 가령 카슈미르 지역의 분쟁을 다룬 조는 발표자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따라하여 스카프를 두르고 발표하기도 하였고, 구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다룬 모둠은 각국의 입장을 카카오톡 대화처럼 역할극으로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모두가 PPT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Prezi와 동영상을 만들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모둠도 있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뛰어난 발표를 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프로젝트형 수업을 많이 해보지 않은 탓에 기술적 부족함을 보인 모둠도 많았다. 제한 시간 5분을 훌쩍 초과한 발표, 전혀 정리되지 않은 채 자료만 많은 프레젠테이션, 발표자의 발표력 부족 등의 문제점들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던 관계로 사서선생님과 나는 다음에는 세련되고 정제된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도 안내가 필요하겠다고 결론지었다.
또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점은 ‘훌륭한 발표를 한 모둠에 별스티커 붙이기’로 시행한 학생들의 모둠 평가가 교사인 우리들의 평가와 다른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모둠 발표 평가 기준을 학생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던 점이 만든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 수업에는 꼭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3차시만 가지고는 학생들이 수업시간만을 이용하여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및 발표 준비를 모두 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집에서 자료를 제작해 오는 경우가 많았고, 만약 수행평가에 이 수업을 넣는다면 적어도 4차시~5차시 정도의 넉넉한 시수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이래저래 처음 시도하는 도서관 협력수업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어설픈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일단 한 학기 내내 수동적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하였고, 열심히 참가하였던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세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 것이 뿌듯하다. 교사 스스로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기분이 들고, 조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뜻 도서관 협력수업은 사회과 중에서도 일반사회나 도덕 같이 가치판단과 관련한 주제가 많은 과목에만 적합하리라 생각하시고 주저하시는 지리 선생님이 계시다면 강력히 추천 드린다. 지리야말로 프로젝트형 도서관 협력수업에 가장 적합한 과목 중 하나이니 꼭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참고 자료 1 학생용 워크시트
도서관 협력수업은 이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졌던 가장 보람찬 경험 중 하나였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은 역시 그 열정만큼 실력도 뛰어나신 발령 동기 사서선생님 덕분이다. 2012년 1학기에 사서선생님께서 처음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에 관한 연수를 교내에서 진행하셨는데, 사실 당시의 바쁜 일정으로 심적인 여유가 없었고 정작 중요한 연수를 놓쳤던 관계로 아쉽게도 1학기에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생물과와 중국어과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2학기에는 꼭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당시 교육과정상 세계지리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집중이수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따라서 1학기에 세계지리를 듣는 학생들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그 순간 더 이상 시험 칠 내용이 없는 관계로 방학식까지 남는 기간에 학습 의욕이 매우 떨어졌었고, 수업시간을 세계지리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으로만 사용하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때마침 도서관에서 들려오는 프로젝트 협력수업의 성공 사례가 기말고사 이후에 이용할 수 있는 수업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2학기 세계지리 수업의 첫 시간에 세계지리 과목을 소개하면서 전체적인 학기 운영을 안내할 때, 학기말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에 관해서도 언급하였다. 물론 2012학년도 초에 발행한 학교교육계획서에 첨부한 평가 계획에는 수행평가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이 프로젝트 수업을 수행평가로 넣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학기말의 무기력하게 흐느적거리는 아이들을 팀 프로젝트로 유인할(?) 것인가. 물론 자발적으로 열심히 수업에 참가하고 활동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내가 아이들에게 제시한 것은 도서관 협력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만큼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별 세부능력사항’에 활동내역을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것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기말고사를 치기도 전에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어떤 주제를 정하면 좋을지를 묻는 등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협력수업 진행할 단원 선택
