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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오, 보이지 않는 ‘힘’의 모습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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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5:29 조회 6,7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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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라는 낱말에는 정말 다양한뜻과 느낌이 들어 있다. 인터넷에서 영어 사전을 열어 놓고 ‘힘’이라는 낱말을 치면 주로 자연의 힘으로서 power, energy, force 등이 나오고, strength, ability, capacity, capability 등 물리적이거나 능력을 나타내는 어휘에서부터 authority, influence 등의 권세나 영향력을 나타내는 온갖 말들이 나온다. 과학 책인 『으랏차차,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서 이야기하는 힘은 아마도 주로 에너지일 것이겠지만 이 모든 말들을 ‘힘’이라는 짧은 말로 아우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 책을 만났다. 왜냐하면 제목에 쓰인 ‘힘’도 그러저러한 느낌을 버무려 놓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힘’은 그야말로 세상을 움직인다. 역사가 그러했고, 지금 세계와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온갖 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 해일은 자연의 힘이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그 저변에는 인류가 지구 위에 미친 온갖 활동과 힘이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고, 저 참사가 앞으로 국제 사회의 정치와 경제, 인류의 건강과 미래에 어떤 힘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나비 효과를 생각하면 미지수는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미지’를 두렵지 않게 하는 ‘힘’은 ‘앎’일 것이다. ‘힘’에 대해 아는 것은 참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는 것이 힘’이라고, 저자는 ‘저자의 말’에 썼을 것이다. 힘에 대해 아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건 이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책이 세상에 작용하는 자연의 힘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책, 정말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과학책이다. 대표적인 ‘힘’인 ‘중력’이 등장하여 자신의 동생과 친구들로 설정된 다양한 힘에 대해 설명하는데, 아이들이 쉽게 힘이라고 하는 엄청난 영역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잘 만들어 졌다.

가장 큰 장점은 이와 유사한 시리즈의 책들이 주로 번역서인 것에 반해 우리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작업을 한 덕에 글이 쉽게 읽히고 그림도 한층 친숙하다는 것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노랑 머리에 파란 눈, 코가 큰 아이들이 아니라는 걸 책을 읽기 시작하고 꽤 시간이 지나서 발견하게 됐는데, 무척 반가웠다. 그건이 책이 ‘서양적’이지도 않지만 완고하게 ‘한국적’이지도 않고 상당히 ‘보편적’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점은 매우 일목요연하다는 것이다. ‘들어가는 글’의 역할을 하는 6쪽짜리 만화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무진 과학씨, 중력의 인사말이 독자에게 친근한 ‘악수’를 건넨 뒤 차례가 나오는 구성도 좋았다. 어려울 수도 있을 물리의 세계로 독자를 천천히 잡아당기는 느낌이랄까. 편집이 시원시원하고 ‘읽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만큼의 그림 배치,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이, 뉴턴으로 이어지는 중력의 발견 에피소드와 아르키메데스의 부력 에피소드 등을 만화로 소개한 것도 재미있고 정돈된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복잡할 수 있을 힘의 종류를 핵심되는 몇 가지로 한정하고 그것들을 ‘자연 현상을 만드는 힘’, ‘주위에서 자주 만나는 힘’,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 힘과 운동의 법칙’이라는 테마로 간단히 묶어 놓았다. 그리고 중력, 전기력, 자기력, 마찰력, 탄성력, 부력의 여섯 가지 힘과 관성, 가속도, 작용 반작용의 세 가지 운동 법칙 정도로 힘에 관한 기본 사항을 잘 정리해 놓았다. 놀라운 것은 책을 읽다가 ‘이건 밑줄을 쳐야겠군’ 하며 색연필을 집어 들면 밑줄 치려고 했던 그 대목이 이미 빨간 글자로 크게 인쇄돼 있다는 사실을 몇 차례나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쉽고 재미있는 과학 책들의 한계는 있다. 과학은 과학, 물리는 물리다. 그건 이 책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습에 관련된 책들의 태생적 한계일 것이다. 늘 그렇듯이 중력까지는 완전히 잘 이해되는 듯하며, 더구나 질량과 무게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에서는 무릎을 치며 탄복하다가 뒤로 가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일단 서로 얽혀서 작용하는 많은 힘들 때문에 복잡해지기 시작한 머리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중학교 2학년 때 플레밍의 왼손 법칙에서 고전한 이후 물리를 점점 멀리하게 된 안 좋은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그저 원리 소개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므로, 이 책에서 비껴간, 더 어렵고 숫자를 넣어가며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걱정을 덜어주기에는 좀 역부족이다. 치과 선생님이 주사기를 들고서 “안 아파요.”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랄까.

하기는 그런 것들은 아직 물리에 대한 선입견이나 공포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저 세상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만 해도 될 것이므로. 그 역할은 백퍼센트 이상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마지막에 단 두 쪽으로 책 전체를 다시 정리한 ‘야무진 백과’만 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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