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여자인 게 뭐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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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00:39 조회 7,436회 댓글 1건본문
아이들은 ‘똥’, ‘방귀’, ‘도깨비’ 소리가 나오면 무조건 좋아한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똥’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쓱 디밀어보라. 굳이 ‘읽어봐라’ 하지 않아도 눈을 반짝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얼굴에 야릇한 웃음까지 띠면서…….
똥만 해도 그런데 그 똥이 자루라니 오죽할까. 이 책은 저학년 어린이들은 물론 고학년 학생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책이다. 표지에서 빨간 투구를 쓴 장수가 양손을 입에 대고 소리친다, “똥자루 굴러간다!” 그 소리에 “와하하, 까르르.” 양옆의 군사들이 떼굴떼굴 구르고 있고 숲 속 온 동물들이 두 손으로 코를 막는다.
자세히 보면 표지 위쪽에 기다란 똥줄기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까지도 똥 색깔의 바탕색에 스멀스멀 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 속을 유유히 걷고 있는 똥개 한 마리는 혓바닥을 내밀고 군침까지 흘리면서 눈까지 살짝 감은 것이 그 똥 냄새를 아껴가며 맡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페이지, 냇가를 지나던 군졸들이 놀라워하며 문제의 똥자루를 쳐다본다. 양쪽으로 배치된 그림 한켠에는 군사들이 놀랄 만도 하게 생긴 커다란 똥자루가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이들은 ‘윽’ 소리를 지르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니 빨리빨리 넘기라는 손짓을 숨을 참고 죄다 한다.
똥 임자를 찾아라! 똥자루가 굵으니 덩치도 클 것이요, 똥자루 색깔을 보니 튼튼하기도 하겠구나, 이 나라의 장군감이로다, 똥 임자를 찾아라! _7쪽 군졸들은 온 마을을 뒤지며 똥 임자를 찾는다. 황새가 날고 있는 숲 근처 대감님도 찾아보고, 멍석이 깔려 있는 큰길가 송아지도 찾고 있고, 졸졸졸 흐르는 개울가 물고기들도 코를 막고 찾아보는 굵은 똥자루의 주인공은? 기어이 찾아낸 똥자루의 주인은 뜻밖에 볼이 울긋불긋한 처녀다. 놀라워 망설이는 대장을 향해 처녀는 야무지게 대꾸한다. “여자인 게 뭐 어떻습니까?”
다음 책장을 넘기면 나타나는 장군의 검지손가락이 처녀를 향하며 힘 있게 명령한다. “부장군에 명하노라!”
자, 다음 쪽부터는 장군복 차림의 제법 의젓한 처녀 부장군의 활약상이다. 적들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에 부장군 처녀는 마을 여기저기 박씨를 심는다. 저 멀리 그려진 산등성이 한켠에는 몰래몰래 쳐들어오고 있는 적군들의 모습이 회색의 그림자로 작게 그려져 있는데 처녀가 심은 박씨가 차츰 싹을 내고 잎을 내고 줄기를 감아올리면서 이윽고 동그란 박덩이가 온 마을을 뒤덮게 됐다. 박덩이를 쪼개어 새까만 바가지를 만든 처녀는 부하들 머리에 그것을 하나씩 씌워 놓고 무쇠솥 백 개를 마을 어귀에 까맣게 늘어놓는다. 적들이 무거운 무쇠솥을 치우려 낑낑대고 있는 사이 새까만 무쇠솥 같은 바가지를 머리에 쓴 군사들은 적들을 향해 달려들고 여럿이 힘을 합쳐도 꼼짝 않던 무거운 무쇠솥 하나씩을 머리에 쓰고 빨리도 달려드는 모습에 겁을 먹는 적군은 “어이쿠! 저 무쇠솥을 투구로?” 하며 도망간다. 이리하여 적군은 패하고 용감한 처녀군대의 우리 군사들은 싸움에서 이기고 말았답니다, 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여느 옛날이야기와 별다르지 않을텐데 이 이야기의 고갱이는 다음 쪽에 나온다.
특이하게 세로로 접힌 긴 판형의 다음 페이지를 위아래로 펼쳐보자.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있는 처녀의 모습. 그런데 이 처녀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정쩡한 자세로 엉덩이를 뒤로한 채 웃음까지 띠고 있으니 말이다. ‘뭐지?’도망가던 적군도 궁금해 하며 올려다보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그때, 적들을 향해 실실 웃으며 ‘끄응!’ 힘을 주는 처녀! 끙 소리와 함께 갑자기 굵디굵은 똥자루가 산 밑으로 굴러 내려온다. 어머어마한 똥자루를 피해 똥줄 빠지게 달아나는 적군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코를 부여잡지 않는데 이번에는 이야기 속 적군들이 하나같이 코를 휘어잡고 도망가고 있다.
똥자루 덕분에 진짜 장군이 되었다는 똥자루 굵은 여장군의 이야기. 이 책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나라까지 구한 이야기여서 교훈을 준다기보다, 여자는 장군이어서는 안 되고 여자는 똥조차 가늘게 숨어서 싸야 한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여성상을 속시원히 뒤집은 것이니 의미가 있다. 강원도 동해안의 설화와 평안북도 ‘무쇠바가지’ 설화 두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강원도 산골에 살았던 할아버지의 입말을 녹음해 옮긴 글이다. 우리나라 옛날이야기는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와 민족 특유의 해학과 재치로 우리들에게 지혜와 꿈을 준다. 게다가 이 책은 글과 딱 어울리게 그려진 재미난 그림으로 옛이야기의 맛을 더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면 표지에 그려진 똥장군의 기다란 속눈썹이 왜 강조되어 그려졌는지 비로소 이해가 될 것이다. ‘용감하고 재치 있는 여자이니까!’
