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얘들아, 오늘은 교과서 덮어놓고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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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7 23:07 조회 6,733회 댓글 0건본문
책상을 벽 쪽으로 민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아이들이 엉덩이를 들썩인다. 비밀이라고 해도 “선생님, 뭐해요? 뭐할 거예요?” 졸졸 따라 다니며 묻는다. 학교에 있는 모든 쌓기 나무와 도미노를 교실 바닥에 쏟아놓으니 산처럼 많다.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벌써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한다. 서너 명씩 모여서 집을 만들더니 집을 합쳐서 궁궐도 만든다. 쌓기 나무가 벽돌도 되고, 사람도 되고, 나무도 된다. 풀뚜껑을 빼서 바퀴를 붙이며 자동차를 만들기도 한다.
몇몇 아이들이 좀 전의 벽돌과 사람, 나무를 모으더니 같이 산을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 개, 그 옆에는 두 개, 한 개씩 늘여 일곱 개까지 쌓았다가 다시 한 개씩 줄여나간다. 빨간산과 파란산도 만들고, 초록색과 검정색을 번갈아 쌓기도 한다. 1학년 1학기 수학 3단원여러 가지 모양에서 ‘여러 가지 모양 만들기’를 하는 시간이다. ‘규칙 찾기’는 다음 시간에 배울 것인데,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낸다. 두 시간 동안 신나게 공부한 다음 책상을 제자리로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한 녀석이 손을 들고 묻는다. “선생님, 수학 공부 언제해요?”
학교 공부는 교과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는 단지 자료를 제공할 뿐이다. 학급에서 교사와 학생이 계획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므로 교과서에 빈칸이 많거나 붙임딱지를 덜 활용하였더라도 교사가 공부를 덜 가르쳤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많이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몸으로 익히고 학습하는 것이 이후의 공부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52쪽)
책 제목이 놀랍다. 교과서를 믿지 말라니. 십 년이 넘는 시간을 교과서로 공부하고 다섯 해 동안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는데 말이다. 일등하는 사람들도 모두 “국・영・수 중심으로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말하지 않았던가.
이 책 1부에서는 각 학년별 교과서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2부에서는 수학, 영어, 음악과 미술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3부에서는 왜 초등학교 교과서가 이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었는지, 누가 어떻게 교과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원인을 짚어본다. 처음에는 제목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는데 책을 읽으니 시원하고 통쾌하다. 그 동안 공부하면서, 가르치면서 왜 내가 답답했는지 까닭을 알겠다. ‘걸음마 떼자 달리라고 하는 1학년 교과서’, ‘아이들의 자신감을 갉아먹는 2학년 교과서’, ‘누덕누덕 기운 듯한 5, 6학년 교과서’ 슬프지만, 책의 꼭지 이름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한 학부모는 3학년 수학 교과서를 보다가, 너무 화가 나 교과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서를 보냈다고 한다.
“장관님! 왜 21÷3=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왜 527+694=1221인지를 만 8세 된 초등생들이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까? 어른인 저도 모르겠어서 참고서를 봐야 합니다. 혹시 장관님께서도 모르시겠다면 동봉해드린 ○○전과 26쪽의 7번, 57쪽의 11번 설명을 보시면 됩니다.” (88쪽)
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문제 푸는 것이 즐겁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수학 시간마다 난감한 순간이 있는데, 바로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사과 6개를 한 봉지에 2개씩 담으면 몇 봉지에 담을 수 있습니까?” 하는 문제가 있다. ‘3봉지’ 답하고 뿌듯해하면 잘못이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꼭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까지 묻는다. 3700과 4200 중에서 어느 수가 더 큰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아이들은 ‘그냥’, ‘몰라’하고 답한다.
이런 문제는 3학년부터 시간마다 나오고, 한 쪽에 두 번씩 나올 때도 있다. 직관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에 이유를 꼭 대답하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교과서가 자꾸 왜 그러냐고 물어서 더욱 더 생각하기 싫어하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가진 기계로 만든다고 한다. 수학 사고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문제 유형에 익숙해져서 수학은 생각이 아니라 외우는 것이라는 경험이 쌓이게 된다고 경고한다. 2007년 국제성취도평가(TIMSS) 결과 우리나라는 50개국 중에 수학 성취도 2위, 자신감지수 43위, 공부하는 즐거움 43위, 가치인식은 45위였다.
