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묵직한 글발로 그려낸 성장과 자유의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00:42 조회 5,926회 댓글 0건본문
이 책 『매』는 어딘가 불운한 구석이 있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한 출판사가 주는 ‘문학상’을 받았음에도 어느 매체에서도 광고 한 줄을 볼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출판사에서 또 다른 문학상을 받은 장편동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더구나 제목이 한 글자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인터넷 서점의 검색 기능에 이 제목 ‘매’를 치면, 정작 이 책은 검색이 안 되고, ‘매일성경’ ‘매리는 외박중’ 같은 책 제목이 주루룩 뜬다.
누구에겐가 문학상 이야기를 듣고, 제목을 알고 검색을 하는데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출판사 이름을 치고, 발행일 순으로 검색해서야 서너 번째에 자리한 이 책 『매』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살짝 컨닝 하려 화면을 내려보니 어라! 리뷰가 단 한 건도 달리지 않았다. 일주일, 이주일을 지켜보아도 리뷰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 출판사의 문학상을 받은 작품인데 이렇게 반응이 없을 수가 있을까. 인터넷 서점이 이럴 정도인데 일반 대형 서점에서 이 책을 구경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소개 받았을 때는 이미 서점 신간 코너에서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때 즈음이었으니.
이 책이 독자의 손에 가기는 한 것일까 걱정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심사평이 단 세 줄뿐이다. 이건 좀 무성의하다. 참고할 평이 없어서 인터넷에 리뷰가 달리지 않나 하는 괜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읽었다. 마지막에 눈물이 났다. 잠깐잠깐 시간을 두고 세 번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매를 놓아주는 아이의 마음이 기특해서 울고, 그 매를 보며 형을 떠올리는 아이가 애잔해서 울고, 나도 작품 안의 시대를 건너온 아픔이 생각나서 울었다. 심사평에서 말한 ‘묵직한 글발의 힘’이 시종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가는 글맛이 참 좋다. 특히 작품 중간 중간 어떤 상황들을 묘사하는 곳에서는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이 자세하고 흥겹다. 특히 이 작품의 처음 시작, 오빠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나서 벌이는 동네 잔치의 모습은, 그 사건이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얼마나 신나고 들뜨게 했는지, 읽는 사람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동생이 벌에 쏘여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일, 새 새끼를 잡아 마당 한켠에서 매로 키워가는 과정, 믿었던 오빠가 경찰에 잡혀갔다가 민주화 투사로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 오빠를 보고 와서 왕자봉 꼭대기에서 매를 날려주는 과정 하나하나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면서 전개된다. 지은이는 아이들에게 ‘성장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매를 잡았던 동생을 통해서는 성장을 이야기하고, 민주화 운동에 나선 오빠를 통해서는 자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자유와 성장의 두 코드는, 갇혀 있는 오빠를 보면서, 동생이 매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만난다. 그 상징은 매우 감동적이다. 그래서 지은이의 묵직한 글발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그 감동에 절로 눈물이 난다. 눈물 난 김에 만나는 사람마다 재미있다고 이 책 읽기를 권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찾기 어려우니 이러저러하게 검색해서 찾으라고 부연 설명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리뷰를 쓰려니 딱히 무엇을 잡고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열흘이 되어도 중심이 되는 무엇이 안 잡혔
다. 참 좋은데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상황. 인터넷 리뷰어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막다른 골목에 서서 왜일까 생각했다. 문제는 주인공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집안에서 둘째 딸이다. 주인공은 시종 관찰자의 시점에서 동생과 오빠의 상황을 읽는 이에게 전달해준다. 다시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기특해 하고 대견해 하며 눈물을 질금거리던 ‘성장’의 장본인은 주인공의 동생이다. 주인공은 늘 동생과 함께 있다.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과 동생이 내 머릿속에서는 두 몸이면서 한 인물처럼 여겨진다. 주인공은 동생의 성장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것을 자신의 성장으로 추스르지 못했다. ‘자유’에 대한 상징성을 가진 오빠도 주인공에게 갇혀 있다는 느낌만을 줄 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성장과 자유’가 주인공이 아닌 동생과 오빠라는 주변 인물을 통해 구현되다보니, 글의 구성이 다소 산만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땠단 말인가’가 없다. 그러다보니 읽고나서도 희미한 주인공에 머물러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이 작품의 장점을 뒤덮을 만큼은 아니다. 이 책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다. 흥겹고 따뜻하다. 신인뿐 아
니라 중견 작가를 통틀어서도 이렇게 읽는 이를 끌고 이어나갈 글의 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첫 장편이라 한다. 묵직한 글힘에 더해서 탄탄한 구성으로 그 글발을 더 돋보이게 하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다.
