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설렘으로 만나는 권정생 문학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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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7:46 조회 7,028회 댓글 0건본문
10년도 훨씬 더 지난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 동화 속 마을이 그리워 안동 조탑마을에 갔다. 과수원 가운데 묻혀 고색이 창연한 조탑을 만나고 선생님이 종지기로 계셨다는 예배당을 지나고 사과나무밭 달님을 생각하며 마을길을 걷다가 권정생 선생님과 마주쳤다. 선생님은 열 살짜리 우리 딸이 입은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서 만든 ‘안녕 친구야’ 티셔츠를 보고 화들짝 “니 ‘안녕 친구야’구나” 하시며 달려와 반기셨다. 선생님이 유난히 아이들에게 특히 북녘 어린이들에 마음을 쓰고 계신 까닭이었을 것이다.
권정생 선생님이 떠나신 지 4년이 지났다. 선생님 떠난 5월에 열리는 추모제에 찾아가 선생님 작은 집 뒤 빌뱅이 언덕에 올라 선생님 숨결이 스며 있는 고즈넉한 마을을 바라보노라면 이제는 선생님의 정겨운 새 글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데 그리운 선생님이 다시 찾아온 듯 반가운 시집이 나왔다. 동시집 『삼베치마』다. 선생님 유품 속에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발견했다는 빛바랜 동시집은 고맙게도 소년 권정생을 만나게 한다.
선생님이 직접 글을 쓰고 색연필로 일일이 그린 그림을 각 마당 도입부에 그려 넣고 떨어지지 않게 풀로 붙이고 실로 꿰매어 손수 제본까지 한 문집이다. ‘동시 삼베치마 제1집’이라는 큼직한 제목을 달고 퇴고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좀이 슬고 얼룩얼룩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긴 그리움으로 시집 첫 장을 열어 첫머리의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억이랑 주야랑/ 내 이웃들/ 재미있게 여기다/ 적었습니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그때의 생각은/ 어땠을까?/ 슬픈 일 기쁜 일/ 많았습니다.”를 보면서 늘 아프고 외로웠을 것 같아 안타까웠던 선생님에게도 가난했지만 엄마도 아버지도 누이들도 생야(형)들도 있었다니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시는 모두 아홉 마당으로 되어 있다. 1부 ‘동무’는 어린시절 동무들 이야기다. ‘영이생각’에는 살구나무 밑에다 소꿉살림 차리고 학교도 같이 가자던 일곱 살 때 헤어진 동무 영이를 그리워한다. 일곱 살이면 선생님이 태어나 자라 일본을 떠나온 것이 아홉 살이니 그 이전의 동무일 터인데 천리길 담박 줄어 일리만 되면 영이 찾아 단걸음에 뛰어가겠지. 이국땅 어린 동무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절절하다. 안동 사투리 입말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강냉이’에서는 온 가족이 꼭꼭 심어 키운 강냉이가다 자랄 쯤 떠난 피난길, 전쟁의 급박함 속에서도 어른들의 고향 걱정에 아랑곳 않고 이제쯤 속이 꽉 찼을 두고 온 강냉이를 걱정하는 아이 마음이 천진하다.
2부 ‘꽃가마’에는 시집 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들로 가득하다. 엄마에게 혼날 때 달래주고 닦아주고 챙겨주던 시집 가는 누이를 그리워하다 누이 사는 동네도, 매형도 미워지는 이야기가 있다. 3부 ‘삼베치마’는 어린 눈으로 바라본 마을 풍경, 사람 풍경을 따뜻이 그려낸다. 우물가 풍경, 울타리 넘어 이웃집 새댁이 입은 삼베치마 이야기도 골목길에서 만나는 온갖 풍경과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정겹다. 4부 ‘다람쥐’에는 나무가 나비가 바람이 강아지가 착하기만 하고, 5부 ‘장길 바구니’에서는 마을을 돌며 힘겹게 물건을 팔던 방물장수 이야기들이 안타깝지만 따뜻한 인정으로 그려진다.
6부 ‘학교 가는 길’에는 올망졸망 낮은학년 아이들의 앙증맞은 모습과 학교 다녀와 엄마 없는 빈집에서 비죽비죽 눈물이 나면서 엄마 없는 울보친구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선생님 마음에 깊은 인상으로 남은 학교 생활이 평화롭기만 하다. 7부 ‘산’과 8부 ‘민들레’에서는 우리 주변의 가까운 자연과 이웃을 재미나게도, 슬프게도 그려낸다. 9부 ‘맘속에 계셔요’에는 “우리들이 기도드릴 때 하나님은 찾아오세요”/ 목사님 말씀에 (참말일까?)/ 석아는 고다음 기도 시간에 사알금 눈을 떠 봤지/(하나님이 오셨나?)고/ 아니 뚜울뚜울 살펴봐도 안 보이네 (중략)” 다섯 살 때 누나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통해 예수를 처음 알게 되고 기독교신앙이 싹텄다는 선생님의 아이다움이 귀엽다.
『삼베치마』 맨 마지막에는 ‘1964년 1월 10일 묶음’이라는 문구가 또렷하다. 1969년 「강아지똥」으로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하셨으니 그보다 5년이나 앞서 묶은 동시들이다. 이때가 선생님 나이 스물일곱, 교회에서 종지기로, 교사로 지내던 때인데 청년 권정생은 이 동시집을 품고 가슴 저 밑에 내려놓은 서러움을 길어 올리기도 하고 웃음기 가득한 어린시절 정겨운 동무들, 이웃들, 그 그리운 기억들을 평생 꺼내 보며 자신을 지탱하는 힘으로 삼았을 것이다. 동시집 『삼베치마』는 권정생 문학의 원천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어느 별, 맑음성 별지기를 하고 있을 선생님을 더욱 그립게 하는 반가운 동시집이다.
