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활용수업-초등]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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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0-02 12:10 조회 290회 댓글 0건본문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여요
『마음버스』를 활용한 저학년 온작품 읽기
정다애 인천일신초 사서교사
마음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다. 내가 밝고 깨끗하게 바라보면 세상은 맑아 보이고, 반대로 흐리고 어둡게 바라보면 세상은 어두침침하고 암울해 보인다. 마음먹기에 따라, 물건도 친구도, 세상도 다 다르게 보인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무엇을 물어보면, ‘좋아요’ 혹은 ‘싫어요’ ‘최고예요’ 혹은 ‘최악이에요’ 등 이분법으로 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 주인공의 상황에 빗대어 나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는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생긴다. 더 많은 독서와 독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되새기며 저학년 그림책 활용수업을 시작했다.
상상력 키우기: 그림책 활용수업 준비
상상력 키우기: 그림책 활용수업 준비이번 수업의 대상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속하는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이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짧고, 재미있고, 어휘가 쉬운 그림책이 적합하다. 이 시기는 상상력이 최대로 발달하는 시기로, 적절한 자극을 주어 상상력 향상을 도와야 한다. 아직 글쓰기가 서툰 학생들이 많으므로, 그림을 활용한 수업을 적당히 섞어서 학생들이 글쓰기에 부담이 적도록 했다. |
『마음버스』 김유 지음│소복이 그림│천개의바람│2022 |
이번 수업의 주제도서는 김유 작가님의 『마음버스』. 김유 작가님과 소복이 작가님의 협력으로 탄생한 첫 번째 그림책이다.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다룬 두 작가님의 이야기로, 마을버스에서 ‘ㄹ’이 사라진 뒤, 우연히 마‘음’버스가 된 버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관심해지기 쉽고, 이런 때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품에서 ‘마을’버스가 ‘마음’버스가 되면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점차 마음을 나눠 간다. 저학년 학생들에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전하는 경험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수업 실행하기
1차시 상상하여 표지 그리고 제목 추측하기
첫 번째 수업에서는 ‘상상’과 ‘추측’을 주된 활동으로 한다. 책표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은 오직 선생님의 설명만 듣고 그림을 그린다. 표지를 그리기 전, 먼저 표지에 대한 정보를 키워드로 제공한다. 장소는 어디인지, 사람이 몇 명 있는지,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 지 등의 정보를 들려준다. 『마음버스』 표지에는 버스 정류장에 여섯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맨 왼쪽 그림 요소부터 차례대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의사소통 능력 중에서 듣기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올바른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수업 중 선생님의 설명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통해 듣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려진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키는 어느 정도인지, 자세는 어떤지, 앞을 보고 있는지 옆을 보고 있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주어야 학생들이 인물을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교사는 너무 자세한 정보까지 주지는 않도록 한다. 가령, 책표지 기준 맨 오른쪽에 서 있는 할아버지는 배가 많이 나와 있는데, 그 크기까지 가늠할 수 있도록 알려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상상하여 그릴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한, 하늘에 꽃잎이 휘날린다고 모양도 너무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아야 학생들은 저마다 다르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적당한 정보가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그림을 다 그리면, 교사는 책표지를 학생들에게 공개한다. 학생들에게 실제 책표지와 자신이 그린 표지를 비교한 뒤,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무엇인지 작성해 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책표지를 보고 책제목을 추측해 보도록 한다. 책표지에 버스정류장이 등장하기에 버스를 떠올리는 학생들은 많았지만, 이곳에 정차하는 버스가 ‘마음’ 버스라는 사실을 맞힌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교사는 학생들이 퀴즈를 푸는 것처럼 즐겁게 수업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학생들이 마음껏 추측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차시 책 속 장면으로 줄거리 예측하기
이제 책의 줄거리를 예측해 보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그림을 보고 책의 내용을 예측해 보는 심화된 ‘상상 수업’을 진행해 보았다. 먼저, 교사는 책 속에서 주요 장면 네 가지를 정하여 인쇄한다. 네 장의 이미지를 잘라서 학생들에게 장면의 순서를 섞어서 제공한다. 학생들은 각자 네 가지 그림을 보고 책 속 줄거리를 예측하며 그림의 순서를 정해 본다. 정한 순서대로 활동지에 그림을 붙이고, 붙인 그림을 보고 그 아래에 줄거리를 상상하여 적어 본다. 어떤 학생은 ‘곰 부자’를 첫 번째 그림으로, 어떤 학생은 마을버스를 보고 있는 곰 아저씨를 첫 번째 그림으로 선택한다. 곰 아저씨를 버스 기사로 생각한 학생도 있고, 지나가는 행인으로 보는 학생도 있다. 각자 그림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방향도 다르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채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큰 즐거움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고른 순서 모두가 맞는 것임을, 자신의 상상대로 즐겁게 이야기를 적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다만, 가끔 자신이 고른 그림의 순서와 다르게 줄거리를 작성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그런 경우에는 원하는 줄거리를 함께 이야기해 보고 그림의 순서를 다시 바꾸거나 줄거리를 수정하도록 안내한다. 참고로, 이번 수업의 1차시와 2차시 활동은 학교도서관저널에서 펴낸 『그림책 활동 100』(그림책사랑교사모임)에 있는 활동을 참고한 것이다. 이 책에는 실제 수업에 활용하기에 아주 좋은 다양한 독서활동들이 있다. |
『그림책 활동 100』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학교도서관저널│2023 |
3차시 나만의 마음버스·마음신호등 표현하기
이어서 나만의 특별한 마음버스를 만들어 보았다. 이전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다양한 상상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줄거리를 예측하면서 즐거워했지만, 가장 좋아했던 활동은 3차시 활동이었던 것 같다. 우선 학생들에게 눈을 감고 상상해 볼 시간을 준다. “지금 바로, 갑자기,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면, 누구랑 어디로 가고 싶나요?” 어떤 학생은 바다를, 어떤 학생은 워터파크를, 할머니 댁을, 해외를, 우주를 손꼽을 것이다. 신나는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먼저 가고 싶은 장소를 이정표에 적도록 하고,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을 적도록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그림을 먼저 그리느라 ‘마음버스 속 내 마음 알기’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2번 활동의 빈칸을 먼저 작성하게끔 지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이 버스를 탄 상상 속의 나는 어떤 마음 상태인지 질문하며 설레는 마음, 행복한 마음, 들뜬 마음 등 다양한 마음을 표현하도록 한다. 함께 가는 이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마음을 표현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과 설렘이 가득하다. 빈칸을 다 채운 학생들에게는 맘껏 마음버스를 색칠할 시간을 준다. 버스를 색칠하며, 나의 마음을 ‘마음 신호등’으로 나타내도록 안내한다. 신호등 색은 노랑(즐거움)일 수도, 분홍(설렘)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대로 원하는 색을 골라 칠하도록 한다.
