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알래스카는 나이고, 나는 알래스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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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9:52 조회 8,889회 댓글 0건본문
에스키모들은 자신들을 ‘이누이트’라고 부르며, 특히 북부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들을 ‘이누피아트’라고 한다. 이 말은 참사람이란 뜻이다. 저자 이레이그루크는 백인 남자와 이누피아트 여자 사이에 태어났지만 그들로부터 버림 받았다. 하지만 그를 걷어준 양부모와 형제로부터는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는 전근대 삶과 현대 삶을 공유하는 성장기를 거쳤다.
추위는 이누피아트를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이다. 영하 45도까지 떨어지고 몇 개월 동안 밤이나 낮만 지속된다. 대체 영하 45도에서는 얼마나 추울까? 추운 겨울에 땀이 날 정도로 작업을 하면 순간끝장이 난다고 한다. 올해 한참 추울 때 태백산을 갔었다. 정상에 오르면서 손이 시렵기 시작했다. 장갑을 2개나 꼈지만 손끝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걸으면서 엉덩이에 난 땀이 얼기 시작했다. 이대로 이 산에서 밤을 지내면 엉덩이 살이 동상으로 썩을 것 같았다. 이 보다 더 큰 고통이 올 것 같았다. 화장실도 변변히 없는데 그렇게 추운 밤에 생리현상은 어떻게 처리할까? 그는 한밤중에 배탈이 났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참았지만 결국 똥물을 줄줄 흘리다, 이브룰리크(뗏집)안에다 실례를 했다.
한 겨울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저장해야한다. 그중 별미는 우크니크이다. 이것은 바다코끼리나 물범의 물갈퀴로 만든 음식으로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물갈퀴를 아주 꼼꼼하게 손질한 뒤 물범기름이 든 물범자루 속에 몇 달 또는 일 년간 저장해둔다. 그러면 물갈퀴가 발효되어 진미가 된다. 하지만 세심하게 손질하지 않으면 보툴리누스 독으로 오염된다. 이레이그루크 가족은 오염된 우크니크를 먹고 양아버지와 임신한 형수를 잃었다.
가족은 전세계 공통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그들에게는 더욱 중요한데, 생존과 동일한 의미이다. 혹독한 환경에서 가족으로부터 추방당하는 것은 죽음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족 안에서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사랑은 혹독한 자연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들에게 문명의 이기는 사냥을 편리하게 해주고 이동을 빠르게 해주었지만 몸을 망치는 역할도 했다. 그들은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아이들은 단 맛에 길들여 이가 썩어 약해졌다. 이가 약한 이누피아트는 딱딱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중요한 도구인데, 가죽장화와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기도 했다. 주로 여자들이 만드는데 이를 하도 많이 사용해서 이가 닳아서 짧아진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적은 술도 설탕도 아닌 미국이었다. 미국 정부는 그들의 문화를 말살하려 했다. 특히 정부의 허가를 받은 선교단체들은 그들의 문화가 이교도적이며 죄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문자가 없었기에 역사와 문화를 구전으로 전수받았다. 그런데 교실에서는 절대로 그들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심지어 집에서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교실에서 이누이트말을 사용할 경우 반성문을 쓰게 하고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다. 교육기관은 그들에게 영어, 타이핑, 금속 세공, 소형 엔진 수리, 목공 같은 직업훈련을 시켰다. 이들이 졸업후 재배치 프로그램에 의해서 도시에서 취직하지만 배운 한계 때문에 낮은 보수를 받았고 하층민이 되었다. 때론 환경이 달라지면서 병이 들어 죽기도 했다.
평범한 이누피아트로 살수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에겐 기회가 왔다. 우연히 만난 ‘딕 밀러’라는 청년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알래스카에서 8학년 과정을 마치고 테네시주에 있는 기숙학교를 다니게 된다. 그는 모든 것을 열심히 했다. 미식축구를 처음 접했지만 노동과 추위로 단련된 몸으로 학교 대표 선수까지 했다. 고등학교를 마친 후 고향으로 잠시 돌아 왔다가 대학에 입학한다. 여전히 돈이 없어서 고된 일을 해서 학비를 마련했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조지워싱턴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다.
대학시절 그는 미국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누이트가 어떻게 백인들에 의해서 수탈을 당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인디언사무국에서 일하면서 본토 인디언들이 땅을 빼앗기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 것을 보면서 자신들에게 직면한 위험을 알게 된다. 그는 대학원에 입학해서 법을 공부한다. 알래스카가 러시아의 수중에서 미국으로 넘어 갔지만 법이 모호해서 이누이트들은 시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외지인들은 이 모호한 법을 이용해서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버렸다. 당시 원주민들은 사유재산에 대해서 백지상태와 같았다.
하지만 노력 끝에 희망을 찾아낸다. 1959년 의회법에 의하면, 미국과의 계약에 따라서 알래스카와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모든 땅과 그 밖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명의는 전쟁이나 의회법에 의해서 획득된 것이 아니면 그 땅에 대한 ‘원초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던 중 유콘강에 댐을 세우는 계획이 발표된다. 정부는 적당히 원주민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진행시키려고 했다. 그는 모든 이누이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25살의 돈 없고 보잘 것 없는 청년의 말을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열한 개 마을에 편지를 보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우표 값 십 달러도 없어서 빌려야 했다. 그 사업을 진행하는 의원은 그를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주위 사람들을 설득했고 마침내 땅을 지키기 위해서 하원의원에 출마하게 된다. 이런 노력 때문에 미국 의회는 17만 8천 제곱킬로미터의 땅을 알래스카 원주민들에게 돌려주고 그들을 위한 자금으로 십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책정하는데 동의했고, 닉슨 대통령은 알래스카 원주민 토지청구권 타결 법안에 1971년 12월 18일 토요일에 서명했다.
한낮 보잘 것 없는 버려진 아이가 어떻게 이런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건 가족 사랑, 자연과 교감이 그의 몸과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삶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원주민은 알래스카와 유기체와 같다. 그 유기체 일원이 그이다. 그가 유기체이고 유기체가 그이다. 그는 유기체 속 한 점이다. 그는 유기체의 아픔을 느꼈고 위기를 감지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자연 속 삶,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환경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저자의 삶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