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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은하의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전자 매체 읽기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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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10 00:04 조회 7,13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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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하 독서교육 강사 및 프로그래머, 영국의 독서교육저자
 
공부나 실생활에서 인터넷 등 전자문자 읽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합니다. 조사나 연구 활동뿐 아니라 그룹 과제나 설문을 할 때도 사이버상의 읽고 쓰기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아이가 집에 오면 내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책 읽기는 뒷전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전자 매체를 통한 읽기는 아이들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전자 매체에 잠식된 청소년들의 일상
2014년을 사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TV,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마치 40대에게 전깃불 없는 밤, 30대에게 TV 없는 저녁, 20대에게 인터넷 없는 세계를 상상해 보라는 것과 같겠지요. 전자매체의 출현을 하나씩 접해 오면서 이에 대한 반응과 적응기를 서서히 거친 기성세대와는 달리, 현재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세상의 하나로 이러한 전자 매체를 만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눈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때부터 양육자가 핸드폰 문자를 주고받고, TV를 보고, 인터넷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쇼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어쩌면 양육자로부터 전통적인 책 읽기보다 매체를 통해 정보를 탐색하고 읽고 쓰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의 출현은 인터넷과 TV, 게임, 메시지 기능을 단순히 통합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 모든 기능을 언제나 어디서나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매체와는 질적으로 다른 환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기다림이나 노고를 치르지 않고 텍스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락실이나 PC방을 가거나, 영화관에 가서 줄을 서거나, TV 프로그램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기다리거나,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집에서 엄마의 눈을 피하는 노고를 치르지 않아도 됩니다.은밀하고 개인적이고 일상적으로 문자, 그림, 영상 등 다양한 텍스트를 언제든 접할 수 있지요. 전 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아직도 글쓰기의 가장 기초적인 물품인 종이와 연필마저 부족한 지역이 있지만, 21세기의 한 국에서는 다양한 매체가 만들어 내는 주체할 수 없이 넘쳐나는 텍스트와 이의 수용이 시대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청소년 매체 이용 실태조사는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매체가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범람했는 지 보여 줍니다. 조사 대상 청소년들(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0명 중 9명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답니다. 특히 스마트폰 보유자는 201136.2%에서 201381.5%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중 77.1%SNS 계정이 있으며, 이 중 45.5%는 하루에 한 번 이상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중 에 하루 평균 2시간 이상3시간 미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가장 많으며, 주로 채팅과 게임에 관련된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중독척도를 이용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고등학생 대상)27.6%가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 위험군에 속해 있고, 7.6%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습니다. ,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 소년의 1/3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거나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거나, 계획했던 공부나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중독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전자매체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여가활동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0대는 주로 게임, TV시청/라디오청취, 잡담/통화하기/문자 보내기, 영화보기, 음악 감상, 노래방 가기 등 매체를 매개로 여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아이들의 책 읽기를 방해하는 요인에 대해 컴퓨터/인터넷/휴대폰, TV 시청 등으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응 답이 30% 가까이 됩니다. 요약해 보면, 전자 매체를 통한 자유 여가 활동이 전통적인 인쇄물인 책을 통한 여가 활동보다 훨씬 지배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다양한 전자 매체
텍스트를 읽고 쓰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안 읽고 안 쓴다.”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말입니다. 읽기를 전통적인 인쇄물 읽기, 즉 책, 신문, 잡지의 글자 읽기라는 좁은 의미로만 본다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읽기의 매체를 좀 더 확대해서 다양한 매체에서 보이는 글자 읽기 활동으로 정의하면, 한국의 아이들은 읽기 활동을 아주 활발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이들은 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자막을 읽습니다. 출연자의 말을 받아 적어 자막을 만든 것도 있지만, 때로는 출연자가 의도하지 않은 생각이나 행동, 상황을 편집자가 포착하여 자막으로 창작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자막을 보면서 읽기 활동을 하는 셈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도 읽고 쓰기를 합니다. 게임폐인을 다루는 한 케이블의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찐찌버거예삐공주’, ‘세형법사가 게임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읽고 씁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팬덤을 낳기까지 한 캐릭터이나 게임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웃을 타이밍을 찾지 못합니다. 이들은 게임 상에서 주어지는 퀘스트(Quest,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또는 행동)를 읽고 끊임없이 채팅을 하며 읽고 씁니다. 인쇄물 읽기가 아닌 다양한 매체의 문자 읽기는 휴대폰 문자부터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활동, 인터넷 사이트, 카페와 블로그 활동, 노래방에서의 노래가사 읽기, 수업시간의 파워포인트까지 삶의 전 영역에 확장되어 있습니다.
