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잃어버린 기억을 그림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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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7 22:50 조회 6,238회 댓글 0건본문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난 여행. 특별한 목적도 없이 발길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눈앞에 나타난 고풍스런 건물 하나. 도서관인지 박물관인지 혹은 미술관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모를 강렬한 호기심은 나를 건물 입구로 이끈다. 안내원도 없고, 관람객도 없다. 문을 열자 오랫동안 열린 적 없었던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 사이로 정적을 깨뜨리는 내 발소리만이 또렷이 들려온다. 조금 더 들어가니 다섯 개의 문이 있다. 문에 새겨져 있는 안내 글은 이렇다. “이 문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입구입니다. 가고 싶은 곳의 문을 여세요!”
책을 펼쳐 목차까지 읽었을 때 든 느낌이 꼭 이렇다. 제목은 도서관이고 각 장에 붙인 이름은 열람실인 것을 보면 아마 저자가 의도한 효과일 것이다. 총 5개의 열람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열람실의 문을 열면 저자는 인류문화사에 있어 매혹적인 시공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이 곧 타임머신인 셈이다. 제1열람실에서는 미노아 문명이 번성했던 에게 해로, 제2열람실은 무덤 벽화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고대 이집트를, 제3열람실은 인도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몽골과 페르시아의 이야기가 있다. 제4열람실에는 양탄자 그림을 통해 중세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파리적인 화가샤르뎅의 그림 속에서 18세기 파리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 주고 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제1열람실의 문을 열어 보자.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에게 해에 있는 티라 섬에서 발견된 <어부>라는 벽화이다. 산토리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티라 섬에서 발견된 이벽화에 보내는 저자의 애정은 지극하다. 그건 이 그림이 화산재 속에 묻혀 오랜 시간 잊혀 있다가 발견되는 순간3,60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림 자체의 예술성보다 그 속에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들이 주인공이다. 시공간을 거슬러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순간의 희열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서려있다저자의 말을 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독자에게는 낯선 숨은 진주라는데, 어디서 건져 올린 것인지 실제로 그 낯설음은 나를 적잖이 당황시켰다.
분명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며 배웠던 세계사나 미술사인데, 그것도 매우 좋아했던 과목이고 나름 남들보다 잘한다고 자신했던 과목인데 도대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그림이나 역사는 우리가 배웠던 세계사나 미술사에서 중요도가 낮은, 소위 비주류 지역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미노아문명에 대해 교과서에서는 몇 줄 다루지 않는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고대사에서 가장 번성했던 곳 중 하나인 이집트문명에 대해 할당된 비중은 참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세계사는 곧 유럽문명사였던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나의 기억 속에, 몽골과 페르시아의 역사가 거의 흔적조차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지만 어느 곳보다 찬란했던 인류문명사의 한 페이지를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 속 등장인물의 장신구 하나와 눈빛까지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읽어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저자의 해석은 정말 놀랍다. 마치 보물을 찾는 단서가 그림 속에 숨어 있기라도 한 듯 예리하게 분석한다. 물론 저자에게 있어 보물은 역사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그 시대의 문명 자체이다. 결국 이 책에서 그림은 그 시대의 문명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문인 셈이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암호가 필요하고, 그 암호는 저자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애정을 듬뿍 담아서.
