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인공지능: 함께 읽는 미래] 지적 희열을 나누는 교과 융합 독서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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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2-04 11:03 조회 1,139회 댓글 0건본문
지적 희열을 나누는
교과 융합 독서토론
김보란 인천남중 사서교사
방학 전, 도서 대출 기간과 권수를 늘인다. 독서를 즐기는 것도 좋은 휴가 방법임을 선생님들께 메시지로 전한다. 메시지에 여름·겨울에 읽으면 좋을 추천도서와 짧은 추천평을 포함한다. 메시지가 발송되자마자 도서관으로 직접 오거나 메시지나 전화로 책을 ‘찜’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음에 직업적 안도감과 공감을 느껴 마음이 뿌듯해진다. 책을 반납하는 선생님께는 후기를 여쭤보기도, 책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한 권의 책으로 함께 생각을 나누는 공감의 시간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이런 경험이 하나둘씩 쌓이면 자연스레 교사 독서토론이나 교과 협력수업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다. 교과교사와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기에 책은 훌륭한 매개가 된다. 이번에는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의 절정이자 마무리인 독서토론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전의 모든 준비과정은 이번 독서토론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Build up)’이라 할 수 있다. 주제도서 한 권으로 여러 교과를 연계한 독서토론 수업을 살펴보자.
교과 융합 독서토론의 순서
지난 호에서는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의 준비와 절차, 그리고 사전 수업 내용을 공유했다. 약 한 달의 기간을 두고 교사 협의 및 독서토론을 2회에 걸쳐 운영하고, 관련 영화 감상 및 토론과 책 내용에 관한 질의응답을 갖춘 수업 시간을 2회로 구성하여 운영했다. 교과 융합 독서토론의 운영 내용은 다음 그림과 같다.
운영 순서를 살펴보자. 첫째, 주제도서 『작별인사』(김영하)에 따른 토론 주제는 “미래사회,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로 정했으며 국어, 과학, 기술·가정, 도덕 4개 교과가 협력하여 운영했다. 둘째, 각 교과에서 주제도서를 읽고, 교과 주제와 연관된 발문을 도출하여 활동지로 만들어서 토론 수업 전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셋째, 수업 대상은 방과후 수업 참여 학생 10여 명으로, 토론 방식은 자율적인 의사 표현과 질의응답이 가능한 ‘기찻길 토론’으로 선택했다. 이 토론은 사전 질문지를 바탕으로 자신이 발표하고 싶은 발문에 “정차합니다”를 외치며 이야기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을 더 듣고 싶은 발문에는 “지나갑니다”를 외치는 비경쟁식 토론 방식이다. 넷째, 사서교사는 책 내용 전반에 대한 발문과 원활한 토론을 위해 진행을 맡기로 했다. 단, 각 교과의 발문과 학생들의 의견에 대한 보충 설명은 교과교사가 역할을 나누어 맡기로 했다.
첫째, 역할 분담을 통해 토론 효과 높이기
토론을 주관하는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발문 도출이다. 지식책을 주제도서로 삼을 경우 책 내용을 확인하고 지식 확장을 중심으로 하는 발문이 필요하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주제를 발문으로 삼으려면 ‘교사의 공부’는 필수다. 문학작품을 주제도서로 삼을 경우 자율적인 감상 위주의 발문이 가능하지만, 독자에 따라 감상하는 방법이 다르고 교수자의 발문 범주에 따라 자유로운 문학적 해석이 떨어질 수 있다. 다교과 융합 독서토론을 통해 지식책과 문학책의 장점을 살려 발문을 구성할 수 있다. 교과 주제에 대한 질문과 학생 답변에 대한 추가 설명을 교과교사가, 전반적인 감상 위주의 공감이 가능한 발문을 사서교사가 나누어 꾸린다면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풍부한 독서토론을 운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의 생각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교과선생님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어떻게 답변이 연결되고 확장되는지 볼 수 있어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
둘째, 교과를 연계한 발문으로 융합 더하기
각 교과별 발문과 사서교사의 발문을 더해 만든 독서토론 활동지 항목은 오른쪽 페이지와 같다. 활동지에는 각 교과 주제와 연계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넣어서 교과의 연계성을 높였다. 발문별로 교육과정을 연계했는데, 추후 해당 도서를 교과 수업 혹은 도서관협력수업으로 확장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발문은 각 교사가 맡아서 하되, 학생들의 답변이 끝나면 해당 교사가 추가 질문과 답변을 잇도록 했다. 발문의 답변은 학생 중심으로 하되, 교사도 발문에 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각자의 교과 발문 이외 다른 교과의 발문에 대한 고민을 학생들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사서교사는 독서 후 활동으로 작품 속 공감 가는 캐릭터와 제목에 대한 추론 질문을 건넸다. 등장인물이 겪는 사건, 인물들이 했을 생각과 느꼈을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아이들은 문학적 소통을 경험한다. 필자는 마지막 질문이었던 제목 ‘작별인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과 교사 대다수는 “인류의 마지막에 보내는 미래의 메시지”라고 답했으나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하여 “철이가 선이에게 보내는 인사”, “철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인사”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셋째, 소설 인물을 통해 '미래사회 인간'에 관해 사유하기
