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대중음악은 우리의 친구 - 10대를 위한 대중음악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대중음악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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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5:44 조회 8,652회 댓글 0건본문
10대를 위한 대중음악 입문서를 표방한 책. 그래서 그런지 책의 생김새가 귀엽다. CD 음반을 닮은 노란 바탕의 표지, 작고 얇고 사진이 많은 구성. 대충 넘겨봐도 누구나 알만한 아이돌의 앨범을 볼 수 있으니 선뜻 손이 갈 만하다. 대중음악에 관련된 비슷한 책이 없었으니 더 주목할 만하다.
1988년 유재하의 노래를 처음 접하고, 1998년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를 처음 접했다는 걸 약력으로 밝히는 저자는 자신의 어린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음악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음악에 대해서는 모든 걸 꾀고 있어 보였던 음악 매니아 선배를 만난 듯하다. 화려한 수식도 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봄직한 음악과 마주한 순간들을 들춰내 공감을 부른다.
음악 평론가인 저자는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면서 고상한 예술을 부르짖거나, 고리타분한 이론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들음’을 존중한다. 특히 아이돌에 빠져 있는 10대들의 ‘대중음악 듣기’를 긍정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겪었던 아이돌 음악은 차마 버릴 수 없는 대중음악의 고향이다.”라고 말하며 개개의 삶을 관통했던 음악들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 사이사이 대중음악에 대한 앎이 거부감 없이 스며들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주머니 속의 대중음악』은 10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10대에 나누지도 누리지도 못했던 대중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기다렸던 모든 사람들을 향해 있다. 아니 어쩌면 10대보다 어른들을 위하는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10대 때의 마음가짐으로 최신가요를 찾아 듣고 최신팝송을 찾아 듣는다고 자부한다. 그런 짜릿함 없이 평론가 노릇을 계속한다는 건 거짓말이다.”라는 저자의 생각이 녹아든 책이기에. ‘10대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해와 절실함은 10대보다 1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더 크다. ‘10대의 짜릿함’을 간직한 저자를 따라서 그 마음에 닿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머니 속의 대중음악』은 10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10대를 대상으로 한 책을 처음부터 스스로 적극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고, 우연찮게 인연이 닿게 되어 ‘바람의아이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 제안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청소년들이 따로 읽을 수 있는 대중음악 책이라니, 정말 참신한 기획이라 생각했다. 지금껏 이런 책을 시도해 본 평론가가 국내에는 없었다.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했을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먼저 내 자신이 청소년기에 대중음악을 어떻게 들었었나, 따져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큰 그림이 그려지더라. 당연히 ‘아티스트’, ‘명반’ 이런 무게감 있는 말들은 당시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나’였다. 내가 즐겁게 듣고 의미 있게 들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대중음악을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경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경로들이 책의 구성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아이돌 음악, 라이브 무대, MP3로 혼자 음악 듣기, 라디오 듣기, 이런 것들이 흔히 청소년들이(혹은 우리 모두가) 대중음악을 접하는 통로다. 그 각각의 통로가 요구하는 사실적인 절차들 그리고 거기서 겪게 되는 구체적인 느낌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려 했다. 음악에 관한 다양한 경험 방법들을 제시하면 청소년들이 마치 자기 이야기인 듯 따라와 줄 거라 믿었다. 신중현, 조용필, 서태지, 이런 거장들을 논하는 일은 삼가야만 했다.
책 중간 중간에 추천 앨범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앨범 중에 몇몇 앨범을 선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다면?
각 챕터마다 적합한 앨범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 다음은 청각적인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여기서 청각적 즐거움이란 ‘듣기에 좋은 것’과 ‘듣기에 이상한 것’ 모두를 포함한다. 대중음악을 폭넓게 들어오지 못한 청소년이라도 처음 듣자마자 쉽게 끌릴 수 있는 앨범이 한 편을 이룬다면, 반대편에는 그들이 듣기에 “별 이상한 음악도 다 있구나.” 싶은 앨범이 한편을 이룬다. 책에 추천된 앨범 전부를 망라해보면 전자와 후자의 비율이 대충 7:3 정도 되는 것 같다. 후자에서는 어느 정도 낯설음과 충격을 의도했다. 대중음악을 들어가면서 그런 경험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충격이 짜릿한 전율을 주기도 한다. 아무튼 나름의 선정 기준을 지키려다보니 내가 정말로 좋아하지만 다소 난해한 앨범들은 제외되었다.
