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궁즉통(窮則通)! 도서관 협력수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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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22 02:25 조회 15,696회 댓글 1건본문
황정근 포항 두호고 사서교사
사서교사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교직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2003년 3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첫 발령지인 영천여자중학교 교무실 소파에 앉아 멀뚱멀뚱 대기 중인 신규 교사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시던 교무부장 선생님의 첫 마디! “사서교사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망설이다 기껏 내가 내놓은 대답이란 것이 “예,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였다. “그래요? 그럼 뭘 가르치시나?”라는 추가 질문에 “글쎄요. 교과목은 없는데…” “교사는 맞죠? 임용고사도 쳤어요?” “…”
그때부터였다. ‘난 뭐하는 사람이지?’ ‘사서이기도 하고, 사서교사이기도 한데, 뭐가 다르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때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도 겪으며 정체성의 혼란으로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전국의 다른 사서교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런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학교도서관 존립이유와 사서교사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가닥을 잡게 되었다.
사서교사의 임무라 할 수 있는 도서관 경영과 정보 서비스, 교육 서비스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도서관 중 유일하게 사서 자격과 더불어 교사라는 직위를 요구하는 학교도서관의 담당자라면 그 전문성은 역시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사서교사를 사서가 아닌 사서교사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교육적 역할에 그 핵심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담보하는 핵심은 도서관 활용수업, 그중에서도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하는 도서관 협력수업에 있음을 이제는 모든 사서교사가 알고 있다. 이제 문제는 그 실천 방안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졌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못하는 그럴듯한 변명들
도서관 협력수업. 멋있다! 하고 싶다! 그런데 쉽지 않다. 두렵다. 왜일까? 몇 가지만 떠올려 보면, 우선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려니 시설과 환경이 여의치 않다. 도서관에 컴퓨터도 몇 대 없고, 교과 관련 자료도 별로 없다. 협력수업을 하자고 권하기도 민망할 정도인 도서관 환경이 사서교사의 발목을 잡는다. ‘어느 정도 도서관 정비를 하고 환경이 갖춰지면 해 봐야지.’라며 애써 다음 기회로 미루기 일쑤다. 그렇다면 도서관 환경만 정비되면 할 수 있을까? 막상 정비 후 협력수업을 해 보려고 하니 친한 교과교사가 거의 없다. 이제 막 학교를 옮긴 경우에는 더더욱 낯설다. 보수적인 교직사회에서 남에게 수업을 보여 주는 것도 꺼려지는데, 함께 수업을 하자고 청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으로 다가올지 잘 알기에 협력수업은 굉장한 친분이 있지 않고서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다. 교과교사와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수업의 진행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게다가 사서교사나 교과교사나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 부족한 경험은 수업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다가오고, 이는 교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니 과연 어떤 교사가 자발적으로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려 할까? 우선은 사서교사 스스로도 도서관 협력수업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거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올해 새로 발령 받은 학교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고 있다. 그것도 일시적인 연구수업 형태가 아닌 1, 2학년 20개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평가에도 반영하고 학기말에 주제탐구발표대회로까지 이어지는 대형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덕분에 요즘은 이전 10년 동안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 협력수업 하실 수 있어요?
10년간의 교직 생활 중 학교를 이동한 것만 5번째로 평균 재직 기간을 보면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경북 중등 사서교사의 인사가 3년마다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정말 쉽지 않다. 경북의 사서교사는 기존에 TO가 없던 곳에 가서 환경 정비부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체계적으로 틀을 잡고 준비만 하는 데도 1년은 걸린다. 그런 다음 교과교사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협력수업을 한 번이라도 실시해 볼라치면 학교를 옮겨야 하는 고충 때문에 일부 경북의 사서교사들은 일치감치 협력수업을 포기하고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올해 옮긴 새 학교에서 소속 부장 선생님의 첫 마디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선생님, 올해 도서관 협력수업을 했으면 하는데 하실 수 있나요?”
“예… 예?”
도서관 정비가 끝나고 교과 교사들과의 친분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면 조심스레 겨우 꺼내 보는 말을 사서교사의 입이 아닌 교과교사의 입에서 먼저 듣게 될 줄이야. 발령 첫 해 “사서교사는 뭐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도서관 협력수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격세지감이란 단어를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다. 아무튼 생각지도 못했던 급작스런 제안에 어안이 벙벙해진 내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다시 말을 이어가시는 부장 선생님.