한편, 학기 초의 오리엔테이션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안내할 때, 이 수업을 실행하는 시기가 기말고사 이후라는 것과 함께 어느 단원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할 것인가를 학생들에게 알려줬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세계지리 단원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이와 같이 세계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공간, 지역, 장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주민 생활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세계지리라는 과목이라고 한다면, 사실 세계지리는 어느 단원이나 모두 효과적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2007년,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세계지리 과목은 7차 교육과정에서 지역지리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달리 주제 중심의 계통지리로 구성되어 바뀌었기 때문에, 단원을 하나 고르면 그 단원의 주요 주제에 맞는 다양한 사례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기 쉽다. 따라서 프로젝트형 수업에 익숙하고 관련 역량을 지닌 교사라면 아마 세계지리 전 단원을 주제탐구형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진행해도 매우 유의미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때까지 제대로 된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고,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EBS수능 인기강사를 롤모델로 하여 강의식 수업을 해왔던 관계로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Ⅲ 단원의 자연지리나 Ⅵ 단원의 경제지리처럼 교사의 설명으로 배울 때 학생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내용보다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프로젝트 수업의 내용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선택하게 된 단원은 교과 구성의 마지막에 있어서 학기말에 주로 진행하게 되는 Ⅵ 단원, ‘갈등과 공존의 세계’였다. 사실 학생들의 흥미만 고려한다면 단연코 세계 다양한 지역의 관광자원과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Ⅱ 단원을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 스스로 관광의 대상으로만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가지는 지나친 타자화, 오리엔탈리즘, 진정성의 문제점 등을 무시하기가 어려웠고, 세계지리를 배우는 이유가 오로지 세계의 재미나고 멋지고 좋은 것들만 다루는 것은 아니라 세계에 산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세계시민으로서 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기에 주저 없이 Ⅵ 단원을 골랐다. 물론 이 결정은 1학기 때 기말고사 이후 교사 혼자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슬프고 비극적인 분쟁들에 대해 계속 읊어야 하는 교실의 비극적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기 말에 배우게 되는 내용이라는 관계로 아이들에게 그 심각성이 알려지지 않고 스리슬쩍 넘어가게 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장 컸다. 실제로 글로벌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듯이 장래희망으로 제2의 한비야, 제2의 반기문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세계지리를 배우고 팔레스타인 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몰라서 되겠냐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협력수업 준비
그리하여 학생들에게는 일단 학기 초 수업시기와 수업내용을 고지하고, 이후 사서선생님과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학생들에게 제시해 줄 소주제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세계 다양한 지역의 민족, 영토, 종교 분쟁들을 선별하여 추렸다. 사실 알고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고르기는 했지만, 일단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기 용이하고 접근하기 쉬운 것도 고려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사례 지역은 다음과 같다.
이후, 이 주제들과 관련된 내용의 도서를 사서선생님께서 지역 도서관 및 서점을 이용하여 준비하셨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활용할 워크시트(첨부자료 1)도 함께 만들었다. 일단 내가 맡은 워크시트는 과제 진행의 큰 틀과 이에 따른 유의사항, 주제 선정과정에 필요한 브레인스토밍, 해당 지역의 위치에 대한 인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역할분담 및 평가표가 주요 내용이었고, 사서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 단계표와 자료를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도서 및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알려주는 워크시트를 제작하셨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게, 사실 애초에 4차시 정도로 생각했었던 수업이 학기 말 학교 자체 프로그램의 운영에 의해 3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으로는 다소 압축적인 수업 진행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3차시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동기 부여
프로젝트 수업의 특성상 교과 담당 교사의 역할은 주로 1차시에 집중되는데, 특히 학생들에게 이 수업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에 따라 내가 먼저 왜 ‘세계의 분쟁 지역’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적, 정의적 측면에서 동기 부여를 하고자 하였다. 동기 부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류 역사상 세계 어느 곳에도 전쟁이 없었던 날은 채 5일이 되지 않는다. 분쟁은 과연 ‘싫지만 피할 수 없는 일’ 혹은 ‘당연히 존재하는 일’인가? 이렇게 반인륜적인 고통을 꼭 겪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나? 왜 겪어야 하나? 평화를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인가?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알고 있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다르다. 언젠가 여러분이 여행을 가서 세계 각 지역의 친구들을 만났을 때 당장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묻는 그들에게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이스라엘 친구에게 그들의 적국 이란에 함께 여행가자는 제안을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우리나라 불교 세미나에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게 왜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아는가? 세계 시민으로서 꼭 알아야 할 상식은 알고, 인권과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자.”
당시 프레젠테이션의 전체 플롯과 논리가 지금 생각해도 많이 과장스럽고 강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안내 이후 학생들이 진지하게 과제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강압적인 호소(?)가 그렇게 꽝은 아니었던 듯싶다. 물론 대학에 가면 모든 과제가 팀 프로젝트형 이고 결과물은 발표와 보고서로 이루어진다는 협박이 더 통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세련되게 학생들의 동기를 이끌어내고 싶다.
