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그래, 언젠가 엄마도 떠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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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7:06 조회 7,177회 댓글 0건본문
어진이에게
어진아,
기침감기 때문에 힘들지? 엄마는 그런 어진이를 떼놓고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단다. 우리 착한 어진이, 조금만 있으면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24개월이 되겠다. 그러고 보니 어진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 어진이 생일 때 케이크 촛불 끄게 해줄게. 책이나 텔레비전 속에서 불만 나오면 그것을 끄겠노라고 ‘후~’ 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너는 모를 거야.
어진아 고맙다.
잠시 아파서 그렇지 우리 아가 어진이 건강해서 고맙다. 아직 말은 잘하지 못 해도 퇴근하고 온 엄마 손을 붙잡고 책 있는 곳으로 가주어서 고마워. 이 책 저 책 읽어 달라고 책을 꺼내서 엄마 앞에 놓잖아. 그리고 엉덩이를 뒤로 해서 엄마 무릎에 앉고 말이야. 억지로 책 읽어라 읽어라 하지 않는데도 우리 어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엄마는 정말 기분이 좋단다.
어진이는 요즘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랑 내귀는 짝짝이, 냠냠 짭짭을 엄마한테 읽어 달라고 하지?
엄마는 요즘 세계를 간다 이집트 편을 화장실에서 읽고 있어. 퇴근하면 우리 어진이와 놀아줘야 하니까 엄마가 엄마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화장실뿐이지.
엄마가 읽고 있는 『세계를 간다 이집트편』은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2004년도 판이야. 2009년도 판도 시중에 나와 있는데, 우리 집에 있는 것은 2004년도 판이란다. 2004년이면 어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고, 아빠를 만나지도 않았을 때야. 그 해 10월부터 엄마는 부산광역시립중앙도서관 어린이실 사서로 근무했어. 6월에 사서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공부를 했지. 공부할 때 힘든 것을 달래기 위해서 샀던 책이란다.
2007년 아빠랑 결혼할 때 거의 모든 책을 용호동 쌈지도서관과 경성대학교에 기증했어. 그런데 이 책은 기증하지 않고 따로 두었단다.
엄마가 요즘 『세계를 간다 이집트편』을 다시 꺼내 화장실에서 읽게 된 이유는 따로 있어. 어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 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야. 작년에 엄마가 광주에서 한달 넘도록 연수 받을 때 광주에 있는 서점에서 어진이에게 사줬던 책 기억나지? 『구름놀이』라고. 그 책 보고 어진이가 하늘도 더 좋아하고, 구름도 더 좋아하게 되었잖아. 엄마도 마찬가지야. 김찬삼 할아버지가 나오는 책을 보고 모험이 더 하고 싶어진 것이지. 엄마 마음 깊숙이 잠자고 있던 모험에 대한 열망이 솟아 오른 거야.
김찬삼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엄마가 할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했어. 어릴 때부터 낯선 길을 찾아 나선 점, 학교에서 좋아하는 수업이 세계지리였다는 점, 짧은 알래스카 여행을 시작으로 좀 더 길고 먼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는 점(엄마는 일본으로 짧은 여행을 갔고, 유럽으로 긴 여행을 떠났었거든.)이 그랬어.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해도 김찬삼 할아버지를 엄마가 따라가기는 힘들겠지. 할아버지는 책 제목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 그대로거든. 2년 10개월 간59개 나라를 여행하셨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에도 하기 힘든 일이지.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께서 2003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평생 동안 배낭여행을 하셨지. 엄마는 할아버지보다 훨씬 젊지만 할아버지만큼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언젠가 엄마도 떠날 테야. 엄마가 꿈꾸는 모험의 나라 이집트로 말이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여러 나라의 책을 보고 싶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의 사막도 보고 싶어. 뜨거운 사막을 느껴보고 싶어. 오아시스도 말이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공부한다고,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고, 또 사서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다고, 자꾸만 미뤄두었던 엄마만의 모험을 즐기고 싶어. 이집트로 모험을 떠나게 되면 엄마는 엄마의 여행배낭 속에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 김찬삼을 넣어 갈 거야. 엄마가 잊고 있었던 ‘이집트’를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인사할래. 할아버지께서 아마 못 가보셨을 이집트를 이야기해 드릴래. 사막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한국최초의 세계여행가 김찬삼』을 다시 읽어볼래.
엄마가 이집트로 떠날 때쯤이면 우리 어진이는 많이 자라 있겠다. 엄마에게 잘 갔다 오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지? 이집트로 가기 전에 아빠와 엄마와 함께 어떤 곳으로 떠나보자.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모험의 세계로 말이야.
생각만 해도 즐겁네. 이 편지를 10년 후에 보여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 어진이 건강하게 자라렴.