책에서는 청소년들의 음악 취향에 대하여 우려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열린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접하고 누리는 음악의 편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부분들을 단지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할까?
청소년들의 대중음악 소비문화가 아이돌에 편향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편향되게 만든 건 어른들이다. 현재 한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을 지나 중학교 1~2학년을 거쳐 가는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돌 음악에 과잉 노출되게끔 되어 있다. 절대 청소년들을 나무랄 수 없다.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의 지나친 아이돌 음악 편중 사태는 평론가들을 비롯한 음악 관계자들이 차근차근 별도로 풀어야 할 문제다. 시스템의 부조리와 상관없이 우선은 청소년들의 아이돌 음악문화를 기꺼이 인정해주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 아이돌 음악 외에 다른 다양한 음악들도 존재한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면 된다. 접하게끔 해주면 된다. 이 책도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듣는 음악을 암암리에 깔보는 어른들의 편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듣는 대중음악은 각 시대마다, 각 나라마다 언제나 이런 편견에 시달려 왔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몇몇 방송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슈퍼스타K2’가 전국노래자랑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뿐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나는 그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차원의 예능이다. 그래서 ‘위대한 탄생’을 비롯해 비슷한 서바이벌 형식 음악 프로그램이 여기저기 생긴다는 소식에 마음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거기에 스릴과 감동이 있는 건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음악 듣는 방법의 최선인 양 포장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물론 ‘슈퍼스타K3’가 밴드 부문을 따로 신설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종의 진화라고 할 수 있을 테고, 거기서 어떤 음악들을 듣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게 될 경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악평론가가 되기 전과 된 후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평론가는 ‘어떻게 하면 이 음악을 잘 평가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평가가 끝나고 나면 기운이 쫙 빠져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다시는 그음악을 안 들어도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청소년 시절처럼 어떤 음악이 너무 좋아 그것만 죽어라 100번, 200번 듣는 열정을 발휘하지 못한다. 단지 비평문을 써야한다는 의무 때문에 음악을 건성으로 듣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대신 평론 일을 하게 되면 확실한 하이에나가 된다. 최신 음악들을 챙겨 듣기 위해 항상 쌍심지를 켜고 다니니까. 이 하이에나 노릇은 여전히 보람되고 즐겁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감정을 온전히 글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음악 글쓰기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있었는지?
많이 듣고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수준이 향상된다. 나도 내가 10년 전에 썼던 리뷰는 창피해서 못 본다. 그렇다고 무작정 듣고 쓰고만 반복해서는 안 되고, 선배 평론가나 동료 평론가들이 써 놓은 글도 잘 챙겨보고, 음악에 관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각종 서적들도 들춰보고 그래야 한다. 인문학에 관한 잡다한 지식도 필요하다.
에필로그에서 “대중음악 평론가는 감히 영원한 10대라고까
지 말할 수 있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중
음악 평론가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서?
평론가에게는 크게 소개해주는 역할과 비판하는 역할
이 있다.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는 평론가는 음악 꽤나
듣는 친구 놈처럼 보인다. 이 친구 놈을 옆에 잘 두고 있
으면 음악 생활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비
판하는 평론가다. 음악을 듣다 보면 누구나 더 좋은 음
악과 그것보다 조금 안 좋은 음악을 가려내게 된다. 이
음악과 저 음악을 비교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
운 일이다. 평론가는 이 일에 죽자고 매달리는 사람일지
도 모른다. 이 일도 결국은 더 좋게 들리는 음악을 빛내
주고 소개해주는 일에 속할까? 평론의 가능성은 내가
답하기엔 너무 거대한 질문이다. 평론가는 즐거운 음악
생활에 보탬이 될 때마다, 그때마다 문득 문득 발언하
며 드러나는 존재면 족할 것 같다.
5월에 들으면 좋을 노래나 앨범을 추천해 준다면?
책에도 소개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입술이 달빛>과
에레나의 <Say Hello To Every Summer>을 추천한다.
5월이 포근하고 따사로운 날들로 가득하다면,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작년에 내가 제일 좋게 들었던 ‘9와 숫
자들’의 데뷔 앨범도 좋을 것 같다. 모차르트의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도 떠오른다.
