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모두가 잘 사는 미래를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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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3:23 조회 6,897회 댓글 0건본문
얼마 전 19세기 방랑 시인 김삿갓이 어린 시절 살았다는 강원도 영월의 깊은 산골에 있는 ‘우구네 집’에 다녀왔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도 영월군김삿갓면을 수차례 넘나들며 도착한 그곳은 손전화도 터지지 않는 말 그대로 오지였다. 지은 지 250년이 되었다는 우구네 흙집의 빨간 함석지붕은 가을 색을 입기 시작한 주변의 숲에 안긴 듯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집터를 닦았던 옛사람들이 계곡의 크고 작은 돌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축대는 산짐승으로부터 집안을 보호하는 튼튼한 울타리 같았다. 축대 위 햇살 바른 마당에는 커다란 항아리마다 안주인이 직접 담근 간장이며 된장, 고추장이 익어가고 포크레인 기사를 꿈꾸는 중학생 우구와 붙임성 많은 어린 아우 석주의 미소가 텃밭에서 자라는 무청마냥 싱그러웠다.
젊은 시절 한때 문학청년이었던 우구 아빠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리나라 골골을 자전거로 다 돌아본 뒤, 땅을 사서 이곳으로 들어와 산에 기대어 먹을거리를 구하고 토종벌을 치고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단다. 지금이야 영월군에서 마을 이름도 ‘김삿갓면’으로 바꾸고 해마다 풍성한 문화 잔치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오지만 20여 년 전 주인장이 들어올 때만 해도 이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삿갓으로 더 알려진 김병립은 선천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을 당하게 되자 형 김병하와 함께 황해도 곡산에 숨어 살았다. 그러나 가문을 폐문한다는 조정의 결정이 알려지면서 모친과 함께 곡산을 떠나 할머니가 계시는 광주를 걸쳐 이천, 가평을 전전하다가 평창을 거쳐 영월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문중에서 추방된 모자는 산속 깊은 곳에서 권문세족임을 밝힐 수 없이 살아가야 했다.
영월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살면서도 양반 집안의 기품과 안목을 갖춘 김병연의 어머니 함평이씨는 자식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가문에 대한 소상한 내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학업에만 정진한 김병연은 훗날 영월 도호부 과거 시험에서 할아버지를 비판하는 시제로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뛰어난 글솜씨로 장원급제를 한그는 어머니로부터 집안 내력을 전해 듣고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자책감과 폐문한 집안의 자손이라는 멸시로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 하여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은 채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
처자식을 버리고 영월 골짜기의 집을 떠나 전국을 유랑하며 부와 권력을 조롱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했던 시인 김삿갓. 직장이 있던 도시를 버리고 전국을 돌아보다 영월 골짜기로 들어와 가정을 일구고 등성이 너머 이웃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도시의 지인들에게 자연 그대로 무공해의 삶을 나누어 주는 한때의 문학청년. 그들이 살던 시절은 달랐으되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같지 않을까.
여기, 모두가 잘 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이 사회의 희망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다. 『마을, 생태가 답이다』는 ‘생태’에 초점을 맞추어 이웃과 마을, 사회에 생태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자연을 살리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6년 4월, 오래 준비해 왔던 여행을 처음 시작한 저자는 지역과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박원순의 희망 찾기’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그 네 번째 이야기다.
1부 ‘자연이 답이다’에서 생태 철학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꾸리거나 마을을 살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저자의 발걸음은 지리산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만나고 경기도 시흥의 연두농장을 거쳐 강원도 횡성 홀로세생태학교와 평창의 성필립보생태마을을 지나 서해 민통선의 작은 섬 볼음도에 닿는다. 1997년 실상사 주지였던 도법 스님과 농민운동가인 이병철 귀농운동본부 대표가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 뜻을 모아 시작한 인드라망생명공동체나 생태 래디컬리스트 변현단 대표가 빈곤 여성과 더불어 꾸려 나가는 연두농장, 이강운 교장이 가족과 함께 꾸리는 생태와 곤충의 신세계인 홀로세공동체 모두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누구나 방문해 생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한 성필립보생태마을이나 휴식과 평화가 있는 치유의 섬, 주민이 스스로 설계하고 참여하는 자립도 높은 섬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볼음도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2부 ‘돈이 도는 생태 마을’에서는 생태 체험 관광으로 자연도 살아나고 주민들의 살림살이도 살아난 마을을 찾았고, 3부 ‘도심 속 생태 근간, 도시 농업’은 새로운 생태 공간으로 떠오르며 각박한 도시민의 삶에 농부의 마음을 심어 주고 있는 도시 농업 사례들을 담았으며, 4부 ‘지속 가능한 미래, 친환경 에너지’에서 저자는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주목한다.
책을 읽는 내내 ‘쉼, 또는 휴식 그리고 평화’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 바로 이곳에서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이 다르지 않은 삶, 책을 읽으며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모두 행복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더욱 갈망하게 되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주변과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잃었거나 경쟁에 지쳐 삶의 목적이나 자신의 가치를 모른 채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꿈꾸던 세상도 모두가 잘 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아니었을까?