나만의 마음버스 만들기 활동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작가와의 만남에 대비하기 위해 작가님께 학생들과 어떤 활동을 할 예정이실지 미리 여쭤 보았다. 작가님께서 ‘○○버스’라는 단어를 제시하여 새로운 버스의 이름을 만들고, 꾸며 보는 활동 등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최대한 활동이 겹치지 않게끔 수업을 구성했다. 『마음버스』로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다면, 작가님께 어떤 활동을 하실지 미리 여쭤보고 수업을 진행하길 권한다. 활동이 겹치지 않으면 수업을 더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4차시 나만의 마음부채 만들기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마음부채 만들기’를 진행했다. 『마음버스』가 열린 결말을 가진 책이라서 뒷이야기 상상하기를 진행할까 고민했지만, 수업 대상이 저학년 학생들임을 고려해 마음 부채 만들기로 진행했다. 책에 등장하던 인물들은 처음엔 서로 인사도, 안부도 묻지 않을뿐더러 버스 기사의 인사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버스의 이름이 ‘마음 버스’로 바뀌고 난 뒤에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음’이 통해서 가능한 변화였다.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마을버스가 마음버스로 바뀌기 전과 후의 그림을 각각 한 장씩 보여 주고 그림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령, 마을버스일 때의 배경(하늘)은 회색, 마음버스로 바뀐 뒤의 배경은 하늘색이다. 버스의 이름이 바뀌는 시점을 전후로 인물의 표정도 말투도 달라진다. 학생들에게 차이점을 발표해 보도록 하고, 무엇이 변했는지 이야기를 나눠 본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종이부채를 하나씩을 나누어 준다. 각자 속상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고 그럴 때 나는 어떤 마음이 드는지 한쪽 면에 감정 표현을 적도록 하고, 당시의 표정도 그려 보도록 한다. 반대쪽 면에는 그런 상황에 나는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쓰고, 위로를 받은 뒤 변화된 표정을 그리도록 한다. |
2024년 1학기 말, 커다란 행운으로 김유 작가님을 다시 한 번 뵐 수 있었다. 예전에 근무한 학교에서는 동화 『겁보 만보』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마음버스』로 만났다. 2학년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작가님을 만났다.
작가님은 『마음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작가가 되기 위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책을 써 오셨는지, 소복이 작가님과 협업하시는 다른 작품 등은 무엇인지 알려 주셨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과 학생들은 ‘나만의 ○○버스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행복버스, 행운버스, 기적버스 등 다양한 버스를 만들었으며 작가님 바로 옆에서 발표하는 기회도 얻었다! 아이들은 작가님과 함께 부대끼면서 더욱 즐거워했다. 작가님께 편지를 써 온 학생, 싸인을 받기 위해 미리 작가님의 책을 사서 가져온 학생들도 있었다. 작가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다 싸인을 해 주셨다! 학생들 모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김유 작가님과의 만남 당시 수업 모습.“ 학생들은 행복버스, 행운버스, 기적버스 등 다양한 버스를 만들었으며
작가님 바로 옆에서 발표하는 기회도 얻었다!”
마음을 언어화하는 걸음마를 뗀다는 것
마음먹기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고, 달라진다는 것. 학생들은 이 사실을 수업을 통해 얻어 갔길 바란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여러 방식으로 표현해 보았다. 상상하여 표지 그리기, 줄거리 예측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상상력을 향상했다.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말이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학생들은 수업 이후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여러 가지 상상하는 활동이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그림 그리는 활동이 많아서 엄청 신나고 즐거웠어요.” 반면, 몇몇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줄거리를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저학년이다 보니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신나고 즐거워했지만 글을 길게 쓰는 것은 서툴고 어려워하였다. 그렇지만 짧게나마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수업은 중학년이 되기 전 어린이에게 꼭 필요하다. 다음에 같은 활동을 한다면, 줄거리를 만들 때 예시를 들려주어 학생들이 더욱 쉽고 재미있게 책 이야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겠다. 다음 호에는 중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한 동화책 활용수업 사례를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