수천 년 전에 그려진 미노아 문명의 벽화를 감상하면, 많은 것을 만나고 다시 생각해보게끔 된다. 인류가 쌓았던 문명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얼마나 값진 것인가도 실감한다. 인간이 거쳐 온 역사는 자연의 엄청난 존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진리도 깨닫는다. 이런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배움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고 싶다. 인식조차 못하고 흘려버리는 단순함에서 뜻있는 내용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배움이고, 그 과정은 곧 인생이 아닐까? 나아가 배움으로 문화의 깊이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때, 그 값어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문화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며,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시간을 응축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헤아리게 되는 열쇠이다. (44~45쪽)
아쉬움은 있다. 그림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문장이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이다. 이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낯선 그림이나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더 말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인류 문명이 남긴 보물 같은 작품들. 그 속에 남겨진 찬란했던 문명의 기억. 그것을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일이니까. 개인적으로 저자의 숨은 보물찾기가 앞으로도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 물론 발견한 보물에 대한 정보 공유는 필수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책을 펼쳐 목차까지 읽었을 때 든 느낌이 꼭 이렇다. 제목은 도서관이고 각 장에 붙인 이름은 열람실인 것을 보면 아마 저자가 의도한 효과일 것이다. 총 5개의 열람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열람실의 문을 열면 저자는 인류문화사에 있어 매혹적인 시공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이 곧 타임머신인 셈이다. 제1열람실에서는 미노아 문명이 번성했던 에게 해로, 제2열람실은 무덤 벽화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고대 이집트를, 제3열람실은 인도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몽골과 페르시아의 이야기가 있다. 제4열람실에는 양탄자 그림을 통해 중세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파리적인 화가샤르뎅의 그림 속에서 18세기 파리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 주고 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제1열람실의 문을 열어 보자.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에게 해에 있는 티라 섬에서 발견된 <어부>라는 벽화이다. 산토리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티라 섬에서 발견된 이벽화에 보내는 저자의 애정은 지극하다. 그건 이 그림이 화산재 속에 묻혀 오랜 시간 잊혀 있다가 발견되는 순간3,60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림 자체의 예술성보다 그 속에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들이 주인공이다. 시공간을 거슬러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순간의 희열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서려있다저자의 말을 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독자에게는 낯선 숨은 진주라는데, 어디서 건져 올린 것인지 실제로 그 낯설음은 나를 적잖이 당황시켰다.
분명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며 배웠던 세계사나 미술사인데, 그것도 매우 좋아했던 과목이고 나름 남들보다 잘한다고 자신했던 과목인데 도대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그림이나 역사는 우리가 배웠던 세계사나 미술사에서 중요도가 낮은, 소위 비주류 지역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미노아문명에 대해 교과서에서는 몇 줄 다루지 않는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고대사에서 가장 번성했던 곳 중 하나인 이집트문명에 대해 할당된 비중은 참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세계사는 곧 유럽문명사였던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나의 기억 속에, 몽골과 페르시아의 역사가 거의 흔적조차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지만 어느 곳보다 찬란했던 인류문명사의 한 페이지를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 속 등장인물의 장신구 하나와 눈빛까지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읽어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저자의 해석은 정말 놀랍다. 마치 보물을 찾는 단서가 그림 속에 숨어 있기라도 한 듯 예리하게 분석한다. 물론 저자에게 있어 보물은 역사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그 시대의 문명 자체이다. 결국 이 책에서 그림은 그 시대의 문명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문인 셈이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암호가 필요하고, 그 암호는 저자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애정을 듬뿍 담아서.
수천 년 전에 그려진 미노아 문명의 벽화를 감상하면, 많은 것을 만나고 다시 생각해보게끔 된다. 인류가 쌓았던 문명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얼마나 값진 것인가도 실감한다. 인간이 거쳐 온 역사는 자연의 엄청난 존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진리도 깨닫는다. 이런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배움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고 싶다. 인식조차 못하고 흘려버리는 단순함에서 뜻있는 내용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배움이고, 그 과정은 곧 인생이 아닐까? 나아가 배움으로 문화의 깊이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때, 그 값어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문화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며,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시간을 응축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헤아리게 되는 열쇠이다. (44~45쪽)
아쉬움은 있다. 그림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문장이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이다. 이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낯선 그림이나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더 말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인류 문명이 남긴 보물 같은 작품들. 그 속에 남겨진 찬란했던 문명의 기억. 그것을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일이니까. 개인적으로 저자의 숨은 보물찾기가 앞으로도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 물론 발견한 보물에 대한 정보 공유는 필수라는 전제하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