“뭐 나랑 협력수업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1, 2학년 선생님들께 홍보하고 지원 받아서 1학기부터 바로 시작해 봐요. 3월은 모든 선생님들 바쁘니까 간단하게 협의만 하고, 4월부터 바로 시작 했으면 하는데… 도서관 정비는 한 2주면 될까요? 올해 사서교사가 온다고 해서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몰라요”
“…”
부장 선생님의 파격적인 협력수업 제안에 놀라움과 반가움은 잠시였고, 곧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도서관 협력수업은 이론과 사례로만 접해 왔을 뿐 실전의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제 막 전근을 와서 도서관 시설 및 자료에 대한 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당장 협력수업을 하자니. 그 당시 내 솔직한 심정은 소위 멘붕 상태였다. 검색대에는 인터넷도 되지 않는 2004년식 컴퓨터만 몇 대 놓여 있고, 서가와 대출반납대가 각각 다른 층에 있는 정비도 되지 않은 도서관에서 협력수업부터 추진되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단 GO~
도서관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도서관 협력수업은 착착 진행되었다. 부장 선생님의 주도로 각 학년부장, 교과부장에게 도서관 협력수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희망교사의 신청을 받아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할 교과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선정된 교과와의 협의를 통해 언제 도서관을 이용할 것인지, 어떤 주제로 진행을 해야 하는지, 필요한 장비와 자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논의하고 이에 맞추어 도서관을 조금씩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도서관 기본 환경 정비에 주어진 시간은 3주였다. 3주 안에 1, 2층의 복층 도서관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1층의 모든 서가를 재배치해 공간을 확보하고 2층에 있던 대출반납대를 1층으로 이동시켰다. 1층에 있던 검색대와 복사기는 수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두 2층으로 옮겼다. 검색용 컴퓨터는 정보부의 협조를 얻어 겨우 인터넷이 되는 사양으로 우선 4대를 준비하였고, 부족한 단행본 자료는 인근 영일공공도서관의 협조를 얻어 순회문고 개념으로 두 달간 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논문자료는 디비피아(DBpia) 서비스 기간을 활용해 관련 자료를 컴퓨터에 미리 다운 받아 두었다. (6월 이후부터는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서 후원하는 디비피아 서비스 지원을 받아 무료로 이용 중에 있다.)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과목은 2학년 문학 교과였다. 담당 교과 선생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로 걱정했던 것보다는 원활하게 추진되었다. 수업 실시 한 달 전부터 프로젝트 주제, 보고서의 형태, 수준, 참고자료의 선정 등으로 수시로 협의를 거쳐 진행 방향에 대해 의논을 나누었다. 그 결과 총 4차시로 구성하였으며 1차시에는 사서교사가 2학년 전체 반을 대상으로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하고, 2차시와 3차시에는 실제로 자료를 찾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그리고 마지막 4차시에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수업설계를 하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첫 술에 배부르려는 것은 욕심!
1차시–정보활용교육
드디어 시작된 협력수업! 1차시는 사서교사인 내가 계획대로 도서관 협력수업 전 학생들에게 프로젝트학습이 무엇인지, 도서관 협력수업을 왜 하는지와 전반적인 정보탐색 방법, 보고서 작성법, 참고문헌 작성법 등을 지도하였다. 생애 첫 도서관 협력수업을 성공하고 싶은 욕심. 교과교사에게 제대로 된 사서교사의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까? 원래 4차시 정도에 수업해야 할 내용들을 1차시 안에 모두 담으려 하다 보니 강의식 수업이 되어 버렸고, 학생들은 인지적 부담 증가로 힘들어 했다. 전형적으로 교사 혼자만 만족하는 수업이 되어 버린 꼴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과유불급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학생들은 그 많은 정보를 받아 들이지 못했다. 차라리 꼭 필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수업이었다.
2, 3차시–정보 탐색 및 보고서 작성
1차시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한 후 바로 보고서 작성을 위한 정보 탐색을 실시하였다. 여건 상 주제 관련 자료가 많이 부족해 공공도서관 등에서 빌려온 자료를 북트럭에 비치하고 열람 및 복사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논문자료 또한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을 고려하여 관련도가 높은 자료를 미리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학생들이 열람 및 출력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차시 정보활용교육만으로는 학생들이 과제해결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교과교사와 사서교사는 모둠을 돌면서 찾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법과 보고서 개요 작성 부분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보완해 주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지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주제 부분이었다. 원래 프로젝트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교사는 보조로서 프로젝트의 완성을 돕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한 문학 프로젝트 학습은 시험에 출제 범위가 포함되는 만큼 주제 선정 범위가 제한적이라 교과교사가 단원에서 직접 추출하고 선정하였다. 전문적인 주제이다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관련 자료 또한 대부분이 전공서적이거나 논문자료라 학생들이 읽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이유로 교과교사와 사서교사 2명이 함께 모둠을 돌면서 주제 분석을 돕거나, 논문 자료 추출 및 인용 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지도하였다.