똥만 해도 그런데 그 똥이 자루라니 오죽할까. 이 책은 저학년 어린이들은 물론 고학년 학생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책이다. 표지에서 빨간 투구를 쓴 장수가 양손을 입에 대고 소리친다, “똥자루 굴러간다!” 그 소리에 “와하하, 까르르.” 양옆의 군사들이 떼굴떼굴 구르고 있고 숲 속 온 동물들이 두 손으로 코를 막는다.
자세히 보면 표지 위쪽에 기다란 똥줄기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까지도 똥 색깔의 바탕색에 스멀스멀 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 속을 유유히 걷고 있는 똥개 한 마리는 혓바닥을 내밀고 군침까지 흘리면서 눈까지 살짝 감은 것이 그 똥 냄새를 아껴가며 맡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페이지, 냇가를 지나던 군졸들이 놀라워하며 문제의 똥자루를 쳐다본다. 양쪽으로 배치된 그림 한켠에는 군사들이 놀랄 만도 하게 생긴 커다란 똥자루가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이들은 ‘윽’ 소리를 지르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니 빨리빨리 넘기라는 손짓을 숨을 참고 죄다 한다.
똥 임자를 찾아라! 똥자루가 굵으니 덩치도 클 것이요, 똥자루 색깔을 보니 튼튼하기도 하겠구나, 이 나라의 장군감이로다, 똥 임자를 찾아라! _7쪽 군졸들은 온 마을을 뒤지며 똥 임자를 찾는다. 황새가 날고 있는 숲 근처 대감님도 찾아보고, 멍석이 깔려 있는 큰길가 송아지도 찾고 있고, 졸졸졸 흐르는 개울가 물고기들도 코를 막고 찾아보는 굵은 똥자루의 주인공은? 기어이 찾아낸 똥자루의 주인은 뜻밖에 볼이 울긋불긋한 처녀다. 놀라워 망설이는 대장을 향해 처녀는 야무지게 대꾸한다. “여자인 게 뭐 어떻습니까?”
다음 책장을 넘기면 나타나는 장군의 검지손가락이 처녀를 향하며 힘 있게 명령한다. “부장군에 명하노라!”
자, 다음 쪽부터는 장군복 차림의 제법 의젓한 처녀 부장군의 활약상이다. 적들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에 부장군 처녀는 마을 여기저기 박씨를 심는다. 저 멀리 그려진 산등성이 한켠에는 몰래몰래 쳐들어오고 있는 적군들의 모습이 회색의 그림자로 작게 그려져 있는데 처녀가 심은 박씨가 차츰 싹을 내고 잎을 내고 줄기를 감아올리면서 이윽고 동그란 박덩이가 온 마을을 뒤덮게 됐다. 박덩이를 쪼개어 새까만 바가지를 만든 처녀는 부하들 머리에 그것을 하나씩 씌워 놓고 무쇠솥 백 개를 마을 어귀에 까맣게 늘어놓는다. 적들이 무거운 무쇠솥을 치우려 낑낑대고 있는 사이 새까만 무쇠솥 같은 바가지를 머리에 쓴 군사들은 적들을 향해 달려들고 여럿이 힘을 합쳐도 꼼짝 않던 무거운 무쇠솥 하나씩을 머리에 쓰고 빨리도 달려드는 모습에 겁을 먹는 적군은 “어이쿠! 저 무쇠솥을 투구로?” 하며 도망간다. 이리하여 적군은 패하고 용감한 처녀군대의 우리 군사들은 싸움에서 이기고 말았답니다, 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여느 옛날이야기와 별다르지 않을텐데 이 이야기의 고갱이는 다음 쪽에 나온다.
특이하게 세로로 접힌 긴 판형의 다음 페이지를 위아래로 펼쳐보자.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있는 처녀의 모습. 그런데 이 처녀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정쩡한 자세로 엉덩이를 뒤로한 채 웃음까지 띠고 있으니 말이다. ‘뭐지?’도망가던 적군도 궁금해 하며 올려다보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그때, 적들을 향해 실실 웃으며 ‘끄응!’ 힘을 주는 처녀! 끙 소리와 함께 갑자기 굵디굵은 똥자루가 산 밑으로 굴러 내려온다. 어머어마한 똥자루를 피해 똥줄 빠지게 달아나는 적군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코를 부여잡지 않는데 이번에는 이야기 속 적군들이 하나같이 코를 휘어잡고 도망가고 있다.
똥자루 덕분에 진짜 장군이 되었다는 똥자루 굵은 여장군의 이야기. 이 책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나라까지 구한 이야기여서 교훈을 준다기보다, 여자는 장군이어서는 안 되고 여자는 똥조차 가늘게 숨어서 싸야 한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여성상을 속시원히 뒤집은 것이니 의미가 있다. 강원도 동해안의 설화와 평안북도 ‘무쇠바가지’ 설화 두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강원도 산골에 살았던 할아버지의 입말을 녹음해 옮긴 글이다. 우리나라 옛날이야기는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와 민족 특유의 해학과 재치로 우리들에게 지혜와 꿈을 준다. 게다가 이 책은 글과 딱 어울리게 그려진 재미난 그림으로 옛이야기의 맛을 더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면 표지에 그려진 똥장군의 기다란 속눈썹이 왜 강조되어 그려졌는지 비로소 이해가 될 것이다. ‘용감하고 재치 있는 여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