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소금에 대해 제법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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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7:53 조회 7,741회 댓글 0건본문
흉년이 이어지던 1860년대 스웨덴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옥스>의 도입부다. 봄은 아직 멀었는데 농장 일꾼인 남자의 집에는 양식이 떨어진 지 오래다. 갓 태어난 딸과 아내가 굶주리는 것을 보다 못해 남자는 몰래 농장 주인의 소를 잡는다. 고기를 어떻게 저장할지 부부의 고민이 시작되는데 훈제를 하자니 연기와 냄새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들킬 것 같고 염장을 하자니 소금이 부족하다. 고기를 다 절이고도 남을 만큼 소금이 많았어도 그 부부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금이 부족했기에 남은 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러 가던 남자가 도중에 교구 목사를 만나면서 가난한 부부의 이후 삶은 산산조각 난다. 보림출판사 ‘솔거나라 시리즈’의 새 책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읽으면서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도둑질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들킬 것에 대한 불안 가운데에서도 남자가 안타깝게 되뇌는 말, “소금, 소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때문이다. 소금은 이제는 더 이상 귀하지 않다. 어디에나 있고 값도 싸다. 그러나 천일염의 생산은 여전히 힘들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작열하는 태양과 맨몸으로 마주하는 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이 아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펼쳐보자.
바닷물은 크게 네 단계를 거치며 소금이라는 결정체로 바뀐다. 먼저 ‘물잡기’다. 매달 보름과 그믐께 밀물이 가장 높을 때 저수지에 바닷물을 받아 물에 섞인 개흙을 가라앉히는 것이 첫 단계다. 바닷물이 맑아지면 ‘제1 증발지’로 보낸다. 이 첫 번째 증발지를 ‘난치’ 또는 ‘난티’라 하는데 계단밭처럼 5센티미터씩 낮아지면서 여섯 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꼬를 열어주면 바닷물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하루에 한 칸씩 여섯 칸을 모두 거치면 염도가 3도에서 8도로 높아진다. 이제 소금물은 ‘제2 증발지’로 들어간다. ‘늦테’라 불리는 이 증발지 역시 네 층의 계단밭으로 되어 있는데 하루에 한 칸씩 넷째 칸에 이르면 염도는 19도에 이른다.
이제 마지막 단계, 소금물에서 소금꽃이 피어날 차례다. 햇볕 좋은 날 아침에 ‘결정지’에 손가락 한두 마디 깊이로 소금물을 앉히면 오후 서너 시쯤 염도가 28도에 이르러 소금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때 염부는 소금물에 볕이 잘 들도록 ‘소파’라는 도구로 저어주는데 우리가 흔히 사진이나 TV에서 보는 염전은 이 장면이다. 소금이 결정을 맺을 때 염도가 너무 높으면 소금 외의 쓴맛을 가진 다른 물질도 생기기 때문에 소금물을 끌어다 섞어주면서 32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이제 창고에 보관된 소금은 오래오래 묵으면서 간수가 빠지면 뽀송뽀송하고도 깔끔한 뒷맛을 가지게 되고 겨울이 되면 한겨울 찬바람에 얼어 터지지 않도록 결정지에 바닷물을 얕게 채우면서 4월부터 시작된 소금농사도 끝이 난다.
이 책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 외에도 염전에 대해 평소에 가진 의문이나 우리나라에서 소금 만들던 옛날 방식도 자세한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비가 내리면 염전의 소금물이 빗물에 녹지 않도록 염전에 구덩이를 파서 소금물을 모아 두고, 결정지 바닥에는 검은 타일이나 비닐을 깔아 소금에 개흙이 묻어나지 않도록 한단다. 근대 이전에는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었는데 땔감 값 때문에 100여 년 전부터 지금과 같은 염전이 생겼다고 한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실적이면서 아름다운 바닷가 풍광을 함께 그리는 반면 염전의 구조나 재래식 제염법은 정확하고 상세한 그림과 표로 나타내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염부들의 몸태와 뚝심 있는 표정이 그들이 하는 일과 마음가짐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책의 제작과 쪽 배치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증발지와 결정지의 면적을 비율대로 나타내는 염전을 보여주기 위해 세 쪽을 사용하느라 종이를 접었는데 많은 사람이 보는 도서관에서는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 또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드는 재래식 제염 방법의 소개와 설명은 펼친 면에서 보도록 배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소금꽃이 피었어요』는 천일염天日鹽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소금에는 암염巖鹽 천연으로 나는 염화나트륨의 결정도 있고 동물의 건강에 중요한 요소이며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도 크다. 소금을 주어 가축을 길들였는가 하면 소금을 전매품으로 하거나 세금을 매겨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도 했고 영국은 소금으로 인도와 아메리카 식민지를 통제하기도 했다. 또 소금은 식품으로서만이 아니라 구성원소인 나트륨과 염소로 분해하여 산업에도 많이 이용된다. 표백, 약품, 폭탄, 염료, 탄산음료를 만드는 데 쓰이는 중탄산소다가 그 예이다. 이와 같이 소금으로 본 인류 역사와 소금이 바꾼 세계사로 아이들의 관심을 넓히고 싶다면 『소금, 세계사를 바꾸다』(마크 쿨란스키. 웅진주니어)와 『바람과 태양의 꽃, 소금』(김성호. 미래아이)을 권한다.