누구에겐가 문학상 이야기를 듣고, 제목을 알고 검색을 하는데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출판사 이름을 치고, 발행일 순으로 검색해서야 서너 번째에 자리한 이 책 『매』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살짝 컨닝 하려 화면을 내려보니 어라! 리뷰가 단 한 건도 달리지 않았다. 일주일, 이주일을 지켜보아도 리뷰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 출판사의 문학상을 받은 작품인데 이렇게 반응이 없을 수가 있을까. 인터넷 서점이 이럴 정도인데 일반 대형 서점에서 이 책을 구경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소개 받았을 때는 이미 서점 신간 코너에서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때 즈음이었으니.
이 책이 독자의 손에 가기는 한 것일까 걱정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심사평이 단 세 줄뿐이다. 이건 좀 무성의하다. 참고할 평이 없어서 인터넷에 리뷰가 달리지 않나 하는 괜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읽었다. 마지막에 눈물이 났다. 잠깐잠깐 시간을 두고 세 번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매를 놓아주는 아이의 마음이 기특해서 울고, 그 매를 보며 형을 떠올리는 아이가 애잔해서 울고, 나도 작품 안의 시대를 건너온 아픔이 생각나서 울었다. 심사평에서 말한 ‘묵직한 글발의 힘’이 시종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가는 글맛이 참 좋다. 특히 작품 중간 중간 어떤 상황들을 묘사하는 곳에서는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이 자세하고 흥겹다. 특히 이 작품의 처음 시작, 오빠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나서 벌이는 동네 잔치의 모습은, 그 사건이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얼마나 신나고 들뜨게 했는지, 읽는 사람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동생이 벌에 쏘여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일, 새 새끼를 잡아 마당 한켠에서 매로 키워가는 과정, 믿었던 오빠가 경찰에 잡혀갔다가 민주화 투사로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 오빠를 보고 와서 왕자봉 꼭대기에서 매를 날려주는 과정 하나하나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면서 전개된다. 지은이는 아이들에게 ‘성장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매를 잡았던 동생을 통해서는 성장을 이야기하고, 민주화 운동에 나선 오빠를 통해서는 자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자유와 성장의 두 코드는, 갇혀 있는 오빠를 보면서, 동생이 매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만난다. 그 상징은 매우 감동적이다. 그래서 지은이의 묵직한 글발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그 감동에 절로 눈물이 난다. 눈물 난 김에 만나는 사람마다 재미있다고 이 책 읽기를 권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찾기 어려우니 이러저러하게 검색해서 찾으라고 부연 설명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리뷰를 쓰려니 딱히 무엇을 잡고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열흘이 되어도 중심이 되는 무엇이 안 잡혔
다. 참 좋은데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상황. 인터넷 리뷰어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막다른 골목에 서서 왜일까 생각했다. 문제는 주인공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집안에서 둘째 딸이다. 주인공은 시종 관찰자의 시점에서 동생과 오빠의 상황을 읽는 이에게 전달해준다. 다시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기특해 하고 대견해 하며 눈물을 질금거리던 ‘성장’의 장본인은 주인공의 동생이다. 주인공은 늘 동생과 함께 있다.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과 동생이 내 머릿속에서는 두 몸이면서 한 인물처럼 여겨진다. 주인공은 동생의 성장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것을 자신의 성장으로 추스르지 못했다. ‘자유’에 대한 상징성을 가진 오빠도 주인공에게 갇혀 있다는 느낌만을 줄 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성장과 자유’가 주인공이 아닌 동생과 오빠라는 주변 인물을 통해 구현되다보니, 글의 구성이 다소 산만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땠단 말인가’가 없다. 그러다보니 읽고나서도 희미한 주인공에 머물러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이 작품의 장점을 뒤덮을 만큼은 아니다. 이 책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다. 흥겹고 따뜻하다. 신인뿐 아
니라 중견 작가를 통틀어서도 이렇게 읽는 이를 끌고 이어나갈 글의 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첫 장편이라 한다. 묵직한 글힘에 더해서 탄탄한 구성으로 그 글발을 더 돋보이게 하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