준비 중인 책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책은 아직 계획이 없다. 몇 년 전부터 동료 글쟁이
들과 논의한 주제들이 있긴 한데, 실제 책으로 만들어
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분간은 내가 몸담고 있는 음
악취향Y에 간간이 글을 올리며 지낼 예정이다. 청소년
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마련된다면, 기꺼이 달려 나갈 참이다.
서정원 기자
1988년 유재하의 노래를 처음 접하고, 1998년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를 처음 접했다는 걸 약력으로 밝히는 저자는 자신의 어린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음악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음악에 대해서는 모든 걸 꾀고 있어 보였던 음악 매니아 선배를 만난 듯하다. 화려한 수식도 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봄직한 음악과 마주한 순간들을 들춰내 공감을 부른다.
음악 평론가인 저자는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면서 고상한 예술을 부르짖거나, 고리타분한 이론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들음’을 존중한다. 특히 아이돌에 빠져 있는 10대들의 ‘대중음악 듣기’를 긍정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겪었던 아이돌 음악은 차마 버릴 수 없는 대중음악의 고향이다.”라고 말하며 개개의 삶을 관통했던 음악들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 사이사이 대중음악에 대한 앎이 거부감 없이 스며들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주머니 속의 대중음악』은 10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10대에 나누지도 누리지도 못했던 대중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기다렸던 모든 사람들을 향해 있다. 아니 어쩌면 10대보다 어른들을 위하는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10대 때의 마음가짐으로 최신가요를 찾아 듣고 최신팝송을 찾아 듣는다고 자부한다. 그런 짜릿함 없이 평론가 노릇을 계속한다는 건 거짓말이다.”라는 저자의 생각이 녹아든 책이기에. ‘10대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해와 절실함은 10대보다 1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더 크다. ‘10대의 짜릿함’을 간직한 저자를 따라서 그 마음에 닿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머니 속의 대중음악』은 10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10대를 대상으로 한 책을 처음부터 스스로 적극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고, 우연찮게 인연이 닿게 되어 ‘바람의아이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 제안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청소년들이 따로 읽을 수 있는 대중음악 책이라니, 정말 참신한 기획이라 생각했다. 지금껏 이런 책을 시도해 본 평론가가 국내에는 없었다.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했을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먼저 내 자신이 청소년기에 대중음악을 어떻게 들었었나, 따져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큰 그림이 그려지더라. 당연히 ‘아티스트’, ‘명반’ 이런 무게감 있는 말들은 당시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나’였다. 내가 즐겁게 듣고 의미 있게 들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대중음악을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경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경로들이 책의 구성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아이돌 음악, 라이브 무대, MP3로 혼자 음악 듣기, 라디오 듣기, 이런 것들이 흔히 청소년들이(혹은 우리 모두가) 대중음악을 접하는 통로다. 그 각각의 통로가 요구하는 사실적인 절차들 그리고 거기서 겪게 되는 구체적인 느낌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려 했다. 음악에 관한 다양한 경험 방법들을 제시하면 청소년들이 마치 자기 이야기인 듯 따라와 줄 거라 믿었다. 신중현, 조용필, 서태지, 이런 거장들을 논하는 일은 삼가야만 했다.
책 중간 중간에 추천 앨범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앨범 중에 몇몇 앨범을 선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다면?
각 챕터마다 적합한 앨범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 다음은 청각적인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여기서 청각적 즐거움이란 ‘듣기에 좋은 것’과 ‘듣기에 이상한 것’ 모두를 포함한다. 대중음악을 폭넓게 들어오지 못한 청소년이라도 처음 듣자마자 쉽게 끌릴 수 있는 앨범이 한 편을 이룬다면, 반대편에는 그들이 듣기에 “별 이상한 음악도 다 있구나.” 싶은 앨범이 한편을 이룬다. 책에 추천된 앨범 전부를 망라해보면 전자와 후자의 비율이 대충 7:3 정도 되는 것 같다. 후자에서는 어느 정도 낯설음과 충격을 의도했다. 대중음악을 들어가면서 그런 경험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충격이 짜릿한 전율을 주기도 한다. 아무튼 나름의 선정 기준을 지키려다보니 내가 정말로 좋아하지만 다소 난해한 앨범들은 제외되었다.
책에서는 청소년들의 음악 취향에 대하여 우려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열린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접하고 누리는 음악의 편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부분들을 단지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할까?