그러나 소금이 부족했기에 남은 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러 가던 남자가 도중에 교구 목사를 만나면서 가난한 부부의 이후 삶은 산산조각 난다. 보림출판사 ‘솔거나라 시리즈’의 새 책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읽으면서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도둑질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들킬 것에 대한 불안 가운데에서도 남자가 안타깝게 되뇌는 말, “소금, 소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때문이다. 소금은 이제는 더 이상 귀하지 않다. 어디에나 있고 값도 싸다. 그러나 천일염의 생산은 여전히 힘들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작열하는 태양과 맨몸으로 마주하는 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이 아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펼쳐보자.
바닷물은 크게 네 단계를 거치며 소금이라는 결정체로 바뀐다. 먼저 ‘물잡기’다. 매달 보름과 그믐께 밀물이 가장 높을 때 저수지에 바닷물을 받아 물에 섞인 개흙을 가라앉히는 것이 첫 단계다. 바닷물이 맑아지면 ‘제1 증발지’로 보낸다. 이 첫 번째 증발지를 ‘난치’ 또는 ‘난티’라 하는데 계단밭처럼 5센티미터씩 낮아지면서 여섯 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꼬를 열어주면 바닷물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하루에 한 칸씩 여섯 칸을 모두 거치면 염도가 3도에서 8도로 높아진다. 이제 소금물은 ‘제2 증발지’로 들어간다. ‘늦테’라 불리는 이 증발지 역시 네 층의 계단밭으로 되어 있는데 하루에 한 칸씩 넷째 칸에 이르면 염도는 19도에 이른다.
이제 마지막 단계, 소금물에서 소금꽃이 피어날 차례다. 햇볕 좋은 날 아침에 ‘결정지’에 손가락 한두 마디 깊이로 소금물을 앉히면 오후 서너 시쯤 염도가 28도에 이르러 소금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때 염부는 소금물에 볕이 잘 들도록 ‘소파’라는 도구로 저어주는데 우리가 흔히 사진이나 TV에서 보는 염전은 이 장면이다. 소금이 결정을 맺을 때 염도가 너무 높으면 소금 외의 쓴맛을 가진 다른 물질도 생기기 때문에 소금물을 끌어다 섞어주면서 32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이제 창고에 보관된 소금은 오래오래 묵으면서 간수가 빠지면 뽀송뽀송하고도 깔끔한 뒷맛을 가지게 되고 겨울이 되면 한겨울 찬바람에 얼어 터지지 않도록 결정지에 바닷물을 얕게 채우면서 4월부터 시작된 소금농사도 끝이 난다.
이 책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 외에도 염전에 대해 평소에 가진 의문이나 우리나라에서 소금 만들던 옛날 방식도 자세한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비가 내리면 염전의 소금물이 빗물에 녹지 않도록 염전에 구덩이를 파서 소금물을 모아 두고, 결정지 바닥에는 검은 타일이나 비닐을 깔아 소금에 개흙이 묻어나지 않도록 한단다. 근대 이전에는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었는데 땔감 값 때문에 100여 년 전부터 지금과 같은 염전이 생겼다고 한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실적이면서 아름다운 바닷가 풍광을 함께 그리는 반면 염전의 구조나 재래식 제염법은 정확하고 상세한 그림과 표로 나타내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염부들의 몸태와 뚝심 있는 표정이 그들이 하는 일과 마음가짐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책의 제작과 쪽 배치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증발지와 결정지의 면적을 비율대로 나타내는 염전을 보여주기 위해 세 쪽을 사용하느라 종이를 접었는데 많은 사람이 보는 도서관에서는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 또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드는 재래식 제염 방법의 소개와 설명은 펼친 면에서 보도록 배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소금꽃이 피었어요』는 천일염天日鹽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소금에는 암염巖鹽 천연으로 나는 염화나트륨의 결정도 있고 동물의 건강에 중요한 요소이며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도 크다. 소금을 주어 가축을 길들였는가 하면 소금을 전매품으로 하거나 세금을 매겨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도 했고 영국은 소금으로 인도와 아메리카 식민지를 통제하기도 했다. 또 소금은 식품으로서만이 아니라 구성원소인 나트륨과 염소로 분해하여 산업에도 많이 이용된다. 표백, 약품, 폭탄, 염료, 탄산음료를 만드는 데 쓰이는 중탄산소다가 그 예이다. 이와 같이 소금으로 본 인류 역사와 소금이 바꾼 세계사로 아이들의 관심을 넓히고 싶다면 『소금, 세계사를 바꾸다』(마크 쿨란스키. 웅진주니어)와 『바람과 태양의 꽃, 소금』(김성호. 미래아이)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