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왜 서양미술사는 여성을 위대한 예술가로 여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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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20:48 조회 13,666회 댓글 0건본문
“왜 서양미술사에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는가?”
린다 노클린의 이 질문은 페미니즘 미술의 시작을 여는 것으로 오랜 세월 닳고 닳도록 인용되어 왔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러한 의문을 갖는 여성 예술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직까지도 재능을 타고난 ‘천재’ 작가가 ‘영감’을 받아서 ‘아름답고 보기 좋은, 멋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미술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것 같다. 미술을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교양과 재능을 드러내기 위해 취미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현대미술’은 ‘뭔가 심오하고 어려운 것,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미술관에서 여자친구 뒤를 쫓아다니며 “아, 난 공대 출신이라 미술은 도통 모르겠어”를 연발하는 남자친구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오해 때문일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비전공자 중에도 남성보다 여성이 ‘현대미술’을 훨씬 더 잘 감상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공돌이’ 남성도 알기 쉬운 서양미술사 책이 있다. 오히려 미술사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만한 것들을 모아놓았다. 여태껏 시험에 나오는, 우리가 이해했다고 믿고 있는 서양미술사는 한 천재적인 작가에서 다음 천재적인 작가로 이어지는 계보를 나열하며 명확한 흐름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역사는 사가의 관점에 따른다. 여태껏 미술사의 저자는 남성, 그것도 백인 남성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빠뜨린 역사 속의 수많은 여성, 유색인 예술가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들의 부재를 모두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을 때, 그것에 대해 질문한 사람이 린다 노클린이었다면, 게릴라 걸스는 그 질문을 이렇게 바꾼다.
“왜 서양미술사에서 여성은 위대한 예술가로 여겨지지 않았는가?”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역사와 굳은 전통을 깨부수느라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도끼를 휘둘러야 했다면, 그들의 ‘투쟁’에서부터 30여 년이 흐른 후 게릴라걸스는 고릴라 마스크를 쓰고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멋스럽게 걸어와 핸드백에서 귀여운 망치나 조각도를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게릴라걸스라는 익명의 여성 예술가 집단이 하는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전 명작이라고 인정받는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에 고릴라 마스크를 씌우는 패러디 작업. 둘째, 예술계나 문화 전반에 걸친 차별에 항의하는 포스터를 제작, 유포하거나 공식석상 출연하여 퍼포먼스하기.
그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태도는 ‘유머’이다.
이 책 역시 ‘유머’와 통쾌한 폭로를 특징으로 하여 여성이 위대한 예술가로 여겨지지 않았던 당시 일반적인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하지 않았던 여러 여성 예술가들을 발굴했는데, 대체로 책의 오른쪽 면에는 예술가들의 삶을 소개하고 왼쪽 면에는 그들의 작품이나 당시 여성관에 대한 기록 등 자료들을 배치하였다. 또 예술가의 특징에 따라 편지나 만화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미술 전공자만을 위한 미술사책이라기보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재미있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이미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현실의 모순을 보며 답답해하던 사람들에게는 시원한 웃음을 준다.
저자들이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예술을 위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용감한 여성들의 삶을 다루었다. 하지만 여러 예술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려다 보니 간혹 너무 간단한 소개에 그치거나 정작 어떤 작품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을 때도 있다. 또 여성 예술가를 소개할 때 돈을 많이 벌었거나 높은 지위를 얻는 등 성과적인 면을 크게 부각해 기술한다는 점에서 별로 ‘여성주의’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좋은 책을 급하게 번역하여 소개하려다 생긴 실수인지 연도가 잘못된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 점도 아쉽다.