기호학은 읽고 쓰기의 대상인 텍스트의 의미를 문자에 한정하지 않고 더 넓게 정의합니다. 글자뿐만 아니라 말과 소리, 음악처럼 청각으로 의미를 만들어 내거나, 그림이나 사진, 표나 그래프, 상징과 도상, 영상 등 시각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사회적인 기호까지 읽고 쓰기의 대상으로 놓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김 선생님은 날것이지만, 같은 대상인 김 선생님에 대해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콩트로 만들거나 동영상으로 찍어 편집하면 텍스트가 됩니다. 텍스트를 쓰는행위이지요. 자막 없는 드라마나 영화, 아이돌 그룹의 춤과 표정을 보는 것도 문자는 없지만 영상 텍스트를 읽는행위가 됩니다. 텍스트는 날것이 아닌 쓰인것이기에 단순한 보기가 아닌 읽어 내기가 수반됩니다. 문자를, 예를 들어, ‘學校’, ‘σχολή’(그리스어)의 모양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의미로 읽어 내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읽고 쓰기의 텍스트를 확대해 보면, 한국 아이들의 삶은 학업이든 여가든 하루 종일 텍스트의 읽고 쓰기로 점철되어 있다 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주 로 전통적인 교과서나 책, 참고서 등 인쇄물을 중심으로 읽고 쓰고, 간혹 파워포인트나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보조적으로 활용합니다. 학교 밖 학원에서는 학교와 비슷하게 판서나 문제집 등의 전통적인 문자 텍스트 중심으로 읽고 쓰지요. 그리고 자유 여가 시간에는 주로 다양한 전자 매체 텍스트를 읽고 씁니다.
 
 
 인쇄물 독서와 전자 매체 독서가 만드는 차이
우리의 시대를 시계 이전의 시간 개념을 가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전자 매체 없는 글읽기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수거하고 따로 보관하여 진공상태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핸드 폰 없는 시대를 만들어내기는 어 렵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학업과 직업, 생활과 여가 등 사회적인 삶의 전반에 걸쳐 사이버 공간의 글 읽기와 쓰기는 개인의 통제권을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매체를 통한 글 읽기를 돌이킬 수 없는 환경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아이들의 읽기와 사고 양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전통적인 방식의 인쇄물 독서와 사이버 상의 전자매체 독서는 어떤 차이를 낳을까요?
 책을 읽는 뇌를 연구한 매리 언 울프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 날 때 보고 듣는 능력을 유전적으로 부여받았으나 독서하는 능력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독서하는 능력은 인간의 유전적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라 배우고 익혀야만 된답니다. 독서하는 법을 배우고, 독서하는 활동을 통해서 인간 의 뇌는 일정한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는 거지요. 뇌과학자들 에 의하면, 뇌는 어린 시절에 형성 되어 고정되는 게 아니라 가소성 (Plasticity)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즉 뇌가 특정한 경험과 환경의 영 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갖는다 는 거지요. 뇌는 경험과 환경에 따 라 뉴런 간의 연결을 새로 만들고 끊는 등 유연하게 회로를 재정비 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뇌는 가지치기와 전문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로, 쓰지 않는 회로에 대 해서는 가지치기가 이루어지는 반면, 계속 쓰게 되는 특정한 회로는 분화하고 연결을 강화한다지요.
 매리언 울프는 독서의 가장 큰 특징으로 혼자의 힘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스스로 글을 읽는 행위 는 해독(글자 읽기)과 독해(의미 읽기)의 두 가지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데, 이는 앞서 생래적으로 갖춘 능력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능력입니다. 읽기를 막 배운 초기 독자는 시간을 갖고 집중해야 글자의 모양을 보고 읽으면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낯선 외국어 문구를 읽을 때, 집중을 해야만 글자의 모양과 의미 파악을 할 수 있듯이요. 그리고 이렇게 홀로 의미 파악을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오래도록 연습해야 하지요. 하루 이틀 배운다고 단번에 생기는 능력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독이 일단 자동화되면, 즉 유창하게 글자를 읽을 수 있으면, 뇌는 독해, 즉 의미 파악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목독하는 읽기는 홀로 집중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만듭니다. 그래서 독해는 글에 쓰인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고 분류하고 체계화하며, 타자의 내면적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식에 대한 의식을 가능하게 하지요. 니콜라스 카는 읽기의 양식이 뇌를 일정한 방식으로 길들인다고 주장합니다.
 구어가 지배적이었던 문화에서 언어의 도구는 인간 내부의 능력이었다고 하지요. 말하는 자는 목소리로 전해지는 감정, 리듬, 표정과 몸짓, 상호작용을 통해 의미를 전달했지요. 듣는 자는 기억에 의존해서 사고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문자를 읽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이 인간적 도구인 기억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됩니다. 숫자와 이름, 명칭,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해도 다시 읽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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