교과서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의 결론은 교과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요구하자는 것이다. 교과서 내용의 위계가 맞지 않고 아이들 발달단계와 어긋난 부분이 많으니까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이것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교과서에 얽매이지 말고 몸으로 하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 스스로 개념을 찾고 사고력을 기르는 데 조작활동은 효과적이며, 그림을 잘 그리려면 직접 몸으로 겪어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는 정식 교육과정 안에 놀이시간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늦었지만, 서로 도와 규칙을 세워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부를 했다고, 앞으로도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말해야겠다.
몇몇 아이들이 좀 전의 벽돌과 사람, 나무를 모으더니 같이 산을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 개, 그 옆에는 두 개, 한 개씩 늘여 일곱 개까지 쌓았다가 다시 한 개씩 줄여나간다. 빨간산과 파란산도 만들고, 초록색과 검정색을 번갈아 쌓기도 한다. 1학년 1학기 수학 3단원여러 가지 모양에서 ‘여러 가지 모양 만들기’를 하는 시간이다. ‘규칙 찾기’는 다음 시간에 배울 것인데,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낸다. 두 시간 동안 신나게 공부한 다음 책상을 제자리로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한 녀석이 손을 들고 묻는다. “선생님, 수학 공부 언제해요?”
학교 공부는 교과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는 단지 자료를 제공할 뿐이다. 학급에서 교사와 학생이 계획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므로 교과서에 빈칸이 많거나 붙임딱지를 덜 활용하였더라도 교사가 공부를 덜 가르쳤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많이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몸으로 익히고 학습하는 것이 이후의 공부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52쪽)
책 제목이 놀랍다. 교과서를 믿지 말라니. 십 년이 넘는 시간을 교과서로 공부하고 다섯 해 동안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는데 말이다. 일등하는 사람들도 모두 “국・영・수 중심으로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말하지 않았던가.
이 책 1부에서는 각 학년별 교과서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2부에서는 수학, 영어, 음악과 미술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3부에서는 왜 초등학교 교과서가 이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었는지, 누가 어떻게 교과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원인을 짚어본다. 처음에는 제목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는데 책을 읽으니 시원하고 통쾌하다. 그 동안 공부하면서, 가르치면서 왜 내가 답답했는지 까닭을 알겠다. ‘걸음마 떼자 달리라고 하는 1학년 교과서’, ‘아이들의 자신감을 갉아먹는 2학년 교과서’, ‘누덕누덕 기운 듯한 5, 6학년 교과서’ 슬프지만, 책의 꼭지 이름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한 학부모는 3학년 수학 교과서를 보다가, 너무 화가 나 교과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서를 보냈다고 한다.
“장관님! 왜 21÷3=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왜 527+694=1221인지를 만 8세 된 초등생들이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까? 어른인 저도 모르겠어서 참고서를 봐야 합니다. 혹시 장관님께서도 모르시겠다면 동봉해드린 ○○전과 26쪽의 7번, 57쪽의 11번 설명을 보시면 됩니다.” (88쪽)
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문제 푸는 것이 즐겁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수학 시간마다 난감한 순간이 있는데, 바로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사과 6개를 한 봉지에 2개씩 담으면 몇 봉지에 담을 수 있습니까?” 하는 문제가 있다. ‘3봉지’ 답하고 뿌듯해하면 잘못이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꼭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까지 묻는다. 3700과 4200 중에서 어느 수가 더 큰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아이들은 ‘그냥’, ‘몰라’하고 답한다.
이런 문제는 3학년부터 시간마다 나오고, 한 쪽에 두 번씩 나올 때도 있다. 직관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에 이유를 꼭 대답하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교과서가 자꾸 왜 그러냐고 물어서 더욱 더 생각하기 싫어하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가진 기계로 만든다고 한다. 수학 사고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문제 유형에 익숙해져서 수학은 생각이 아니라 외우는 것이라는 경험이 쌓이게 된다고 경고한다. 2007년 국제성취도평가(TIMSS) 결과 우리나라는 50개국 중에 수학 성취도 2위, 자신감지수 43위, 공부하는 즐거움 43위, 가치인식은 45위였다.
교과서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의 결론은 교과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요구하자는 것이다. 교과서 내용의 위계가 맞지 않고 아이들 발달단계와 어긋난 부분이 많으니까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이것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교과서에 얽매이지 말고 몸으로 하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 스스로 개념을 찾고 사고력을 기르는 데 조작활동은 효과적이며, 그림을 잘 그리려면 직접 몸으로 겪어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는 정식 교육과정 안에 놀이시간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늦었지만, 서로 도와 규칙을 세워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부를 했다고, 앞으로도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