청소년들의 대중음악 소비문화가 아이돌에 편향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편향되게 만든 건 어른들이다. 현재 한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을 지나 중학교 1~2학년을 거쳐 가는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돌 음악에 과잉 노출되게끔 되어 있다. 절대 청소년들을 나무랄 수 없다.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의 지나친 아이돌 음악 편중 사태는 평론가들을 비롯한 음악 관계자들이 차근차근 별도로 풀어야 할 문제다. 시스템의 부조리와 상관없이 우선은 청소년들의 아이돌 음악문화를 기꺼이 인정해주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 아이돌 음악 외에 다른 다양한 음악들도 존재한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면 된다. 접하게끔 해주면 된다. 이 책도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듣는 음악을 암암리에 깔보는 어른들의 편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듣는 대중음악은 각 시대마다, 각 나라마다 언제나 이런 편견에 시달려 왔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몇몇 방송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슈퍼스타K2’가 전국노래자랑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뿐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나는 그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차원의 예능이다. 그래서 ‘위대한 탄생’을 비롯해 비슷한 서바이벌 형식 음악 프로그램이 여기저기 생긴다는 소식에 마음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거기에 스릴과 감동이 있는 건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음악 듣는 방법의 최선인 양 포장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물론 ‘슈퍼스타K3’가 밴드 부문을 따로 신설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종의 진화라고 할 수 있을 테고, 거기서 어떤 음악들을 듣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게 될 경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악평론가가 되기 전과 된 후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평론가는 ‘어떻게 하면 이 음악을 잘 평가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평가가 끝나고 나면 기운이 쫙 빠져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다시는 그음악을 안 들어도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청소년 시절처럼 어떤 음악이 너무 좋아 그것만 죽어라 100번, 200번 듣는 열정을 발휘하지 못한다. 단지 비평문을 써야한다는 의무 때문에 음악을 건성으로 듣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대신 평론 일을 하게 되면 확실한 하이에나가 된다. 최신 음악들을 챙겨 듣기 위해 항상 쌍심지를 켜고 다니니까. 이 하이에나 노릇은 여전히 보람되고 즐겁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감정을 온전히 글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음악 글쓰기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있었는지?
많이 듣고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수준이 향상된다. 나도 내가 10년 전에 썼던 리뷰는 창피해서 못 본다. 그렇다고 무작정 듣고 쓰고만 반복해서는 안 되고, 선배 평론가나 동료 평론가들이 써 놓은 글도 잘 챙겨보고, 음악에 관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각종 서적들도 들춰보고 그래야 한다. 인문학에 관한 잡다한 지식도 필요하다.
에필로그에서 “대중음악 평론가는 감히 영원한 10대라고까
지 말할 수 있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중
음악 평론가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서?
평론가에게는 크게 소개해주는 역할과 비판하는 역할
이 있다.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는 평론가는 음악 꽤나
듣는 친구 놈처럼 보인다. 이 친구 놈을 옆에 잘 두고 있
으면 음악 생활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비
판하는 평론가다. 음악을 듣다 보면 누구나 더 좋은 음
악과 그것보다 조금 안 좋은 음악을 가려내게 된다. 이
음악과 저 음악을 비교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
운 일이다. 평론가는 이 일에 죽자고 매달리는 사람일지
도 모른다. 이 일도 결국은 더 좋게 들리는 음악을 빛내
주고 소개해주는 일에 속할까? 평론의 가능성은 내가
답하기엔 너무 거대한 질문이다. 평론가는 즐거운 음악
생활에 보탬이 될 때마다, 그때마다 문득 문득 발언하
며 드러나는 존재면 족할 것 같다.
5월에 들으면 좋을 노래나 앨범을 추천해 준다면?
책에도 소개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입술이 달빛>과
에레나의 <Say Hello To Every Summer>을 추천한다.
5월이 포근하고 따사로운 날들로 가득하다면,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작년에 내가 제일 좋게 들었던 ‘9와 숫
자들’의 데뷔 앨범도 좋을 것 같다. 모차르트의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도 떠오른다.
준비 중인 책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책은 아직 계획이 없다. 몇 년 전부터 동료 글쟁이
들과 논의한 주제들이 있긴 한데, 실제 책으로 만들어
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분간은 내가 몸담고 있는 음
악취향Y에 간간이 글을 올리며 지낼 예정이다. 청소년
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마련된다면, 기꺼이 달려 나갈 참이다.
서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