2010년 3월 9일
엄마가
어진아,
기침감기 때문에 힘들지? 엄마는 그런 어진이를 떼놓고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단다. 우리 착한 어진이, 조금만 있으면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24개월이 되겠다. 그러고 보니 어진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 어진이 생일 때 케이크 촛불 끄게 해줄게. 책이나 텔레비전 속에서 불만 나오면 그것을 끄겠노라고 ‘후~’ 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너는 모를 거야.
어진아 고맙다.
잠시 아파서 그렇지 우리 아가 어진이 건강해서 고맙다. 아직 말은 잘하지 못 해도 퇴근하고 온 엄마 손을 붙잡고 책 있는 곳으로 가주어서 고마워. 이 책 저 책 읽어 달라고 책을 꺼내서 엄마 앞에 놓잖아. 그리고 엉덩이를 뒤로 해서 엄마 무릎에 앉고 말이야. 억지로 책 읽어라 읽어라 하지 않는데도 우리 어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엄마는 정말 기분이 좋단다.
어진이는 요즘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랑 내귀는 짝짝이, 냠냠 짭짭을 엄마한테 읽어 달라고 하지?
엄마는 요즘 세계를 간다 이집트 편을 화장실에서 읽고 있어. 퇴근하면 우리 어진이와 놀아줘야 하니까 엄마가 엄마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화장실뿐이지.
엄마가 읽고 있는 『세계를 간다 이집트편』은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2004년도 판이야. 2009년도 판도 시중에 나와 있는데, 우리 집에 있는 것은 2004년도 판이란다. 2004년이면 어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고, 아빠를 만나지도 않았을 때야. 그 해 10월부터 엄마는 부산광역시립중앙도서관 어린이실 사서로 근무했어. 6월에 사서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공부를 했지. 공부할 때 힘든 것을 달래기 위해서 샀던 책이란다.
2007년 아빠랑 결혼할 때 거의 모든 책을 용호동 쌈지도서관과 경성대학교에 기증했어. 그런데 이 책은 기증하지 않고 따로 두었단다.
엄마가 요즘 『세계를 간다 이집트편』을 다시 꺼내 화장실에서 읽게 된 이유는 따로 있어. 어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 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야. 작년에 엄마가 광주에서 한달 넘도록 연수 받을 때 광주에 있는 서점에서 어진이에게 사줬던 책 기억나지? 『구름놀이』라고. 그 책 보고 어진이가 하늘도 더 좋아하고, 구름도 더 좋아하게 되었잖아. 엄마도 마찬가지야. 김찬삼 할아버지가 나오는 책을 보고 모험이 더 하고 싶어진 것이지. 엄마 마음 깊숙이 잠자고 있던 모험에 대한 열망이 솟아 오른 거야.
김찬삼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엄마가 할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했어. 어릴 때부터 낯선 길을 찾아 나선 점, 학교에서 좋아하는 수업이 세계지리였다는 점, 짧은 알래스카 여행을 시작으로 좀 더 길고 먼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는 점(엄마는 일본으로 짧은 여행을 갔고, 유럽으로 긴 여행을 떠났었거든.)이 그랬어.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해도 김찬삼 할아버지를 엄마가 따라가기는 힘들겠지. 할아버지는 책 제목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 그대로거든. 2년 10개월 간59개 나라를 여행하셨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에도 하기 힘든 일이지.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께서 2003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평생 동안 배낭여행을 하셨지. 엄마는 할아버지보다 훨씬 젊지만 할아버지만큼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언젠가 엄마도 떠날 테야. 엄마가 꿈꾸는 모험의 나라 이집트로 말이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여러 나라의 책을 보고 싶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의 사막도 보고 싶어. 뜨거운 사막을 느껴보고 싶어. 오아시스도 말이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공부한다고,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고, 또 사서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다고, 자꾸만 미뤄두었던 엄마만의 모험을 즐기고 싶어. 이집트로 모험을 떠나게 되면 엄마는 엄마의 여행배낭 속에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 김찬삼을 넣어 갈 거야. 엄마가 잊고 있었던 ‘이집트’를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인사할래. 할아버지께서 아마 못 가보셨을 이집트를 이야기해 드릴래. 사막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한국최초의 세계여행가 김찬삼』을 다시 읽어볼래.
엄마가 이집트로 떠날 때쯤이면 우리 어진이는 많이 자라 있겠다. 엄마에게 잘 갔다 오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지? 이집트로 가기 전에 아빠와 엄마와 함께 어떤 곳으로 떠나보자.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모험의 세계로 말이야.
생각만 해도 즐겁네. 이 편지를 10년 후에 보여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 어진이 건강하게 자라렴.
2010년 3월 9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