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학교 교육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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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6:15 조회 5,847회 댓글 0건본문
올해도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은 지역별 과목별로 조금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수십 대 일에 달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올해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 수시 모집 경쟁률이 백 대 일 안팎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수십 대 일 이상의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 다시 수십 대 일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 아이들 앞에 선 교사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늘날 학교는 일찌감치 경쟁을 내면화시키는 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다. 교과 공부는 몇 등이며, 몇 등급인가만 중요한 관심사다. 영어 수학을 비롯한 몇 과목은 성적순으로 반을 나눠서 수업을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따라 학교 서열이 매겨지고, 수능 평균 점수에 따라 지역별 순위며 학교 순위가 매겨진다. 그러니까 시도별 순위가 매겨지고, 시군구별 등수도 정해지며, 그 안에서 다시 학교별 서열이 있고, 학교 안에서는 개인별 등급과 석차가 존재한다.
어렵고도 고통스런 선택에 직면해 있는 교사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가지고 경쟁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내용이 삶에 어떤 자극을 주거나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라는 고민의 흔적은 거의 없다. 그저 교과서에 실리면 공부해야 하고, 시험 문제로 출제되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많이, 잘 기억하도록 수완을 발휘하는 것을 교사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그런 내용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러왔듯이 아이들도 그렇게 경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입시와 임용고사의 힘겨운 관문을 뚫은 뒤에는 다시 학생들이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도록 채찍질하는 역할을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일이 오늘날 학교에서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쳇바퀴를 도는 현실에 휘둘리다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학교 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만나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80년대 미국 학교의 현실을 전제로 얘기를 펼치기 때문에 가끔 낯선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식의 본질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저자는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첫 꼭지에서 “공교육이 원래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양심적인 교사들은 어렵고도 고통스런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학교는 갖가지 감미롭고 낙관적인 것들로 자신을 광고한다.
진실, 아름다움, 위대한 영혼의 추구, 고뇌의 시대에 인간적인 가치 모색… 그리고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유효한 기초 학습 능력의 전수, 학교의 라벨에는 이런 것들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포장을 뜯으면 우리는 공교육 체제의 창시자들이 말했던 바로 그 계급화와 정치적 교화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학교 체제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면 사고력을 죽이고, 이기적 가치관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본다.
우선 교사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학교는 이 사회 체제의 주도적 이념을 주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미국 기업이 거액의 이윤을 얻는 자유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을 ‘자유세계’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지며, 세계 곳곳에 무기를 판매하고 국지전에 개입하는 미국을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나 학생이나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내면화하게 되었다고 본다.
교과의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할 겨를 없이 무조건 경쟁의 쳇바퀴를 돌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앞뒤 가릴 새 없이 경쟁에 몰두하면서 우리는 점차 세상을 제대로 볼 안목마저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우선 교사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 자신의 진정성과 살아 있는 신념은 보이지 않는 교육과정인 셈이다.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 이 말은 읽는 나를 참 부끄럽게 했다.
이 책의 미덕은 자극을 주는 것에 더하여 수업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여러 방법들이 소개되었지만 그 뿌리는 다음과 같은 말이 아닐까. “나쁜 것을 주입하는 교육에 대응하는 윤리적 대응이 좋은 것을 주입하는 교육이 될 수는 없다. 그 유일한 대응책은 주입하지 않는 것이리라.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그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