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자유로운 가난뱅이로 살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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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7:12 조회 8,518회 댓글 0건본문
요즘 학교 모습을 보면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동료를 밟고 위로 위로 오르려는 거대한 벌레들의 탑이 떠오른다. 인격을 수양하고 삶의 이치를 찾기 위해 공부한다는 얘기는 하품 나는 고리타분한 옛이야기일 뿐이고 학력이 곧 좋은 직업이요, 돈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온 나라가 공부에 목숨을 걸고 있어. ‘공부해야 밥 준다’, ‘2호선을 타자’,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1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와 같이 우스꽝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살벌한 급훈들이 버젓이 교실 앞에 걸려 있기도 하지.
그러니 겨울도 아닌데 수업시간에 깊은 겨울잠을 자며 피부미용에나 힘쓴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에 발을 딛자마자 ‘아이쿠, 공부 좀 더 할걸’ 후회하며 이곳저곳 문을 두드려 보지만 어느 곳에도 발붙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야(협박 아닌 현실임!). 그렇다면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잘 살게 될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을 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웬만큼 월급 받으며 산다고 해도(단, 20대의 5%만이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늘 언제 잘릴까 마음이 불안하여 ‘칼 퇴근이 웬 말이냐’며 일중독에 빠져 살고, 엄청난 집값 때문에 번 돈을 대부분 은행 대출을 갚는 데 바쳐야 하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아닐는지.
너무 우울한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도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가 심해져 ‘격차사회’라는 말이 생겨나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유보한 채 학교에, 직장에 청춘을 바쳐 충성하려고 하다보니 우울증과 범죄가 늘어나고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같은 족속도 생겨났다고 해.
그러고 보면 이 무한경쟁의 사회에서는 승자, 패자할 것 없이 누구도 행복하게 살기 힘들다는 말인데 이 사회에서 사회의 승자반인 우등반(누구나 될 수 있다고 유혹하지만 사실은 90% 이상을 떨어뜨려야 가능한)을 위한 노예가 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가난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겠노라고 외치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인 ‘마쓰모토 하지메’란 사람이야.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최신 유행 정보를 입수한 다음 ‘잇걸’이 되기 위한 명품쇼핑을 꿈꾸는 이들에게 집을 싸게 구하는 방법이나 공짜로 음식 먹는 방법, 차를 공짜로 얻어 타는 방법, 심지어 노숙의 기술까지 가르치는 이 책은 어쩌면 코웃음 거리밖에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부족한 판에 가난뱅이로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라니!! 배고플 때 다다미(바닥에 까는 돗자리)를 요리해 먹는 방법 같은 건 선생님이 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궁상스럽기까지 해. 그러나 킥킥거리며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작가의 이런 행동은 단순히 어느 괴짜의 재미있는 기행이 아니라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경쟁 사회에서 너도 살고 나도 살기 위해 서로 도우며,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기 위한 진지한 몸부림이란 걸 알 수 있어.
작가는 대학 때부터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해 활동했는데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에 대항해 식당 앞에서 카레를 만들어 아주 싸게 팔거나, 야간 대학을 없애려는 대학당국에 대항해 간고등어암치(우리의 자반고등어와 비슷한데 구린내가 난다고 한다)를 대학사무실 앞에서 구우며 커다란 부채로 부채질을 해 냄새를 피우는 등 기발한 시위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어. 시위도 참 재미있게 하지?
지금은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5호점 점장인데 이런 작은 가게들이 활성화되어야 사람들의 삶이 안정되고 이들끼리 연대하며 문화도 이뤄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또 공방 같은 것을 마련해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자기 손으로 물건을 수리하고 만들어 쓴다면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고 해.
선거 때는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 첫날부터 미국인 DJ에 래퍼까지 동원해 축제를 펼치고 헤비메탈 그룹의 공연, 무도회, 마지막 날엔 토크이벤트를 펼치며 가난뱅이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작전을 퍼뜨리기도 했지. 한마디로 부자가 지배하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기 나름의 재미있는 방법을 동원해 온몸으로 즐겁게 저항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여유 있는 생활을 추구하느라 공부를 등한시 하는 아들놈에게 “너 그렇게 공부 안 해서 뭐 해 먹고 살래?” 걱정스럽게 묻곤 하는데 “그냥 가난하게 살지 뭐”라는 녀석의 대답을 듣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면 아등바등 경쟁사회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구나. 마쓰모토 하지메처럼만 산다면 오늘 조금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걱정할게 없을 것 같아. 그러려면 자기 인생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힘이 있어야겠지만.
