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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음악으로 화합을 꿈꾼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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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8:09 조회 8,83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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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쫓는, 한 손엔 펜, 한 손엔 첼로를 든 어두운 남자가 서 있다. 남자의 주변엔 나비 몇 마리가 날고 있다. 나비와 어두운 남자.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나비의 꿈』 표지의 인상이다. 그리고 남자와 나비의 연계성을 찾기 위해 책을 펼친다.

책을 다 읽고 자료조사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비의 꿈’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1917~1995이 독일에서 음악활동을 하던 중, 1967년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당시 작곡한 희극 오페라 <나비 미망인>의 원제이기도 하다. 오페라의 내용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한 작품을 써낸 그를 나비로 비유하고, 그가 평생 꾸었던 꿈들을 함께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비의 꿈>이라 제목을 붙인 게 아닌가 싶다.

‘아주아주 높고도 맑은 음악이 무대 가득 흐르고 있었어.
평화가 샘물처럼 흐르는 하늘의 소리 같았지.
하늘나라 선녀 심청은 상제의 명을 받았어.’_3쪽

책의 도입부,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공연, 오페라 <심청>의 묘사이다. 그리고 작가는 ‘누가 독일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 기념 공연에 한국의 옛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어 올렸을까?’라며 호기심을 자극해 온다. 그리고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그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 속에는 윤이상의 삶과 음악, 그리고 사상이 적절히 녹아 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 등 어렸을 적 유별나게 소리를 좋아했던 윤이상. 음악가의 꿈을 위해 유럽으로 떠난 그는 독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중 1967년 ‘동베를린 사건’으로 납치되어 간첩누명을 쓰고 형무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삶과 더불어, 떨리고 미끄러지고 끌어올려지는 곡선적인 동양의 음을 현대음악이라는 그릇에 솜씨 좋게 섞은 음악 이야기도 꽤 진지하게 담았다. 책 속에는 <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 <화염 속의 천사>, <에필로그> 등의 곡과, 오페라 <심청>, <나비 미망인>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남북통일음악제를 열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나비의 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윤이상의 성장과정과업적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서술한 대부분 위인전의 형식을 탈피하여, <심청>의 소개나 ‘동베를린 사건’의 도입처럼 시간의 순서가 아닌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서술로 인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내용을 운율감 있는 시처럼 풀어내 읽는 재미를 살렸다. 앞서 인용한 도입부 <심청>의 묘사 부분에서도 ‘있었어, 같았지, 받았어’처럼 같은 음이 반복되어 운율감이 살아 있고, 게다가 어조가 높았다, 낮았다 하여 마치 노래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운율감을 위해 생략한 부분들은 윤이상의 독백 형식을 취해 내용을 보완하였다.

또 다른 매력으로 이형진 작가의 그림을 들 수 있다. 작가 소개에 그는 ‘저는 그림을 구상하면서 윤이상 선생님의 힘들었던 삶과 고분벽화와 첼로를 그림에 함께 담아보려 애썼습니다’ 라고 밝혔듯이 그림 곳곳에 이들을 담으려고 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오페라 <심청>을 소개하는 부분은 옥황상제와 심청의 모습이 고구려 <사신도>의 선과 면을 보는 듯, 투박하고 거칠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상이지만, 곳곳에 오선지와 아기자기한 악기 등을 그려 넣어,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다른 이형진의 작품에서도 그렇듯이 『나비의 꿈』도 그림을 보는 게 썩 편하지는 않다. 겹쳐그리기, 덧그리기, 긁어내기, 그리고 철망, 천 등의 다양한 소재 사용으로 이끌어 나가는 그의 그림방식은 이야기를 잘 받쳐주면서도 독자적이다. 그런데 낯설고 불편하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다.

내용의 운율감과 불편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림들은 『나비의 꿈』의 강점으로 뽑을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 글에서의 운율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내용상 생략되거나 함축된 표현은 충분한 내용전달을 방해할 수 있고, 추상적이며 친근하지 못한 그림은 글을 보완해야 할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벽을 탁 쳐버린 거야_28쪽’라는 표현에서 ‘벽’이라는 말이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입국 금지 조치의 뜻이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수위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졌더라면 충실한 내용전달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3월 통영은 2010 통영국제음악제로 봄내음 못지 않게 음악향기로 가득했다. 이 음악제는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시작된 통영의 현대음악 축제로, 이번 음악제의 본공연은 3월 19일부터 25일까지였으며, 본 공연 일주일 전부터 프린지 공연이 펼쳐졌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Music+’. 음악에 문학, 미술, 무용,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것으로, 평생 화합을 꿈꾸고, 이를 음악에 담고자 했던 윤이상에게도 마음에 쏙 들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꿈이 펼쳐지고 있는 통영에 나도 언젠가 한번 『나비의 꿈』을 가지고 나들이를 나서 보고 싶다.

참고 자료
『윤이상 루이제 린저의 대담』, 홍종도 옮김, 한울, 1988.
『윤이상 연구, 김용환 편저』, 시공사, 2001.
통영국제음악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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