충북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도 영월군김삿갓면을 수차례 넘나들며 도착한 그곳은 손전화도 터지지 않는 말 그대로 오지였다. 지은 지 250년이 되었다는 우구네 흙집의 빨간 함석지붕은 가을 색을 입기 시작한 주변의 숲에 안긴 듯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집터를 닦았던 옛사람들이 계곡의 크고 작은 돌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축대는 산짐승으로부터 집안을 보호하는 튼튼한 울타리 같았다. 축대 위 햇살 바른 마당에는 커다란 항아리마다 안주인이 직접 담근 간장이며 된장, 고추장이 익어가고 포크레인 기사를 꿈꾸는 중학생 우구와 붙임성 많은 어린 아우 석주의 미소가 텃밭에서 자라는 무청마냥 싱그러웠다.
젊은 시절 한때 문학청년이었던 우구 아빠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리나라 골골을 자전거로 다 돌아본 뒤, 땅을 사서 이곳으로 들어와 산에 기대어 먹을거리를 구하고 토종벌을 치고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단다. 지금이야 영월군에서 마을 이름도 ‘김삿갓면’으로 바꾸고 해마다 풍성한 문화 잔치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오지만 20여 년 전 주인장이 들어올 때만 해도 이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삿갓으로 더 알려진 김병립은 선천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을 당하게 되자 형 김병하와 함께 황해도 곡산에 숨어 살았다. 그러나 가문을 폐문한다는 조정의 결정이 알려지면서 모친과 함께 곡산을 떠나 할머니가 계시는 광주를 걸쳐 이천, 가평을 전전하다가 평창을 거쳐 영월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문중에서 추방된 모자는 산속 깊은 곳에서 권문세족임을 밝힐 수 없이 살아가야 했다.
영월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살면서도 양반 집안의 기품과 안목을 갖춘 김병연의 어머니 함평이씨는 자식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가문에 대한 소상한 내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학업에만 정진한 김병연은 훗날 영월 도호부 과거 시험에서 할아버지를 비판하는 시제로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뛰어난 글솜씨로 장원급제를 한그는 어머니로부터 집안 내력을 전해 듣고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자책감과 폐문한 집안의 자손이라는 멸시로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 하여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은 채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
처자식을 버리고 영월 골짜기의 집을 떠나 전국을 유랑하며 부와 권력을 조롱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했던 시인 김삿갓. 직장이 있던 도시를 버리고 전국을 돌아보다 영월 골짜기로 들어와 가정을 일구고 등성이 너머 이웃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도시의 지인들에게 자연 그대로 무공해의 삶을 나누어 주는 한때의 문학청년. 그들이 살던 시절은 달랐으되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같지 않을까.
여기, 모두가 잘 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이 사회의 희망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다. 『마을, 생태가 답이다』는 ‘생태’에 초점을 맞추어 이웃과 마을, 사회에 생태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자연을 살리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6년 4월, 오래 준비해 왔던 여행을 처음 시작한 저자는 지역과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박원순의 희망 찾기’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그 네 번째 이야기다.
1부 ‘자연이 답이다’에서 생태 철학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꾸리거나 마을을 살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저자의 발걸음은 지리산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만나고 경기도 시흥의 연두농장을 거쳐 강원도 횡성 홀로세생태학교와 평창의 성필립보생태마을을 지나 서해 민통선의 작은 섬 볼음도에 닿는다. 1997년 실상사 주지였던 도법 스님과 농민운동가인 이병철 귀농운동본부 대표가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 뜻을 모아 시작한 인드라망생명공동체나 생태 래디컬리스트 변현단 대표가 빈곤 여성과 더불어 꾸려 나가는 연두농장, 이강운 교장이 가족과 함께 꾸리는 생태와 곤충의 신세계인 홀로세공동체 모두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누구나 방문해 생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한 성필립보생태마을이나 휴식과 평화가 있는 치유의 섬, 주민이 스스로 설계하고 참여하는 자립도 높은 섬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볼음도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2부 ‘돈이 도는 생태 마을’에서는 생태 체험 관광으로 자연도 살아나고 주민들의 살림살이도 살아난 마을을 찾았고, 3부 ‘도심 속 생태 근간, 도시 농업’은 새로운 생태 공간으로 떠오르며 각박한 도시민의 삶에 농부의 마음을 심어 주고 있는 도시 농업 사례들을 담았으며, 4부 ‘지속 가능한 미래, 친환경 에너지’에서 저자는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주목한다.
책을 읽는 내내 ‘쉼, 또는 휴식 그리고 평화’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 바로 이곳에서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이 다르지 않은 삶, 책을 읽으며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모두 행복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더욱 갈망하게 되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주변과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잃었거나 경쟁에 지쳐 삶의 목적이나 자신의 가치를 모른 채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꿈꾸던 세상도 모두가 잘 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