4차시–발표 및 평가
발표는 모둠별 2인 1조로 5~7분간 실시하였으며, 완성된 보고서와 요약본을 준비하여 다른 모둠에게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안내하고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발표가 끝나면 다른 모둠에서는 의문사항을 질문할 수 있었고, 발표 중 오류나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교사가 정정해 주었다.
평가는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실시하였으며 최종 결과물인 보고서와 발표를 기준으로 심사하였다. 발표가 끝나고 나면 사서교사와 교과교사는 학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서 보고서를 작성하였는지, 인용 및 참고문헌 표시는 제대로 되었는지, 발표 자세는 좋았는지 등 최종 평가 결과에 대해 총평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학생들 또한 모둠별 기여도를 상호 평가하게 하여 그 결과를 점수에 반영하였다. 4차시라는 짧은 기간 동안 완성된 보고서를 제출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에도, 거의 모든 모둠에서 기간 내에 프로젝트 보고서를 완성해 왔다. 완성된 결과물이 양식과 내용 측면에서 부실한 부분도 많았지만 스스로 자료를 찾고 토론을 거쳐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대부분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 공유의 장을 마련하다
처음 도서관 협력 프로젝트학습을 계획했을 때 학생들의 다양한 산출물들을 특정 교과, 특정 교실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 모두가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들을 학우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주제 탐구 발표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이 대회는 도서관 협력 프로젝트학습을 실시한 과목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프로젝트학습을 실시해 결과물을 생성한 교과도 참여하였다. 각 교과별 2팀씩 총 8팀이 참가하여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1, 2학년 전교생 앞에서 참신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발표해 교사와 학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행사로 도서관 협력수업과 프로젝트학습을 어렵게 생각하는 교과교사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궁(窮)하면 통(通)한다
처음 담당 부장선생님이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자고 말씀하셨을 때 솔직히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멋지게 수업을 진행해 ‘도서관 협력수업은 이런 것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설프게 진행하다가 자칫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기대를 망칠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진행을 해 보면서 깨달았다. 처음부터 완벽한 도서관 협력수업은 없다는 것을. 일단 무조건 부딪혀 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도서관이 정비되지 않아서, 검색용 컴퓨터가 없어서, 관련 자료가 없어서 어떻게 협력수업을 진행하나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조금씩 보충해 가면서 나름 보람된 협력수업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이런 수업을 왜 해야 하나?” “너무 어렵다.”라고 투덜거렸지만 수업이 끝날 때쯤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을 보면서 이 수업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번 협력수업을 계기로 보다 나은 협력수업을 위한 바탕이 마련되었다. 실제로 협력수업을 진행해 보니 컴퓨터가 절실하다는 것을 여러 선생님들이 공감하셨고, 그 덕에 부족한 예산을 쪼개어 도서관 컴퓨터와 프린터기를 우선 구입할 수 있었으며, 부족한 자료 부분은 학도협 지원으로 디비피아(DBPi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올해 협력수업 자료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교사와 학생 모두가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은 것이 가장 큰 결과였다.
이 모든 것은 부장 선생님의 추진력 덕분에 이뤄낸 성과이다. 그리고 결국 이 성과는 경북사서교사들의 성과이기도 하다. 부장 선생님께서 먼저 도서관 협력수업을 요구하셨던 것은 본인이 도서관 협력수업에 관심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도서관 협력수업을 한번 해 보겠다고 다짐을 하셨는데, 마침 그때 내가 이 학교에 오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경북 사서교사들이 뿌린 씨앗이 자라 결실을 맺을 시기에 마침 지나가던 내가 수확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아직은 서투른 귀농 1년차 농부의 첫 수확처럼 그 열매가 아직은 덜 익은 것도 있고, 상한것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수확량보다 더 큰 보람과 경험을 얻었기에, 다음 농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배우는 방법임을 이번에 배울 수 있었다. 이번 경험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서교사들이여, 이제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부딪쳐 보자! 일단 저질러 놓고 부딪치다 보면 길이 보인다.”
