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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나에게 정말 소중한건 바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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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7:06 조회 8,96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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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필통 못 보셨어요?”, “선생님, 실내화가 없어졌어요!!!”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아이들의 다급하고도 울먹이는 목소리.“ 아니, 못 봤는데, 잘 찾아보렴. 어딘가에 있겠지, 같이 찾아보자.”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켜 주려고 이렇게 말을 하긴 하지만, 그 물건은 쓰레기장이나 화장실 같은 쉽게 찾기 힘든 곳에 숨겨져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분명히 다른 아이들이 일부러 찾지 못할만한 곳에 숨겨놓았을 테니까요.

교사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선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런 일을 대할 때마다 “아이들은 순수할거야”하고 생각해 왔던 나만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지고 맙니다. 한 아이 한 아이 일대일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 예쁘고, 착하고, 예의바르고,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녀석들인데, 그 아이들이 두명, 세 명씩 모이면 ‘왜 이렇게 나쁜 에너지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수업시간에도 나쁜 에너지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담임선생님 시간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독서수업시간에 왕따를 당하는 친구 옆에 앉기 싫어서 냄새가 난다는 둥, 이상한 짓을 한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함께 앉기를 거부하는 친구들이 자주 보입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그런 모습에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워하지만 나중에는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교사인 내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독서치료 프로그램이라도 운영해 볼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곧 ‘한두 번으로 뭐가 달라지겠어?’, ‘에이~ 담임선생님도 어찌하기 힘든 상황인데, 담임도 아닌 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을 거두게 됩니다.

어느 날 무심코 흘려들었던 왕따 관련 뉴스가 생각납니다. 한 여중생이 같은 반 친구 두 명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일을 벌였을까?’,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무너진 교실』을 펼쳤습니다.

‘아이답지 않은 아이’라는 말을 듣는 미즈키는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시큰둥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속에 열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쁜 꽃을 보면 교실에 꽂아두고 싶고,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아이입니다. 그에 비해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다운 아이’ 하루히는 밝고 쾌활한 아이였습니다. 자기가 생각한 일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꼭 해야만 하는 친구였죠. 그 둘은 단짝친구이긴 하지만 미즈키도 항상 하루히가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항상 어른들, 선생님께 예쁨 받는 하루히에게 샘이 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으니까요.

같은 반 친구들도 그런 하루히에게 같은 감정을 느꼈나 봅니다. 하루히를 따돌리기 시작했거든요. 하루히의 물건을 숨기기도 하고, 하루히가 나누어 주는 급식을 먹지 않고 버리는 일까지 생깁니다. 하루히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담임선생님이셨던 것 같습니다. 교사란 아이들 한명 한명의 눈을 맞추어 주어야 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 한 명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요.

그러던 어느 날 교코 삼총사가 하루히를 화장실에 가두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제서야 선생님도 하루히가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긴급학급회의를 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계신 바로 앞에서 아이들은 서로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선생님께 섭섭했던 일, 억울했던 일, 선생님이 미웠던 일…….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 놓게 되고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선생님도 그 상황이 마음속으로는 당황스럽고 힘들었겠지만 아이들 앞에서 “ 아직 어린 너희들이 어른인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버릇이 없구나” 라는 꾸짖음의 답변이나 “내가 잘못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 라는 식의 교과서적인 대답이 아니라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아이들이 솔직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그만큼 너희들이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말을 맺으며 학급회의를 마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도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게 됩니다. 그 속에 어른스러운 가코의 한 마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관 점이라는 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 남이 하는 말을 하나 하나 다 듣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 버려. 그래도 ‘진짜’는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해. 아니 .‘ 진짜로 소중한 일’이라고 해야 하나. 주위 사람이 뭐라고 하든 마코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야.”

약간은 상투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이긴 하지만 그 해피엔딩 덕분에 왕따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마음 가볍게 풀어나갈 수 있었고, 쉽게 술술 읽다 보면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극적인 아이, 인정받고 싶은 아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운 아이 등 책을 읽다 보면 자기 자신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특히 저는 사카키바라 선생님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답니다. 십여 년간 교사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저에게, 어느새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 현장에서 편애보다도 더 무섭다는 무관심이라는 독초가 제 마음속에 슬금슬금 자리잡기 시작했거든요.

담임선생님보다는 영향력이 적은 자리이긴 하지만, 함께 놀 친구가 없어서 도서실에 들러 우울한 표정으로 책만 보다 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살짝 미소 지어 주며, 따뜻한 말 한 마디, 정겨운 눈빛 한번 건네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코의 말에 좀 더 덧붙여 어린시절 저의 모습을 보는 듯한 미즈키에게 한마디 남기며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 미즈키, 이제 알겠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중요한건 아니란다.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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