‘남보다 한 글자라도 더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 선생님이 경쟁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가난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을 사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니까. 선택은 너희 것! 지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그 선택에도 격려의 박수를 잊지 않을게. 또 이 책을 읽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저당 잡힐 수는 없다고, 학생도 인간답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에도 뜨거운 지지를 보내 주마. 그렇다고 가난뱅이의 생존 기술이라면서 종이박스 같은 걸 끓여 먹지는 마라. 배 아프다.
그러니 겨울도 아닌데 수업시간에 깊은 겨울잠을 자며 피부미용에나 힘쓴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에 발을 딛자마자 ‘아이쿠, 공부 좀 더 할걸’ 후회하며 이곳저곳 문을 두드려 보지만 어느 곳에도 발붙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야(협박 아닌 현실임!). 그렇다면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잘 살게 될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을 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웬만큼 월급 받으며 산다고 해도(단, 20대의 5%만이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늘 언제 잘릴까 마음이 불안하여 ‘칼 퇴근이 웬 말이냐’며 일중독에 빠져 살고, 엄청난 집값 때문에 번 돈을 대부분 은행 대출을 갚는 데 바쳐야 하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아닐는지.
너무 우울한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도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가 심해져 ‘격차사회’라는 말이 생겨나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유보한 채 학교에, 직장에 청춘을 바쳐 충성하려고 하다보니 우울증과 범죄가 늘어나고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같은 족속도 생겨났다고 해.
그러고 보면 이 무한경쟁의 사회에서는 승자, 패자할 것 없이 누구도 행복하게 살기 힘들다는 말인데 이 사회에서 사회의 승자반인 우등반(누구나 될 수 있다고 유혹하지만 사실은 90% 이상을 떨어뜨려야 가능한)을 위한 노예가 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가난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겠노라고 외치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인 ‘마쓰모토 하지메’란 사람이야.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최신 유행 정보를 입수한 다음 ‘잇걸’이 되기 위한 명품쇼핑을 꿈꾸는 이들에게 집을 싸게 구하는 방법이나 공짜로 음식 먹는 방법, 차를 공짜로 얻어 타는 방법, 심지어 노숙의 기술까지 가르치는 이 책은 어쩌면 코웃음 거리밖에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부족한 판에 가난뱅이로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라니!! 배고플 때 다다미(바닥에 까는 돗자리)를 요리해 먹는 방법 같은 건 선생님이 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궁상스럽기까지 해. 그러나 킥킥거리며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작가의 이런 행동은 단순히 어느 괴짜의 재미있는 기행이 아니라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경쟁 사회에서 너도 살고 나도 살기 위해 서로 도우며,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기 위한 진지한 몸부림이란 걸 알 수 있어.
작가는 대학 때부터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해 활동했는데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에 대항해 식당 앞에서 카레를 만들어 아주 싸게 팔거나, 야간 대학을 없애려는 대학당국에 대항해 간고등어암치(우리의 자반고등어와 비슷한데 구린내가 난다고 한다)를 대학사무실 앞에서 구우며 커다란 부채로 부채질을 해 냄새를 피우는 등 기발한 시위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어. 시위도 참 재미있게 하지?
지금은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5호점 점장인데 이런 작은 가게들이 활성화되어야 사람들의 삶이 안정되고 이들끼리 연대하며 문화도 이뤄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또 공방 같은 것을 마련해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자기 손으로 물건을 수리하고 만들어 쓴다면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고 해.
선거 때는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 첫날부터 미국인 DJ에 래퍼까지 동원해 축제를 펼치고 헤비메탈 그룹의 공연, 무도회, 마지막 날엔 토크이벤트를 펼치며 가난뱅이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작전을 퍼뜨리기도 했지. 한마디로 부자가 지배하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기 나름의 재미있는 방법을 동원해 온몸으로 즐겁게 저항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여유 있는 생활을 추구하느라 공부를 등한시 하는 아들놈에게 “너 그렇게 공부 안 해서 뭐 해 먹고 살래?” 걱정스럽게 묻곤 하는데 “그냥 가난하게 살지 뭐”라는 녀석의 대답을 듣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면 아등바등 경쟁사회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구나. 마쓰모토 하지메처럼만 산다면 오늘 조금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걱정할게 없을 것 같아. 그러려면 자기 인생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힘이 있어야겠지만.
‘남보다 한 글자라도 더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 선생님이 경쟁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가난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을 사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니까. 선택은 너희 것! 지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그 선택에도 격려의 박수를 잊지 않을게. 또 이 책을 읽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저당 잡힐 수는 없다고, 학생도 인간답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에도 뜨거운 지지를 보내 주마. 그렇다고 가난뱅이의 생존 기술이라면서 종이박스 같은 걸 끓여 먹지는 마라. 배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