사서교사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교직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2003년 3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첫 발령지인 영천여자중학교 교무실 소파에 앉아 멀뚱멀뚱 대기 중인 신규 교사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시던 교무부장 선생님의 첫 마디! “사서교사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망설이다 기껏 내가 내놓은 대답이란 것이 “예,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였다. “그래요? 그럼 뭘 가르치시나?”라는 추가 질문에 “글쎄요. 교과목은 없는데…” “교사는 맞죠? 임용고사도 쳤어요?” “…”
그때부터였다. ‘난 뭐하는 사람이지?’ ‘사서이기도 하고, 사서교사이기도 한데, 뭐가 다르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때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도 겪으며 정체성의 혼란으로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전국의 다른 사서교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런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학교도서관 존립이유와 사서교사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가닥을 잡게 되었다.
사서교사의 임무라 할 수 있는 도서관 경영과 정보 서비스, 교육 서비스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도서관 중 유일하게 사서 자격과 더불어 교사라는 직위를 요구하는 학교도서관의 담당자라면 그 전문성은 역시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사서교사를 사서가 아닌 사서교사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교육적 역할에 그 핵심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담보하는 핵심은 도서관 활용수업, 그중에서도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하는 도서관 협력수업에 있음을 이제는 모든 사서교사가 알고 있다. 이제 문제는 그 실천 방안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졌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못하는 그럴듯한 변명들
도서관 협력수업. 멋있다! 하고 싶다! 그런데 쉽지 않다. 두렵다. 왜일까? 몇 가지만 떠올려 보면, 우선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려니 시설과 환경이 여의치 않다. 도서관에 컴퓨터도 몇 대 없고, 교과 관련 자료도 별로 없다. 협력수업을 하자고 권하기도 민망할 정도인 도서관 환경이 사서교사의 발목을 잡는다. ‘어느 정도 도서관 정비를 하고 환경이 갖춰지면 해 봐야지.’라며 애써 다음 기회로 미루기 일쑤다. 그렇다면 도서관 환경만 정비되면 할 수 있을까? 막상 정비 후 협력수업을 해 보려고 하니 친한 교과교사가 거의 없다. 이제 막 학교를 옮긴 경우에는 더더욱 낯설다. 보수적인 교직사회에서 남에게 수업을 보여 주는 것도 꺼려지는데, 함께 수업을 하자고 청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으로 다가올지 잘 알기에 협력수업은 굉장한 친분이 있지 않고서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다. 교과교사와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수업의 진행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게다가 사서교사나 교과교사나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 부족한 경험은 수업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다가오고, 이는 교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니 과연 어떤 교사가 자발적으로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려 할까? 우선은 사서교사 스스로도 도서관 협력수업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거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올해 새로 발령 받은 학교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고 있다. 그것도 일시적인 연구수업 형태가 아닌 1, 2학년 20개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평가에도 반영하고 학기말에 주제탐구발표대회로까지 이어지는 대형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덕분에 요즘은 이전 10년 동안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 협력수업 하실 수 있어요?
10년간의 교직 생활 중 학교를 이동한 것만 5번째로 평균 재직 기간을 보면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경북 중등 사서교사의 인사가 3년마다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정말 쉽지 않다. 경북의 사서교사는 기존에 TO가 없던 곳에 가서 환경 정비부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체계적으로 틀을 잡고 준비만 하는 데도 1년은 걸린다. 그런 다음 교과교사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협력수업을 한 번이라도 실시해 볼라치면 학교를 옮겨야 하는 고충 때문에 일부 경북의 사서교사들은 일치감치 협력수업을 포기하고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올해 옮긴 새 학교에서 소속 부장 선생님의 첫 마디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선생님, 올해 도서관 협력수업을 했으면 하는데 하실 수 있나요?”
“예… 예?”
도서관 정비가 끝나고 교과 교사들과의 친분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면 조심스레 겨우 꺼내 보는 말을 사서교사의 입이 아닌 교과교사의 입에서 먼저 듣게 될 줄이야. 발령 첫 해 “사서교사는 뭐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도서관 협력수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격세지감이란 단어를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다. 아무튼 생각지도 못했던 급작스런 제안에 어안이 벙벙해진 내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다시 말을 이어가시는 부장 선생님.
