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코출판사는 2002년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를 펴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2004년 여름 충남 홍성군 홍동면 시골마을로 출판사를 옮겨 작으나마 농작물을 기르며 책을 펴내고 있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는 서울의 크고 작은 출판사에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까닭에 외면당한 원고인데 시절 인연을 따라 그물코에서 펴내는 <갓골문고>의 세 번째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첫발을 내딛으며 쓰신 이찬갑 선생님의 『풀무학교를 열며』를 첫 책으로,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생태마을의 앞날을 묻는 『지금 다시 생태마을을 읽는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마을공동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우리 마을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 문고는 어른 손바닥만 하고 분량은 100쪽에서 200쪽 내외 값은 2천원에서 5천원 사이, 지금까지 다섯 권을 펴냈습니다.
<갓골문고>를 펴내는 그물코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물코출판사가 있는 동네는 갓골마을입니다. 갓골이란 변두리라는 말이지요. 눈에 뜨지 않지만 앞날을 준비하는 자리가 가장자리입니다. 우리 모두 갓골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고, 가톨릭의 믿음만큼 협동조합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 협동조합이 국내총생산의 30%를 담당하며 명품보다 협동조합이 더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볼로냐 탐방기입니다. ‘21세기 경제 발전의 동력은 경쟁이 아닌 협동에 있으며 협동조합은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며 경제적 대안이다.’ 이 책의 고갱이입니다. 책값은 4천원, 새로운 세상과 다른 삶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한 권씩… 고맙습니다.

책을 만들고 나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일
출판사가 자리 잡은 시골마을은 이미 1950년대부터 여러 형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풀무학교에서 4천원을 모아 시작된 신협이 지금은 건실한 조합으로 자리 잡았고,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협동의 방식으로 어린이집, 느티나무헌책방, 갓골목공소, 풀무생산자협동조합, 장애인공동체 ‘꿈이 자라는 뜰’,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원예협동조합 ‘가꿈’들을 만들었고,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마을돈(지역통화)과 무이자은행, 마을디자인조합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를 세상에 내놓을 즈음에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맥주집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러저러 궁리를 하다가 “아하 우리 협동조합 방식으로 맥주집을 열면 어떨까?”라는 뜬금없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 그거 재미있겠네.”라는 이야기가 오고갔고 협동조합 마을까페 준비모임을 꾸려 여러 번의 모임과 이야기마당을 열었고 회원 103명이 가입비 1천 8백여만 원을 모아 2011년 3월 11일 동네마실방 ‘뜰’을 열었습니다. 조합원들은 돈을 내면서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았고, 운영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는 느슨한 협동조합 방식을 채택해 대표 일꾼 두 사람이 꾸려 가는 맥주집을 만들었습니다. 회원 가운데는 홍동 주민들을 넘어 대구와 홍성, 서울과 부산에서도 회원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협동조합 동네마실방 ‘뜰’은 불안한 미래를 전망하며 스펙 쌓기로 구직 활동을 이어가거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꿈꾸는 일들은 협동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이 함께 책을 읽고 마을에 협동조합 하나 만들어냈다면 됐다 싶은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생태마을 홍동에 있는 협동조합 동네마실방 ‘뜰’에 오시면 시원한 맥주 한 잔 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