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내겐 너무나 예쁜 삼순이,『자바트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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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1 22:44 조회 7,437회 댓글 0건본문
『자바트레커』를 보면 늘 함께 떠오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있다. 이름 때문에 심각한 삼순이에게 택시 기사가 건네는 인정에 넘치는 한 마디, “이름이 아무려면 어때요?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요.” 삼순이의 울음보가 터지는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내겐 자책감이 밀려든다.
삼순이가 어찌하여 삼순이가 되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본인이야 어쨌든 ‘삼순’이는 딸을 내리 셋 낳아서 홧김에? 아버지가 약주를 드시고? 진짜 귀한 딸이어서? 뭐 그런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감 확실한 이름임에 틀림없다. javatrekker? 영어 사전을 뒤져도 안 나온다.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걸 그대로 책 제목으로 했느냐 말이다. 변명하기 전에 『자바트레커』를 출간한 배경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순서겠다.
책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사장 돈 벌어주는 책 말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게 소원일 게다. 남이 하는 출판사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끼리 모여 출판사를 냈다. 돈 먼저 벌자고 겁 없이 덤볐다가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그리고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혼자 남았다. 집 날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보다 도무지 창피해서 살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망한사람들이 죽는 이유가 창피해서라는 것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왜 출판을 평생 업으로 삼기로 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죽어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죽자 했다. 돈 벌면 하려고 했던 출판을 빚더미 속에서 시작했다. 한 종 한 종 만들 때마다 그 책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이어졌다.
그중 최대의 고비에서 맞닥뜨린 책이 『곤충들아 고마워!』다. 출판사 형편상무명의 내공 있는 필자를 찾아다니다 만난 곤충 마니아에게 곤충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만한 생태 에세이를 접목한 도감 콘셉트를 요구했다. 자신 없어하는 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를 1년 남짓,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원고가 됐다며 아직 출간 의사가 있는지 연락이 왔다. 원고와 곤충 슬라이드 사진을 받는 순간, 정말 이 책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돈 빌리는 것도(언젠가는 갚겠다고 했으니 구걸은 절대 아니다) 더는 불가능한 때였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떠올리며 작은 제목 하나, 문구의 토씨 하나까지 매만졌다.
책 이름을 짓기 위해 수많은 밤을 뒤척였다. 교과서 교정에 가까운 교정 횟수, 엄청난 슬라이드 필름의 드럼 스캔, 인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반절 인쇄 등 2천 부 제작하는 데 직접 제작비만 4천2백만 원이 들었다. 사륙배판 변형, 480쪽, 100g 아트지에 올 컬러 인쇄, 양장 제본. 마지막 책이니만큼 책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책값은 초판 2천 부가 다 팔리면 딱 맞는 3만 5천 원으로 했다. 이제 망해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충들아 고마워!』는 우수 과학 도서에 선정되는 등 비싼 책값에도 제법 판매가 되었고, 그렇게 만든 책들이 한 종 두 종 쌓여가며 생존에 대한 걱정은 다소 사라졌다.
그럴 무렵, Javatrekker를 만났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유기농 커피 회사의 소유주로 fair trade 원칙을 준수하고, 그 수익을 원주민 커피 생산자를 지원하는 데 쓴다는 저자의 프로필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커피 한 모금에 세계화, 이주, 여성, 환경, 원주민 인권, 자결권 등 21세기 중요한 정치·사회·경제적 이슈들이 담겨 있는데, 그런 내용을 여행기에 담았다는 것이다. 어느 출판사도 거들떠보지 않아선지 아주 싼값에 계약했다. 번역자를 찾아서 번역을 의뢰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번역자가 원고를 넘겨주며 이 책을 번역할 기회를 줘서 고맙단다.
울고 웃으며 일한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교정자도 너무 내용에 빨려 들어가 교정을 잘 볼 수가 없었다며, 이 책을 교정본 것이 큰 행운이란다. 원고를 읽어갔다. 초반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 무렵부터 내용에 빨려들기 시작해서 분노에 주먹을 쥐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며 단번에 끝까지 읽었다. 진짜 이렇게 감동적인 책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아름다운가게에서도 내용이 좋다며 추천사를 써주었다. 판매 수익을 기부하기로 하고, 판매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서로 소식을 묻지 못하고 지낸다.
지금도 새 책을 만들 때면 늘 『자바트레커』를 꺼내 본다. 원고 분량이 많다고 빡빡하게 편집한 거 하며, 책 이름 지은 거 하며…. 마지막 책이라는 절박감에서 벗어날 무렵 그 좋은 책을 안이하게, 계산도 하면서 만들었다는 자책감이 밀려든다.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얼거린다. “삼순아! 미안해, 네가 너무나 예쁘고 귀해서 그랬나 봐.”
