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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집 나간 집, 방황 끝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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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1:37 조회 7,1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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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집’이란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고 쉼을 갖는 건물을 뜻할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생활을 엮어가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말하기도 한다. 넓은 집이건 좁은 집이건, 큰 집이건 작은 집이건 그 안의 가족들은 ‘함께’이니 행복하고 넉넉지 않은 생활이 이어지더라도 ‘함께’여서 희망을 갖는다. 그 희망과 행복은 처음부터 올곧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되풀이되는 시행착오를 거쳐 더욱 커지고 단단해지기도 한다.

집이 집을 나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 『삐딱이를 찾아라』. 삐딱한 창문, 삐딱한 굴뚝, 삐딱한 지붕의 집이 주인공이다. 삐딱한 창문은 집의 눈이 되었고 삐딱한 지붕은 집의 눈썹이며 삐딱한 문은 집의 입이 되었다. 재미있는 종이 공예로 생명이 없는 집에 다양한 표정을 주어 살려냈고 집 주위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 벽에 그려진 엷은 낙서 자국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낸 작가의 정성이 도드라진다. 삐딱이 옆에 섰는 나뭇가지의 두 마리 새는 곧 날아갈 듯한 품새. 점토와 솜, 셀로판지 등을 이용해 배경 속의 연기, 언덕의 풀 한 포기도 정교하게 만들어 사실적인 색을 칠해 입체로 완성했다. 조형 작업을 되풀이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찍어낸 사진 기법이다.

지극한 정성만큼 아이들이 흥미있게 읽을 만하고 중간 중간 숨어 있는 다양한 곤충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사실 삐딱이는 처음부터 삐딱이가 아니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식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창문이, 굴뚝이, 마음까지도 삐딱해져 ‘삐딱이’가 되어버렸다. 집이 점점 좁아지자 식구들의 불평은 커지고 마침내 일곱째 아이가 또 태어나면서 식구가 자그만치 아홉 명으로 늘게 되자 더 이상 참지 않고 집을 나가버리기로 결심한 것은 식구들이 아니라 집인 삐딱이다. 단촐한 다른가족과 함께라면 넓지 않은 제 몸뚱아리가 좀 더 홀가분해질 것이고 그 속에서 아기자기 행복도 솟아날 것 같았으므로.
“왼발 나오고, 오른발 나오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나,둘, 펄쩍!”

노래하듯 주문을 외우자 삐딱이의 허리춤 밑 땅속에 묻혔던 두 다리가 ‘우두두둑 쩌억’ 마술처럼 불쑥 솟아올랐다. 자, 이제 복잡한 살림살이 탈탈 털어내고 확실치는 않지만 보다 나은 행복을 찾아 전진! 그러나 삐딱이의 앞길은 계획처럼 그리 편편하지만은 않았다. 차가운강물에 거꾸로 틀어박혀 이리저리 휩쓸리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찾은 도시 사람들은 작은 집 삐딱이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초췌한 모습의 삐딱이가 힘겹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같이 걷는 사람들은 본 체 만 체. 핸드폰 통화를 하며 무심히 스치고 넥타이를 휘날리며 앞만 보고 뛰어간다. 그 모습은 의미 없이 바쁘게 살면서 이웃에 관심 없는 바로 나의 모습이고 또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터덜터덜 이리저리 방황하는 삐딱이. 집 나오면 고생이라더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작나무 숲에서 만난 새까만 산적에게 쫓겨 엉덩이에 불이 나게 도망치다 그만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집 친구는 식구들이 버리고 가버린 커다란 빈 집. 버림받은 그 친구를 바라보며 삐딱이는 의기양양 떠벌린다. 아홉이나 되는 식구들이 귀찮아 나는 내 발로 집을 나왔노라고. 그러자 큰 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아직 가족들이 거기 있다면 대신 내가 함께 살아도 되지?”

삐딱이는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 옥신각신 살았어도 내 집이 제일인데 그러고 보니 가족들이 그립다. 아홉이나 되는 대식구였지만 넉넉지 못한 그 속에서도 행복이 있었고 신나는 웃음도 있었는데. 삐딱이는 그제서야 제 집을 찾기로 하고 행여 저 큰 집이 식구들을 차지해 버릴까봐 급하게 뛰어가며 소리친다.

“내 가족이라고!”
남겨진 가족들도 사실은 집 나간 삐딱이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삐딱이의 삐딱한 모습을 그려넣어 ‘집 나간 집을 찾습니다’ 벽보도 붙였다. 새로 생긴 널찍한 큰 집에 살면서도 집 나간 삐딱이를 내내 못 잊고 있었는데 그립던 가족이 다시 만났으니 서로가 반갑다. 읽는 이도 반갑다. 그러나 새로 생긴 집도 버릴 수야 없지. 그때 삐딱한 삐딱이한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오른발, 왼발, 앉았다, 일어났다, 하나, 둘, 펄쩍!”
또 다시 불쑥 생겨난 다리를 이용해 삐딱이는 커다란 집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멋드러진 이층집이 만들어지고 그리하여 온 가족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모습은 삐딱하지만 마음은 결코 삐딱하지 않은 삐딱이네 따뜻한 가족 사랑 이야기!
집이 집을 나간다는 생각이 재미있다. 견디기 힘든 상황을 꾹꾹 눌러 참느니 감추었던 다리를 용감하게 뽑아 올려 더 나은 삶을 찾아나서는 삐딱이의 용기가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졌다. 방황 끝에 돌아왔지만 그 방황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또 다시 집이 삐딱해져 삐딱이한테 삐딱한 마음이 들더라도 삐딱이는 가족 사랑의 힘으로 힘찬 기합과 함께 펄쩍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맨 앞 쪽에 보였던 삐딱이의 빨갛고 삐딱한 지붕 위에 앉은 파랑새 입을 통해 줄거리는 이어지는데 마지막 쪽에서는 이야기를 잇던 파랑새 옆에 어느새 노랑새가 날아와 나란히 함께 날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책의 접지 부분에 특히 관심 많은 지은이가 특별한 의미를 두어 그려낸 부분이다. 둘이 날아가는 그곳은 함께여서 행복하고 지금보다 희망찬 곳이길!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두 마리 새가 꿈꾸는 희망을 책을 통해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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