“뭐 나랑 협력수업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1, 2학년 선생님들께 홍보하고 지원 받아서 1학기부터 바로 시작해 봐요. 3월은 모든 선생님들 바쁘니까 간단하게 협의만 하고, 4월부터 바로 시작 했으면 하는데… 도서관 정비는 한 2주면 될까요? 올해 사서교사가 온다고 해서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몰라요”
“…”
부장 선생님의 파격적인 협력수업 제안에 놀라움과 반가움은 잠시였고, 곧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도서관 협력수업은 이론과 사례로만 접해 왔을 뿐 실전의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제 막 전근을 와서 도서관 시설 및 자료에 대한 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당장 협력수업을 하자니. 그 당시 내 솔직한 심정은 소위 멘붕 상태였다. 검색대에는 인터넷도 되지 않는 2004년식 컴퓨터만 몇 대 놓여 있고, 서가와 대출반납대가 각각 다른 층에 있는 정비도 되지 않은 도서관에서 협력수업부터 추진되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단 GO~
도서관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도서관 협력수업은 착착 진행되었다. 부장 선생님의 주도로 각 학년부장, 교과부장에게 도서관 협력수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희망교사의 신청을 받아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할 교과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선정된 교과와의 협의를 통해 언제 도서관을 이용할 것인지, 어떤 주제로 진행을 해야 하는지, 필요한 장비와 자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논의하고 이에 맞추어 도서관을 조금씩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도서관 기본 환경 정비에 주어진 시간은 3주였다. 3주 안에 1, 2층의 복층 도서관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1층의 모든 서가를 재배치해 공간을 확보하고 2층에 있던 대출반납대를 1층으로 이동시켰다. 1층에 있던 검색대와 복사기는 수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두 2층으로 옮겼다. 검색용 컴퓨터는 정보부의 협조를 얻어 겨우 인터넷이 되는 사양으로 우선 4대를 준비하였고, 부족한 단행본 자료는 인근 영일공공도서관의 협조를 얻어 순회문고 개념으로 두 달간 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논문자료는 디비피아(DBpia) 서비스 기간을 활용해 관련 자료를 컴퓨터에 미리 다운 받아 두었다. (6월 이후부터는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서 후원하는 디비피아 서비스 지원을 받아 무료로 이용 중에 있다.)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과목은 2학년 문학 교과였다. 담당 교과 선생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로 걱정했던 것보다는 원활하게 추진되었다. 수업 실시 한 달 전부터 프로젝트 주제, 보고서의 형태, 수준, 참고자료의 선정 등으로 수시로 협의를 거쳐 진행 방향에 대해 의논을 나누었다. 그 결과 총 4차시로 구성하였으며 1차시에는 사서교사가 2학년 전체 반을 대상으로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하고, 2차시와 3차시에는 실제로 자료를 찾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그리고 마지막 4차시에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수업설계를 하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첫 술에 배부르려는 것은 욕심!
1차시–정보활용교육
드디어 시작된 협력수업! 1차시는 사서교사인 내가 계획대로 도서관 협력수업 전 학생들에게 프로젝트학습이 무엇인지, 도서관 협력수업을 왜 하는지와 전반적인 정보탐색 방법, 보고서 작성법, 참고문헌 작성법 등을 지도하였다. 생애 첫 도서관 협력수업을 성공하고 싶은 욕심. 교과교사에게 제대로 된 사서교사의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까? 원래 4차시 정도에 수업해야 할 내용들을 1차시 안에 모두 담으려 하다 보니 강의식 수업이 되어 버렸고, 학생들은 인지적 부담 증가로 힘들어 했다. 전형적으로 교사 혼자만 만족하는 수업이 되어 버린 꼴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과유불급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학생들은 그 많은 정보를 받아 들이지 못했다. 차라리 꼭 필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수업이었다.
2, 3차시–정보 탐색 및 보고서 작성
1차시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한 후 바로 보고서 작성을 위한 정보 탐색을 실시하였다. 여건 상 주제 관련 자료가 많이 부족해 공공도서관 등에서 빌려온 자료를 북트럭에 비치하고 열람 및 복사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논문자료 또한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을 고려하여 관련도가 높은 자료를 미리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학생들이 열람 및 출력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차시 정보활용교육만으로는 학생들이 과제해결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교과교사와 사서교사는 모둠을 돌면서 찾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법과 보고서 개요 작성 부분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보완해 주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지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주제 부분이었다. 원래 프로젝트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교사는 보조로서 프로젝트의 완성을 돕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한 문학 프로젝트 학습은 시험에 출제 범위가 포함되는 만큼 주제 선정 범위가 제한적이라 교과교사가 단원에서 직접 추출하고 선정하였다. 전문적인 주제이다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관련 자료 또한 대부분이 전공서적이거나 논문자료라 학생들이 읽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이유로 교과교사와 사서교사 2명이 함께 모둠을 돌면서 주제 분석을 돕거나, 논문 자료 추출 및 인용 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지도하였다.