차시별 활동 및 과제 준비 유의점 설명
어쨌든 동기 부여 이후에는 차시별 활동 설명 및 과제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의 유의점을 설명하고, 발표 내용에 꼭 들어가야 할 필수요소(국가 설명, 지역 위치, 분쟁의 원인, 현재 상황, 해결 방안 등)를 넣어 만든 시에라리온 내전의 예시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PPT 예시를 보여준 것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들로 하여금 발표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함이었으며, PPT가 아닌 Prezi, 연극, 노래, 동영상 등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된다고 안내하여 발표의 양식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다.
나의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사서선생님께서 선택한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서 검색은 어떻게 하고, 색인은 어떻게 이용하고, 출처는 어떻게 다는지 등에 관해 한눈에 쏙쏙 들어오는 아주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셨다. 프레젠테이션이 모두 끝난 후, 모둠별로 분쟁 지역을 정하게 했는데, 칠판에 각 모둠별 주제를 적어 다른 조가 선택한 지역이 보이도록 하여 한 반에서 중복되는 주제가 나오는 것을 피하였다. 한편으로는, 학생들
이 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각 모둠별 분위기나 해당 모둠이 관심 있는 이슈를 보고 주제를 추천해 주는 등 주제 선정을 도와주었다. 주제 선택이 끝난 모둠은 역할 분담 이후, 사서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북트럭에서 관련 도서를 이용 할 수 있게 안내하였고, 도서관에 구비된 컴퓨터에서 검색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때, 『르몽드 세계사』나 『세계분쟁지도』 같이 인기 있는 책은 다행히 사서선생님께서 미리 많이 준비해 놓으셔서 모둠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학생들이 아직 도서의 색인 찾는 법이 서툰 경우가 많아서 교사들이 모둠별로 돌아다니면서 다시 한 번씩 안내하였다.
이후 이어진 2차시 수업도 계속해서 학생들의 자료 조사와 발표 자료 및 보고서 작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조별 활동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는지 살피면서, 난관에 봉착한 조가 있으면 도움을 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모둠별 프레젠테이션
발표일인 3차시에는 수업 시작 전에 발표 시간 5분을 잘 지킬 것과 듣는 태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발표가 모두 끝나면 감동적이고 우수한 발표를 한 모둠에 별 스티커를 붙이는 투표를 할 것을 안내하였다.
아이들은 감격스럽게도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발표를 하였는데, 가령 카슈미르 지역의 분쟁을 다룬 조는 발표자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따라하여 스카프를 두르고 발표하기도 하였고, 구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다룬 모둠은 각국의 입장을 카카오톡 대화처럼 역할극으로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모두가 PPT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Prezi와 동영상을 만들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모둠도 있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뛰어난 발표를 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프로젝트형 수업을 많이 해보지 않은 탓에 기술적 부족함을 보인 모둠도 많았다. 제한 시간 5분을 훌쩍 초과한 발표, 전혀 정리되지 않은 채 자료만 많은 프레젠테이션, 발표자의 발표력 부족 등의 문제점들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던 관계로 사서선생님과 나는 다음에는 세련되고 정제된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도 안내가 필요하겠다고 결론지었다.
또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점은 ‘훌륭한 발표를 한 모둠에 별스티커 붙이기’로 시행한 학생들의 모둠 평가가 교사인 우리들의 평가와 다른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모둠 발표 평가 기준을 학생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던 점이 만든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 수업에는 꼭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3차시만 가지고는 학생들이 수업시간만을 이용하여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및 발표 준비를 모두 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집에서 자료를 제작해 오는 경우가 많았고, 만약 수행평가에 이 수업을 넣는다면 적어도 4차시~5차시 정도의 넉넉한 시수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이래저래 처음 시도하는 도서관 협력수업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어설픈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일단 한 학기 내내 수동적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하였고, 열심히 참가하였던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세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 것이 뿌듯하다. 교사 스스로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기분이 들고, 조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뜻 도서관 협력수업은 사회과 중에서도 일반사회나 도덕 같이 가치판단과 관련한 주제가 많은 과목에만 적합하리라 생각하시고 주저하시는 지리 선생님이 계시다면 강력히 추천 드린다. 지리야말로 프로젝트형 도서관 협력수업에 가장 적합한 과목 중 하나이니 꼭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참고 자료 1 학생용 워크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