권정생 선생님이 떠나신 지 4년이 지났다. 선생님 떠난 5월에 열리는 추모제에 찾아가 선생님 작은 집 뒤 빌뱅이 언덕에 올라 선생님 숨결이 스며 있는 고즈넉한 마을을 바라보노라면 이제는 선생님의 정겨운 새 글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데 그리운 선생님이 다시 찾아온 듯 반가운 시집이 나왔다. 동시집 『삼베치마』다. 선생님 유품 속에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발견했다는 빛바랜 동시집은 고맙게도 소년 권정생을 만나게 한다.
선생님이 직접 글을 쓰고 색연필로 일일이 그린 그림을 각 마당 도입부에 그려 넣고 떨어지지 않게 풀로 붙이고 실로 꿰매어 손수 제본까지 한 문집이다. ‘동시 삼베치마 제1집’이라는 큼직한 제목을 달고 퇴고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좀이 슬고 얼룩얼룩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긴 그리움으로 시집 첫 장을 열어 첫머리의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억이랑 주야랑/ 내 이웃들/ 재미있게 여기다/ 적었습니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그때의 생각은/ 어땠을까?/ 슬픈 일 기쁜 일/ 많았습니다.”를 보면서 늘 아프고 외로웠을 것 같아 안타까웠던 선생님에게도 가난했지만 엄마도 아버지도 누이들도 생야(형)들도 있었다니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시는 모두 아홉 마당으로 되어 있다. 1부 ‘동무’는 어린시절 동무들 이야기다. ‘영이생각’에는 살구나무 밑에다 소꿉살림 차리고 학교도 같이 가자던 일곱 살 때 헤어진 동무 영이를 그리워한다. 일곱 살이면 선생님이 태어나 자라 일본을 떠나온 것이 아홉 살이니 그 이전의 동무일 터인데 천리길 담박 줄어 일리만 되면 영이 찾아 단걸음에 뛰어가겠지. 이국땅 어린 동무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절절하다. 안동 사투리 입말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강냉이’에서는 온 가족이 꼭꼭 심어 키운 강냉이가다 자랄 쯤 떠난 피난길, 전쟁의 급박함 속에서도 어른들의 고향 걱정에 아랑곳 않고 이제쯤 속이 꽉 찼을 두고 온 강냉이를 걱정하는 아이 마음이 천진하다.
2부 ‘꽃가마’에는 시집 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들로 가득하다. 엄마에게 혼날 때 달래주고 닦아주고 챙겨주던 시집 가는 누이를 그리워하다 누이 사는 동네도, 매형도 미워지는 이야기가 있다. 3부 ‘삼베치마’는 어린 눈으로 바라본 마을 풍경, 사람 풍경을 따뜻이 그려낸다. 우물가 풍경, 울타리 넘어 이웃집 새댁이 입은 삼베치마 이야기도 골목길에서 만나는 온갖 풍경과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정겹다. 4부 ‘다람쥐’에는 나무가 나비가 바람이 강아지가 착하기만 하고, 5부 ‘장길 바구니’에서는 마을을 돌며 힘겹게 물건을 팔던 방물장수 이야기들이 안타깝지만 따뜻한 인정으로 그려진다.
6부 ‘학교 가는 길’에는 올망졸망 낮은학년 아이들의 앙증맞은 모습과 학교 다녀와 엄마 없는 빈집에서 비죽비죽 눈물이 나면서 엄마 없는 울보친구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선생님 마음에 깊은 인상으로 남은 학교 생활이 평화롭기만 하다. 7부 ‘산’과 8부 ‘민들레’에서는 우리 주변의 가까운 자연과 이웃을 재미나게도, 슬프게도 그려낸다. 9부 ‘맘속에 계셔요’에는 “우리들이 기도드릴 때 하나님은 찾아오세요”/ 목사님 말씀에 (참말일까?)/ 석아는 고다음 기도 시간에 사알금 눈을 떠 봤지/(하나님이 오셨나?)고/ 아니 뚜울뚜울 살펴봐도 안 보이네 (중략)” 다섯 살 때 누나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통해 예수를 처음 알게 되고 기독교신앙이 싹텄다는 선생님의 아이다움이 귀엽다.
『삼베치마』 맨 마지막에는 ‘1964년 1월 10일 묶음’이라는 문구가 또렷하다. 1969년 「강아지똥」으로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하셨으니 그보다 5년이나 앞서 묶은 동시들이다. 이때가 선생님 나이 스물일곱, 교회에서 종지기로, 교사로 지내던 때인데 청년 권정생은 이 동시집을 품고 가슴 저 밑에 내려놓은 서러움을 길어 올리기도 하고 웃음기 가득한 어린시절 정겨운 동무들, 이웃들, 그 그리운 기억들을 평생 꺼내 보며 자신을 지탱하는 힘으로 삼았을 것이다. 동시집 『삼베치마』는 권정생 문학의 원천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어느 별, 맑음성 별지기를 하고 있을 선생님을 더욱 그립게 하는 반가운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