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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평범한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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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20:23 조회 7,5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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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뿐이다. 뭐가? 오늘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말이다.덜컥 겁이 난다. 지금 이 순간이, 숨 쉬는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봐. 그래서 나에게 질문을 해본다.

“넌 누구니?”
난 이렇게 대답한다.
“나? 스스로에게 반하고 싶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 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평범하다는 것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삶을 다 더해서 사람 수대로 나누기 하면 나오는 것이 ‘평범’일까? 남들 하는 일 하고, 남들 먹는 것 먹고, 남들 하는 생각 하면 ‘평범한 사람’일까?
삶이 단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열 번이라면 이런 고민 따윈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글쎄 그게 딱 한 번뿐이라는 거다. 이것 참어려워서 미치겠고, 아쉬워서 미치겠다.

평범 씨는 나를 변화시킨다. 그의 평범한 이야기들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가, 의문을 품게 한다. 글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재치만점 그림들만 봐도 재미있다. 나 역시 평범 씨만큼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책 표지를 장식한 ‘평범인’들의 얼굴 중에 나와 닮은 사람을 찾아보았다. 그것 참 이상하다. ‘평범인’들인데 다 개성이 뚜렷하다. 외모와 삶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뭐지, 뭐지, 대체 뭐지?’
유명 연예인들의 소원은 한결같다. 평범하게 살아보는 것.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명동 거리를 걸어보고, 모자 안 쓰고 지하철도 타보고, 떡볶이도 먹는 것이 소원이란다. 보통 사람들은 ‘나 참. 별 게 다 소원이네’ 할 것이다. 그러나 유명해지는 순간 그들에게는 더 이상 ‘평범한 삶’이 허락되지 않는다. 평범함을 포기해야 하는 그들은 우리와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짠하다. 평범함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소위 말하는 ‘슈퍼스타’가 읽으면 샘낼 만한 책이다. ‘슈퍼스타’가 부러워할 만한 평범한 삶. 불평하기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다.



엄마가 평생 만든 4백 개 수정란 중의 하나와 아빠가 평생 만든
12조 개 정자 중의 하나가 우연히 만나, 평범 씨가 태어났어요.
4백 곱하기 12조… … 4,800조분의 1의 기적이군요.
인생의 출발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왕의 아들로 태어난 아이
는 왕이 되기 십상이잖아요? 얼떨결에 태어나서 보니 자기 부
모가 재벌인 아이도 있고요. 그런 아이가 가난해지기는 쉽지 않
을 거예요. 평범 씨는 뭐든 중간쯤 가는 평범한 부모를 만났어
요. 왕의 아이든 부잣집 아이든 평범한 집 아이든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하는 일을 똑같아요.
울음.
평생 하게 될 5억 번의 호흡 중에서 첫 숨을 내쉬는 거죠. 하
필이면 울음으로 말이에요. 평생 1,500번 중에서 첫 울음이기
도 하고요. _13쪽
시작은 누구나 똑같다.
“20년 뒤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자기의 20년 뒤를 알아맞히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누구나 꿈
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어른이 되어 이룬 사람은
아주 적거든요.
“다들 자기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잖아?”
서른 명이 서로 다른 서른 가지 꿈을 꾸면, 모든 꿈이 이루어
질 수도 있겠죠.
“다들 자기 꿈을 이루고 사는 행복한 세상이 가능할까?”
글쎄요. 그러려면 사장과 노동자의 벌이가 다르지 않아야 하고, 의사 대하듯 청소부를 대해야 하고, 교수만큼 구두닦이도
긍지를 가져야 하는데요. _63쪽
현실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가로 100미터, 세로 100미터쯤이면 평범 씨가 평생 먹을 벼
를 길러요.
“겨우 학교 운동장 크기라고?”
생각보다 작은가요? 그 벼를 거두어 탈곡하면 쌀 75가마니를
얻어요.
“저걸 다 먹고 나면… ….”
트럭 한 대에 모두 실을 수 있는 양이니까, 어쩌면 인생이 참
짧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_80~81쪽
우리 인생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수도꼭지를 일주일 내내 틀어 놓아요.
그러면 평범 씨가 평생 마시는 물을 받을 수 있어요.
서울시 수도 요금으론 88,000원어치예요. _83쪽

우리 인생 역시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평범한 인생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어디에도 해답은 없다.

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에게 주어진 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을 수 없는 인생이기에 개개인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어우러져야 비로소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평범함’이다. 그래서 사람은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해질 수 있다. 또 양이나 값으로 따지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가치를 지닌 것이 인생이다. 나는 소중하다. 너도 소중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 아, 볼수록 아리송한 책이다. 아리송해하는 사이 한 번뿐인 삶이 지나간다. 그사이 나는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반할 사람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순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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