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인간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건축 이야기 어떤 건축
최준석 지음｜바다출판사｜292쪽｜2010.02.19｜15,000원｜청소년상｜국내｜건축
골목길을 걷듯 길을 따라 걷는 내내 마당이 보이고 사람의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
는 인사동 쌈지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울 주요 도심에서 만나는 건축물의
탄생배경을 비롯하여 에펠탑과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축물을 소개한 이 책은 실무 건축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의 예술과 문화에 대
한 폭넓은 이해가 건축가의 제작 의도, 생애와 맛있는 비빔밥처럼 비벼졌다. 단
순한 소비 공간에 머물던 딱딱한 건축물들 사이에서 문화 감각과 여유를 되찾고
자 ‘경계’를 넘나들며 글 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읽는 이에게 사람
과 ‘소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건축은 어떤 것인지 생각할 수 있 수 있게 한다.
건축물이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물론 ‘매력 없는’ 힘 빠진 부위도
함께 담았다. 네모난 건물 속에서 ‘네모난 생각’이 만들어진다.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과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는 건축의 힘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길 윤 웅 학부모



먼지의 여행
신혜 글ㆍ그림｜샨티｜256쪽｜2010.02.16｜12,000원｜청소년하｜국내｜여행
부모가 바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하여 역
시 부모가 바라는 대로 취직하고 결혼하려 했으나 대학 졸업 후 백
수가 되어 16년의 공부가 모두 쓸모없고 자신이 먼지처럼 느껴진다
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연히 만난 순례자들에게서 돈 없이도 여행
을 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작가는 용기를 내어 한국을 떠
난다. 신기하게도 돈 없이도 비행기를 타고, 숙소를 얻고, 먹을 것을
구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되어 인생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한다.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더 오랜 시간 이야기하고 쉴 수 있게 되면서
점점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전여행을 한 다른 작가의 책에서 무모한 도전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
다면 직접 그린 그림과 손글씨로 조용하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 젊은 저자의 글에서는 깊은 사색
에서 얻은 잔잔한 깨달음이 느껴진다.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뒤늦은 사춘기를 맞이
하는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미리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기 바란다.
박 혜 경 서울 경인고 국어교사



청소년을 위한 우리미술 블로그
송미숙 지음｜아트북스｜240쪽｜2010.02.19｜16,000원｜청소년중｜국내｜미술
고구려 무용총을 보면 산을 언덕처럼 작게 그려 인물을 돋보이게 하려는 옛 사람
들의 의도를 볼 수 있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실제 경치를 그리는 실경산수화와
는 달리 풍경에서 받은 느낌을 재편집해 그리는 것이라 실제 풍경보다 훨씬 아름
다운 부감법을 보여준다. 동양화에 쓰이는 중국의 준법을 알면 정선의 그림이 왜
독창적인지가 더 뚜렷해진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방과 후 미술교사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170점을 우리미술사라는 틀
에 맞추어 5개 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시기 구분이 조선 이전부터 시작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다분히 조선시대가 중심에 놓여 근ㆍ현대 미술까지 다룬
다. 프롤로그라는 각 장의 개관은 다소 장황한 편이어서 본문의 글과 그림을 보
고 난 뒤 정리하듯 읽는 독서법이 유용해 보인다. 그림 해석은 보편성을 띠어 참
신함이 떨어지지만 돋보기나 중간에 나오는 팁은 미술사적인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왕 지 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음악 또라이들
박준희 지음｜국일미디어｜280쪽｜2010.02.20｜13,000원｜청소년상｜국내｜음악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대중음악 분야에서 우뚝
선 사람들에게 공통점을 하나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아픔과 시련 그리고 실패에도
일어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김태원, 신대철, 남경주를
비롯한 아홉 명의 음악인은 바로 이를 증명한다. ‘끈기와 의지가 있다면 실망스
럽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제덕의 마음, ‘실패와 좌절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힘을 얻게 되었다’는 말로와 정상의 자리에서 바닥까지 내려앉은 현진영의 사
연은 가슴을 울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만든 노래 제작 사연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룹 ‘콜라’ 출신의 가수에서 저자로 데뷔한 박준희가 쓴 이 책은
진로를 두고 방황하는 성장과정의 아이들에게 인생의 멘토로서 부모가 어떤 역
할을 해주어야 하는지 깨우쳐준다. 생생한 삶의 증언에 나선 교과서 밖 음악인들
의 이야기는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하며 청소년에게 삶의
공식을 전한다.
길 윤 웅 학부모



작업실 탐닉
세노 갓파 글ㆍ그림｜송수진 옮김｜씨네21｜296쪽｜2010.02.05｜14,000원｜청소년중｜국외｜예술가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싶은 인간의 얄궂은 욕망은 영화, 드라마, 소설 같은 예
술을 탄생시킬 만큼 강렬하고 보편적이다. 무대 미술가이면서 독특하고 재미있
는 그림의 ‘엿보기’ 시리즈로 유명한 세노 갓파가 이번엔 예술가의 작업실을 찾
았다. 자신이 들여다본 작업실을 꼼꼼히 재고 사진으로 찍어서 마치 위에서 아
래를 내려다본 것처럼 옮겨놓은 그의 그림은 작업실 주인마저 깜짝 놀랄 정도로
치밀하고 섬세하다. 극작가의 서재, 배우의 분장실, 작가의 소설 속 무대, PD의
스튜디오 같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은 물론 기상청 지진 예보실, 요리연구가의 부
엌, 농부의 논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린 작업실 그
림 속 그들의 삶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진지하고 성실하다. 그것
은 그들의 작업실을 그린 갓파와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작업실의 주인들이 모두
1980년대 일본인이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흥미를 갖긴 어려우나 다양한 직업의
다채로운 삶을 엿보고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박 혜 경 서울 경인고 국어교사



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
전민수, 정인섭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203쪽｜2010.02.10｜15,000원｜청소년하｜국내｜예술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띠지의 양을 벗겨내면 파란 바탕에 두 눈을 감고 있
는 양이 보인다. 첫 장에 눈 뜨고 있는 양 한 마리도 다음 장이 되면 어김없이 눈
을 감는데 그때마다 한 마리씩 늘어난 눈뜬 양이 다음 페이지에 가서는 또다시
잠들어 있다. 이 단순한 설정이 한 권의 종이 묶음에 여러 장의 연속그림을 그리
는 플립북flip book처럼 반복되는데, 마지막 페이지에는 100마리의 양이 잠든 수
면의 낙원을 만날 수 있다. 온갖 너스레가 가득한 제품 사용 매뉴얼과 브람스의
자장가를 비롯하여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이 담긴 CD는 이 책이 선물용이자 팬
시용이라는 상업적 의도를 노골화 하지만, 텍스트 하나 없이 전달하는 잠으로의
초대는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겐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그림책을 닮아
아이들이 좋아하겠지만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섬세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는 센
스를 갖춘 철없는 어른도 좋아할 듯하다. 중간에 자꾸만 눈 뜨는 양을 주목하면
색다른 반전도 만날 수 있다.
왕 지 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