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리왕의 책글말]독후감에서 서평으로!_ 서평 쓰기는 별점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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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2-17 11:12 조회 10,987회 댓글 0건본문
권선영 숭례문학당 학사
독후활동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발췌, 메모와 독후감이 혼자 읽기의 독후활동이라면, 독서토론과 서평은 함께 읽기의 독후활동입니다. 혼자 읽기는 내가 어떻게 책을 읽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활동의 중심은 ‘나’가 됩니다. 반면 함께 읽기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에 ‘우리’가 주체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유가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음으로써 아이가 오롯한 자기 생각을 확립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키는 데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아이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서평을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평을 통해 책을 읽은 후 이 책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독후감과 서평이 어떻게 다른지 볼까요? 독후감(讀後感)은 말 그대로 책을 읽은 후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책 내용과 관련된 자기 이야기를 쓰거나 책에 대한 느낀 점을 솔직히 쓴 글은 독후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가 중심이기 때문에 ‘사적인 글쓰기’라고 볼 수 있지요. 서평(書評)은 글자 그대로 책을 평가하는 글입니다. 다시 말하면, 서평의 목적은 책의 객관적인 정보(저자, 출간연도, 저술 배경 등)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책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적 책 읽기가 필요합니다. 자기 취향대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전체를 두루 살펴보며 읽어야 하는 것이죠. 책의 좋은 점, 아쉬운 점을 구분하고 그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도 생기겠죠? 이처럼 서평을 꾸준히 쓰면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 연습을 하게 됩니다. 그럼 책을 읽은 후 ‘재미있다/없다’로 일관하는 아이들에게 비판적으로 책을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책 별점 매기기
비판적 책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 읽은 소감을 물어보면 단답형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아이를 나무라지 말고 별점을 매겨보자고 하며 흥미를 느끼게 접근하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이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땠어?’라고 막연하게 물어보는 것보다 ‘별 5개 중에 몇 개 줄 거야?’라고 질문해 보세요. 별점을 매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좋았던 점과 싫었던 점을 생각합니다. 이때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양쪽 내용을 다 정리해 보자고 유도합니다. 아무리 책을 좋게 읽었어도, 그 안에서 아쉬운 점을 찾아내는 것이 객관적 책 읽기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비판적 책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 읽은 소감을 물어보면 단답형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아이를 나무라지 말고 별점을 매겨보자고 하며 흥미를 느끼게 접근하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이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땠어?’라고 막연하게 물어보는 것보다 ‘별 5개 중에 몇 개 줄 거야?’라고 질문해 보세요. 별점을 매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좋았던 점과 싫었던 점을 생각합니다. 이때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양쪽 내용을 다 정리해 보자고 유도합니다. 아무리 책을 좋게 읽었어도, 그 안에서 아쉬운 점을 찾아내는 것이 객관적 책 읽기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옆쪽 자료는 『조커와 나』(김중미, 창비)를 읽고 작성한 활동지입니다. 별점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자기 호불호에 따라 별점을 매기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면 별점을 높게 주고, 재미없었으면 낮게 주는 거죠.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선생님이 별점 기준을 제시해 주면 좋습니다. 각 항목별로 별점을 매기게 한 뒤 평균을 내서 최종 별점을 내립니다. 그럼 막막하게 생각하던 아이들도 좀 더 쉽게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친구들과 별점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합니다. 4점을 준 아이와 1점을 준 아이가 서로의 다른 생각을 듣고 자기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확장될 테니까요.
2. 저자에게 짱돌 던지기
‘책을 왜 읽어야 할까?’라고 물으면 많은 아이들이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보를 습득하는 데 그치고 마는 수동적인 독서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책의 메시지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으면 아이들은 책에 혹평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저자에게 짱돌 던지기’ 놀이를 하면 좋습니다. 책을 읽다가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면 발췌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를 적어서 정리해 둡니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저자의 말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느낌표(!) 독서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물음표(?) 독서로 발전하게 됩니다. 저자와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아래 자료를 볼까요?
별점 매기기와 저자에게 짱돌 던지기를 반복적으로 하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그동안 겉핥기식으로 읽던 독서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한 단락 서평’을 써 봅니다. 5~6줄 정도로 이 책을 짧게 소개하는 겁니다. 아까 서평의 목적은 ‘책 소개’라고 했던 것 기억하시죠? 그럼 두 가지로 방향이 갈립니다.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별점이 높으면 당연히 추천하는 것이겠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추천하면 추천 이유를 적어 주면 됩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도 살짝 언급해 주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이미 별점을 매기고 내용 정리해 두었기 때문에 ‘한 단락 서평’을 쓰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옆에는 중학생이 쓴 『조커와 나』의 한 단락 서평입니다.
별점은 4점을 주었고, 『조커와 나』를 추천하는 서평을 썼네요. 서툰 솜씨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책의 장단점을 쓰려고 노력한 게 보이시나요? 구성, 주제, 추천대상 등 객관적인 정보도 들어있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조커와 나』가 어떤 책인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서평 분량을 더 늘린다면 남호가 생각한 이 책의 장단점에 대한 근거를 더 넣을 수 있겠네요.
이처럼 서평 쓰기는 책과 거리를 두고 큰 숲을 그리듯 책을 읽을 수 있게 합니다. 사적인 감상에서 나아가 책의 양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나’로 좁혀져 있던 관점이 ‘우리’로 넓어지는 걸 뜻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연결하여 책을 읽어 보자고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책을 매개로 세상에 딴죽을 걸어 보는 거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아이들도 금방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