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옛이야기 특질을 그대로 살려 엮은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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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5:22 조회 6,921회 댓글 0건본문
옛이야기는 이야기로 들을 때 가장 재미나다. 어렸을 때 들은 옛이야기는 어른이 된 다음에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란 제목은 몰랐지만 아직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말과 그 리듬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외쪽이’, ‘콩쥐팥쥐’, ‘여우누이’ 같은 옛이야기는 어렸을 때 이야기로 들은 것이어서 내용이 다 기억나고 이야기가 가진 맛까지 그대로 기억난다. 책으로 본 옛이야기는 거의 잊어버렸는데 말이다.
어릴 때 재미나게 들었던 이야기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옛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어린이가 보는 옛이야기 책을 많이 보았지만 그때와 같은 감동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임석재 선생이 엮은 『한국구전설화』를 만났다. 이 책은 각 도별로 채록된 이야기를 12권으로 엮은 것으로 구술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그대로 썼다. 때문에 이야기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개성도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책으로는 나와 있는 것이 없을까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임석재 선생이 어린이를 위해 쓴 책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전래동화집 『팥이영감』(1954년), 『이야기는 이야기』(1959년. 2010년 복간) 같은 책을 쓰셨고 1970년대에 『옛날이야기 선집』다섯 권이 당시 문화공보부 우량도서로 선정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이야기를 모으다가 어린이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찾아 “본디의 바탕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손질을 해서 엮었다”고 한다.
“본디의 바탕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손질을 해서 엮었다”는 말은 엄청 중요한 말이다. 옛이야기는 이야기로 전해지는 문학이니만큼 주제이든 형식이든 옛이야기만이 지닌 중요한 특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살려서 이야기를 쓰셨다는 것이다. 이는 선생이 옛이야기에 얼마나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계셨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옛이야기 선집』 다섯 권을 원본으로 해서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일곱 권이 나왔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임석재 선생의 딸 임돈희 교수와 손녀 동화작가 임혜령, 그리고 제자 최래옥 교수가 힘을 모아 이야기를 고르고 엮고 해설했다. 그림은 김정한, 이광익, 갈현옥, 류재수, 김성민, 이은천, 한태희 이렇게 일곱 명의 그림 작가들이 한 권씩 맡아 그려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도 앞서 나온 『옛이야기 선집』과 마찬가지로 옛이야기가 가지는 특질이 잘 살아 있다. 먼저 배경 설명이나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전혀 없이 사건이 빠르게 진행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집으로 가던 엄마는 산길에서 큰 호랑이를 만난다. 한 번도 아니고 아홉 번이나 만난다. 그때마다 엄마는 “집에서 어린 것들이 어미 오기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 날 잡아먹지 말고 이거나 받아먹어라” 하며 팔 하나 뚝 떼어주고 다리도 하나 뚝 떼어주고는 부지런히 집으로 간다. 어떤 두려움이나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는 일 없이 곧장 간다. 호랑이가 나타날 때도 특별한 설명 없이 한 고개 넘어가면 바로 나타난다.
또 이야기의 리듬이 참으로 재미있다. 1권 「옛날 옛적 간날 갓적」 편을 말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노래처럼 리듬이 살아 있어서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아 흥얼거리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재미난 이야기는 더 재미있고 무서운 이야기는 더 무섭고, 슬픈 이야기는 더 슬프다.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어디에서 올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마치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진다. 낱말도 어휘도 삶에서 나온 것이고 문장도 그렇다. 게다가 우리말이 가지는 어순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마치 이야기하는 사람 자신이 바로 앞에 앉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뭔가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전혀 안 느껴진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 깊은 곳에 감동이 남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신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옛이야기는 훌륭한 문학이고 이 책에 실린 옛이야기는 그런 문학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티를 하나 굳이 말하라면 문장의 어미가 ‘-했더래’처럼 입말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있고 ‘-했습니다’처럼 글말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것이라도 이야기 자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원본을 고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썼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릴 때 재미나게 들었던 이야기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옛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어린이가 보는 옛이야기 책을 많이 보았지만 그때와 같은 감동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임석재 선생이 엮은 『한국구전설화』를 만났다. 이 책은 각 도별로 채록된 이야기를 12권으로 엮은 것으로 구술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그대로 썼다. 때문에 이야기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개성도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책으로는 나와 있는 것이 없을까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임석재 선생이 어린이를 위해 쓴 책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전래동화집 『팥이영감』(1954년), 『이야기는 이야기』(1959년. 2010년 복간) 같은 책을 쓰셨고 1970년대에 『옛날이야기 선집』다섯 권이 당시 문화공보부 우량도서로 선정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이야기를 모으다가 어린이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찾아 “본디의 바탕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손질을 해서 엮었다”고 한다.
“본디의 바탕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손질을 해서 엮었다”는 말은 엄청 중요한 말이다. 옛이야기는 이야기로 전해지는 문학이니만큼 주제이든 형식이든 옛이야기만이 지닌 중요한 특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살려서 이야기를 쓰셨다는 것이다. 이는 선생이 옛이야기에 얼마나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계셨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옛이야기 선집』 다섯 권을 원본으로 해서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일곱 권이 나왔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임석재 선생의 딸 임돈희 교수와 손녀 동화작가 임혜령, 그리고 제자 최래옥 교수가 힘을 모아 이야기를 고르고 엮고 해설했다. 그림은 김정한, 이광익, 갈현옥, 류재수, 김성민, 이은천, 한태희 이렇게 일곱 명의 그림 작가들이 한 권씩 맡아 그려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도 앞서 나온 『옛이야기 선집』과 마찬가지로 옛이야기가 가지는 특질이 잘 살아 있다. 먼저 배경 설명이나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전혀 없이 사건이 빠르게 진행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집으로 가던 엄마는 산길에서 큰 호랑이를 만난다. 한 번도 아니고 아홉 번이나 만난다. 그때마다 엄마는 “집에서 어린 것들이 어미 오기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 날 잡아먹지 말고 이거나 받아먹어라” 하며 팔 하나 뚝 떼어주고 다리도 하나 뚝 떼어주고는 부지런히 집으로 간다. 어떤 두려움이나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는 일 없이 곧장 간다. 호랑이가 나타날 때도 특별한 설명 없이 한 고개 넘어가면 바로 나타난다.
또 이야기의 리듬이 참으로 재미있다. 1권 「옛날 옛적 간날 갓적」 편을 말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노래처럼 리듬이 살아 있어서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아 흥얼거리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재미난 이야기는 더 재미있고 무서운 이야기는 더 무섭고, 슬픈 이야기는 더 슬프다.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어디에서 올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마치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진다. 낱말도 어휘도 삶에서 나온 것이고 문장도 그렇다. 게다가 우리말이 가지는 어순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마치 이야기하는 사람 자신이 바로 앞에 앉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뭔가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전혀 안 느껴진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 깊은 곳에 감동이 남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신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옛이야기는 훌륭한 문학이고 이 책에 실린 옛이야기는 그런 문학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티를 하나 굳이 말하라면 문장의 어미가 ‘-했더래’처럼 입말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있고 ‘-했습니다’처럼 글말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것이라도 이야기 자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원본을 고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썼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