삼순이가 어찌하여 삼순이가 되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본인이야 어쨌든 ‘삼순’이는 딸을 내리 셋 낳아서 홧김에? 아버지가 약주를 드시고? 진짜 귀한 딸이어서? 뭐 그런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감 확실한 이름임에 틀림없다. javatrekker? 영어 사전을 뒤져도 안 나온다.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걸 그대로 책 제목으로 했느냐 말이다. 변명하기 전에 『자바트레커』를 출간한 배경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순서겠다.
책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사장 돈 벌어주는 책 말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게 소원일 게다. 남이 하는 출판사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끼리 모여 출판사를 냈다. 돈 먼저 벌자고 겁 없이 덤볐다가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그리고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혼자 남았다. 집 날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보다 도무지 창피해서 살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망한사람들이 죽는 이유가 창피해서라는 것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왜 출판을 평생 업으로 삼기로 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죽어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죽자 했다. 돈 벌면 하려고 했던 출판을 빚더미 속에서 시작했다. 한 종 한 종 만들 때마다 그 책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이어졌다.
그중 최대의 고비에서 맞닥뜨린 책이 『곤충들아 고마워!』다. 출판사 형편상무명의 내공 있는 필자를 찾아다니다 만난 곤충 마니아에게 곤충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만한 생태 에세이를 접목한 도감 콘셉트를 요구했다. 자신 없어하는 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를 1년 남짓,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원고가 됐다며 아직 출간 의사가 있는지 연락이 왔다. 원고와 곤충 슬라이드 사진을 받는 순간, 정말 이 책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돈 빌리는 것도(언젠가는 갚겠다고 했으니 구걸은 절대 아니다) 더는 불가능한 때였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떠올리며 작은 제목 하나, 문구의 토씨 하나까지 매만졌다.
책 이름을 짓기 위해 수많은 밤을 뒤척였다. 교과서 교정에 가까운 교정 횟수, 엄청난 슬라이드 필름의 드럼 스캔, 인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반절 인쇄 등 2천 부 제작하는 데 직접 제작비만 4천2백만 원이 들었다. 사륙배판 변형, 480쪽, 100g 아트지에 올 컬러 인쇄, 양장 제본. 마지막 책이니만큼 책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책값은 초판 2천 부가 다 팔리면 딱 맞는 3만 5천 원으로 했다. 이제 망해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충들아 고마워!』는 우수 과학 도서에 선정되는 등 비싼 책값에도 제법 판매가 되었고, 그렇게 만든 책들이 한 종 두 종 쌓여가며 생존에 대한 걱정은 다소 사라졌다.
그럴 무렵, Javatrekker를 만났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유기농 커피 회사의 소유주로 fair trade 원칙을 준수하고, 그 수익을 원주민 커피 생산자를 지원하는 데 쓴다는 저자의 프로필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커피 한 모금에 세계화, 이주, 여성, 환경, 원주민 인권, 자결권 등 21세기 중요한 정치·사회·경제적 이슈들이 담겨 있는데, 그런 내용을 여행기에 담았다는 것이다. 어느 출판사도 거들떠보지 않아선지 아주 싼값에 계약했다. 번역자를 찾아서 번역을 의뢰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번역자가 원고를 넘겨주며 이 책을 번역할 기회를 줘서 고맙단다.
울고 웃으며 일한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교정자도 너무 내용에 빨려 들어가 교정을 잘 볼 수가 없었다며, 이 책을 교정본 것이 큰 행운이란다. 원고를 읽어갔다. 초반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 무렵부터 내용에 빨려들기 시작해서 분노에 주먹을 쥐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며 단번에 끝까지 읽었다. 진짜 이렇게 감동적인 책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아름다운가게에서도 내용이 좋다며 추천사를 써주었다. 판매 수익을 기부하기로 하고, 판매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서로 소식을 묻지 못하고 지낸다.
지금도 새 책을 만들 때면 늘 『자바트레커』를 꺼내 본다. 원고 분량이 많다고 빡빡하게 편집한 거 하며, 책 이름 지은 거 하며…. 마지막 책이라는 절박감에서 벗어날 무렵 그 좋은 책을 안이하게, 계산도 하면서 만들었다는 자책감이 밀려든다.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얼거린다. “삼순아! 미안해, 네가 너무나 예쁘고 귀해서 그랬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