국어교사는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라는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많은 아이들이 ‘인간 고유성’에 관해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명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많았으나 부모님과의 유전적 특징, 일기장에 적어 놓은 삶에 대한 고민 등으로 입증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도덕교사는 “주인공의 선택의 순간”에 질문의 초점을 맞추었다. 먼저, 주인공 철이의 선택의 순간을 나타낸 장면을 교사가 설명하고, 이후 아이들이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했다. 만약 자신이 주인공의 입장에 처했다면 그 순간 어떠한 선택을 했을지 각자 의견을 이어 나갔다. 학생들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삶의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 갔다.
과학교사는 “뇌를 업로드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발문을 통해 인간 신체의 필요성에 관해 논의를 이어갔다. “100세 시대, 현대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질병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뇌를 업로드하는 책 속 사회가 낫지 않을까?”, “신체 활동의 즐거움과 감각이야말로 삶의 의미일 것”이라고 학생들은 답했다. 즉, 불멸보다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누리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다만 질병과 노화가 없는 삶에 대한 욕망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잇따랐다.
넷째, 로봇이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 논하기
미래사회, 과학기술의 발달과 관련해 기술·가정교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에 관한 질문을 제시했다. 많은 아이들이 주인공 철이를 예로 들어, 인간의 외적 요소(피부 조직, 피, 장기 등)와 내적 요소(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주인공의 마지막이 ‘인간다운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다움의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렵다는 답변과 그럼에도 내가 가진 나만의 고민, 생각을 닮은 기계가 나온다면 두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독서토론에서 교사는 꾸준히 발문을 도출하고 질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답변이 또 다른 질문으로, 생각으로 확장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학생들이었다. 교사는 토론의 참여자로, 학생들의 생각을 이끄는 보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생각이 새로운 물꼬를 트고, 다른 생각의 물길과 만나 깊이를 더할수록 아이들의 신난 표정과 목소리가 느껴졌다. 현장감 높은 토론이었다.
학생들은 솔직하다. 독서프로그램의 만족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보는 것보다 수업 현장에서 맞닥뜨린 표정과 환호를 살필 때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독서토론은 단기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기 어렵다. 책에 대한 이해력, 질문을 파악하는 능력, 답변을 구상하는 사고의 유연성은 학생들의 학습발달에 초점을 맞추어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향상되는 것이다. 교과교사와 함께 토론 수업을 꾸리고자 할 때 교육과정 공동 디자인 및 주제도서 연계 과정이 쉽지 않다. 게다가 여러 교과와 연계한다면? 아이들에게 효과 높은 수업이라 할지라도 수업 준비부터 겁이 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운영과 수업 일정이 빠듯한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나는 망설이곤 한다. 제대로 시작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언제나 나를 겁쟁이로 만드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다.
‘시작이 반이다.’ 우선 시작으로 반을 채워 보면 어떨까? 한 교과와 연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읽었던 책은, 연구했던 교육과정은, 개발했던 발문들은 모두 고스란히 사서교사의 노하우로 남기 때문이다. 이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교사의 전문 영역이 되어 또 다른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