4차시–발표 및 평가
발표는 모둠별 2인 1조로 5~7분간 실시하였으며, 완성된 보고서와 요약본을 준비하여 다른 모둠에게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안내하고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발표가 끝나면 다른 모둠에서는 의문사항을 질문할 수 있었고, 발표 중 오류나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교사가 정정해 주었다.
평가는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실시하였으며 최종 결과물인 보고서와 발표를 기준으로 심사하였다. 발표가 끝나고 나면 사서교사와 교과교사는 학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서 보고서를 작성하였는지, 인용 및 참고문헌 표시는 제대로 되었는지, 발표 자세는 좋았는지 등 최종 평가 결과에 대해 총평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학생들 또한 모둠별 기여도를 상호 평가하게 하여 그 결과를 점수에 반영하였다. 4차시라는 짧은 기간 동안 완성된 보고서를 제출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에도, 거의 모든 모둠에서 기간 내에 프로젝트 보고서를 완성해 왔다. 완성된 결과물이 양식과 내용 측면에서 부실한 부분도 많았지만 스스로 자료를 찾고 토론을 거쳐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대부분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 공유의 장을 마련하다
처음 도서관 협력 프로젝트학습을 계획했을 때 학생들의 다양한 산출물들을 특정 교과, 특정 교실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 모두가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들을 학우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주제 탐구 발표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이 대회는 도서관 협력 프로젝트학습을 실시한 과목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프로젝트학습을 실시해 결과물을 생성한 교과도 참여하였다. 각 교과별 2팀씩 총 8팀이 참가하여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1, 2학년 전교생 앞에서 참신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발표해 교사와 학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행사로 도서관 협력수업과 프로젝트학습을 어렵게 생각하는 교과교사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궁(窮)하면 통(通)한다
처음 담당 부장선생님이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자고 말씀하셨을 때 솔직히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멋지게 수업을 진행해 ‘도서관 협력수업은 이런 것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설프게 진행하다가 자칫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기대를 망칠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진행을 해 보면서 깨달았다. 처음부터 완벽한 도서관 협력수업은 없다는 것을. 일단 무조건 부딪혀 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도서관이 정비되지 않아서, 검색용 컴퓨터가 없어서, 관련 자료가 없어서 어떻게 협력수업을 진행하나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조금씩 보충해 가면서 나름 보람된 협력수업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이런 수업을 왜 해야 하나?” “너무 어렵다.”라고 투덜거렸지만 수업이 끝날 때쯤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을 보면서 이 수업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번 협력수업을 계기로 보다 나은 협력수업을 위한 바탕이 마련되었다. 실제로 협력수업을 진행해 보니 컴퓨터가 절실하다는 것을 여러 선생님들이 공감하셨고, 그 덕에 부족한 예산을 쪼개어 도서관 컴퓨터와 프린터기를 우선 구입할 수 있었으며, 부족한 자료 부분은 학도협 지원으로 디비피아(DBPi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올해 협력수업 자료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교사와 학생 모두가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은 것이 가장 큰 결과였다.
이 모든 것은 부장 선생님의 추진력 덕분에 이뤄낸 성과이다. 그리고 결국 이 성과는 경북사서교사들의 성과이기도 하다. 부장 선생님께서 먼저 도서관 협력수업을 요구하셨던 것은 본인이 도서관 협력수업에 관심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도서관 협력수업을 한번 해 보겠다고 다짐을 하셨는데, 마침 그때 내가 이 학교에 오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경북 사서교사들이 뿌린 씨앗이 자라 결실을 맺을 시기에 마침 지나가던 내가 수확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아직은 서투른 귀농 1년차 농부의 첫 수확처럼 그 열매가 아직은 덜 익은 것도 있고, 상한것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수확량보다 더 큰 보람과 경험을 얻었기에, 다음 농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배우는 방법임을 이번에 배울 수 있었다. 이번 경험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서교사들이여, 이제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부딪쳐 보자! 일단 저질러 놓고 부딪치다 보면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