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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한 글,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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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7:09 조회 9,27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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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한편 아이들의 서가에서는 아이들만큼이나 다양한 책들이 춤을 춘다. 저마다 ‘나를 읽어 보아요’, ‘내가 제일 재미있어요’ 하며 뽐내듯 종알거리고 있다. 그런책들 사이에서 『초정리 편지』는 네모반듯한 판본체 제목을 입고 서서 초연하게 반듯이 서 있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진중한 모습에 손이 먼저 갔다. 앞표지를 보니지게를 진 사내아이가 나를 힐끗 본다. 사내아이 뒤로 멀리 호기심어린 표정의 여자아이가 붓을 들고 땅에다 글자를 쓰고 있다. 아이 둘의 배경으로 한글 자모들이 널려 있고 옛 책들처럼 책 제목이 오른편 위에 세로로 적혀 있다. 제목에 편지가 들어가니 표지에 여자아이가 글을 쓰고 한글 자모들이 널려 있나 보다 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표지보다는 꽤나 무거운 책이었다. 아이둘의 천진난만한 모습 뒤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장운이가 있었다. 배고프고 가난한 아이다. 어미를 잃고 나뭇짐을 해서 아픈 아비를 모시는 씩씩한 아들이다. 옛이야기에 종종 등장하는 그런 아이다. 배고프고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바르고 씩씩한 아이. 지혜로 어려운 일을 해결하고 불의에 맞서 나중에는 결국 복을 받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예상하며 한 장씩 책장을 넘겼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의 들머리부터 암행을 하는 임금이 나온다. 신분을 숨긴 임금 눈에 들어 나중에 상을 받는 내용인가 보다 하며 읽어 나갔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아니다. 우리글 ‘한글’이 나온다. 이야기가 점점 재미나다. 장운이는 산속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할아버지(임금)에게 한글을 배운다. 한글을 잘 배워서 할 아버지와 편지도 나누고 상도 받는다. 근심 많은 토끼눈 할아버지는 장운이가 기특하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글을 잘도 깨쳐서이다.

알려 준 글로 편지를 잘도 써서이다. 할아버지와의 편지가 한창일 때 할아버지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종적을 감춘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알려 준 글은 장운이에게 남아 있다. 그 글을 누이인 덕이에게도 알려 준다. 그런데 아비의 약재비로 생긴 빚 때문에 덕이가 종살이를 가게 된다. 멀리 가서 소식도 알 수 없었던 덕이가 우연히 만난 동네 사람 편에 편지를 보낸다. 장운이도 편지로 답을 한다. 그리고 장운이는 동네 또래인 난이와 오복이에게도 글을 가르쳐 준다.

오복이는 덕이에게 편지도 한다. 난이는 약초에 대한 생각이나 지식을 글로 남긴다. 양민인 장운이가 양반인 윤초시댁 마님에게도 글을 가르쳐 준다. 장운이는 글을 몰라 땅을 빼앗긴 아버지를 두었다. 하지만 글을 알고는 달라졌다. 민초들도 쉬운 글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으며,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한문을 알지 못했던 대다수 백성의 삶이 한글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장운이를 통해 알려 준다. 장운이는 아버지를 따라 석수장이 길로 들어선다. 석공일은 한글을 깨친 것과 함께 장운이의 운명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된다.

석공일로 장운이는 결국 임금과 다시 만나게 된다. 석공 일 중에도 장운이는 한글을 석수장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 흙바닥 훈장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다. 석수일로 한양에 오면서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배운 글이 한글임을 알게 되고 한글을 임금에게 직접 배운 것 또한 알게 된다. 항상 품고 다니던 초정리에서 임금이 써 주었던 편지를 보여 주는 임금과 다시 만난다. 임금과의 대화를 통해 임금의 근심 걱정이 해소되는 것을 알려준다. 쉬운 글자 체계로 어리석은 백성일지라도 한글을 쉽게 깨우쳐 글을 쓰고 읽어 서로 뜻을 좀 더 쉽게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임금은 장운이에게 연꽃의 확이 깨진 부분을 어떻게 다시 아름다운 제 모습으로 고칠지도 알려 주면서 장운이의 큰 걱정을 해결해 주기까지 한다.

한글은 그 창제의 목적이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내가 한글로 만들어진 책을 읽고 그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것 또한 지금까지 한글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만든 글, 한글은 장운이와 누나 덕이의 편지가 되어 멀리 떨어진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게 했고, 장운이와 그 동네 친구들의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게 했고, 글을 몰라 땅문서도 집문서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민초들을 깨우쳤으며 장운이와 임금님이 서로 뜻을 전할 수 있게 했다. 한글은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장운이 같은 백성도 임금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된 놀라운 문자다.

『초정리 편지』는 지금 우리 삶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한글이 세종대왕이 만들 처음에는 어떻게 백성들에게 퍼질 수 있었을까 상상해 보게 해 주었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리나라 백성들의 삶은 어쩌면 공기나 물이 없는 것과 같은 삶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어떤 언어보다 영어가 중요하다는 듯이 여겨진다. 우리의 글인 한글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본디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어스러져 가고 있다. 『초정리 편지』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 한글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더 나아가 지금의 우리에게 한글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한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깊이 있게 되새겨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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