그런데도 이 책이 던지는 의미는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부재에 대한 불만이나 질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그늘에 가려졌던 여성 예술가들을 발굴해내는 작업으로 실천했다는 점이 아닐까? 또 전공자에게만 열려 있던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사를 누구나 읽기 쉽도록 재미있고 유쾌하게 엮어놓은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그림이나 조각 등 고정된 매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 적합한 모든 방식에 열려 있다는 것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린다 노클린의 이 질문은 페미니즘 미술의 시작을 여는 것으로 오랜 세월 닳고 닳도록 인용되어 왔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러한 의문을 갖는 여성 예술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직까지도 재능을 타고난 ‘천재’ 작가가 ‘영감’을 받아서 ‘아름답고 보기 좋은, 멋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미술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것 같다. 미술을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교양과 재능을 드러내기 위해 취미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현대미술’은 ‘뭔가 심오하고 어려운 것,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미술관에서 여자친구 뒤를 쫓아다니며 “아, 난 공대 출신이라 미술은 도통 모르겠어”를 연발하는 남자친구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오해 때문일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비전공자 중에도 남성보다 여성이 ‘현대미술’을 훨씬 더 잘 감상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공돌이’ 남성도 알기 쉬운 서양미술사 책이 있다. 오히려 미술사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만한 것들을 모아놓았다. 여태껏 시험에 나오는, 우리가 이해했다고 믿고 있는 서양미술사는 한 천재적인 작가에서 다음 천재적인 작가로 이어지는 계보를 나열하며 명확한 흐름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역사는 사가의 관점에 따른다. 여태껏 미술사의 저자는 남성, 그것도 백인 남성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빠뜨린 역사 속의 수많은 여성, 유색인 예술가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들의 부재를 모두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을 때, 그것에 대해 질문한 사람이 린다 노클린이었다면, 게릴라 걸스는 그 질문을 이렇게 바꾼다.
“왜 서양미술사에서 여성은 위대한 예술가로 여겨지지 않았는가?”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역사와 굳은 전통을 깨부수느라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도끼를 휘둘러야 했다면, 그들의 ‘투쟁’에서부터 30여 년이 흐른 후 게릴라걸스는 고릴라 마스크를 쓰고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멋스럽게 걸어와 핸드백에서 귀여운 망치나 조각도를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게릴라걸스라는 익명의 여성 예술가 집단이 하는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전 명작이라고 인정받는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에 고릴라 마스크를 씌우는 패러디 작업. 둘째, 예술계나 문화 전반에 걸친 차별에 항의하는 포스터를 제작, 유포하거나 공식석상 출연하여 퍼포먼스하기.
그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태도는 ‘유머’이다.
이 책 역시 ‘유머’와 통쾌한 폭로를 특징으로 하여 여성이 위대한 예술가로 여겨지지 않았던 당시 일반적인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하지 않았던 여러 여성 예술가들을 발굴했는데, 대체로 책의 오른쪽 면에는 예술가들의 삶을 소개하고 왼쪽 면에는 그들의 작품이나 당시 여성관에 대한 기록 등 자료들을 배치하였다. 또 예술가의 특징에 따라 편지나 만화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미술 전공자만을 위한 미술사책이라기보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재미있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이미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현실의 모순을 보며 답답해하던 사람들에게는 시원한 웃음을 준다.
저자들이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예술을 위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용감한 여성들의 삶을 다루었다. 하지만 여러 예술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려다 보니 간혹 너무 간단한 소개에 그치거나 정작 어떤 작품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을 때도 있다. 또 여성 예술가를 소개할 때 돈을 많이 벌었거나 높은 지위를 얻는 등 성과적인 면을 크게 부각해 기술한다는 점에서 별로 ‘여성주의’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좋은 책을 급하게 번역하여 소개하려다 생긴 실수인지 연도가 잘못된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 점도 아쉽다.
그런데도 이 책이 던지는 의미는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부재에 대한 불만이나 질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그늘에 가려졌던 여성 예술가들을 발굴해내는 작업으로 실천했다는 점이 아닐까? 또 전공자에게만 열려 있던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사를 누구나 읽기 쉽도록 재미있고 유쾌하게 엮어놓은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그림이나 조각 등 고정된 매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 적합한 모든 방식에 열려 있다는 것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