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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00:13 조회 6,659회 댓글 0건본문
거리의 법칙
러셀 뱅크스 지음ㅣ안명희 옮김ㅣ민음사ㅣ481쪽ㅣ2010.09.17ㅣ14,000원ㅣ고등학생ㅣ미국ㅣ소설도둑질을 하고 마약에 손을 대고 경찰서를 드나드는 열네 살 채피. 채피는 양아버지의 성폭행과 엄마의 무관심 가운데 거리로 내몰린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싶어도 알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무엇을 가르쳐주거나 따뜻하게 감싸주지 않아 외롭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리의 법칙에 익숙하게 할 뿐이다. 채피는 문신을 하고 자신의 이름을 ‘본’이라고 바꾼다. 본은 처음으로 ‘아이맨’이라는 인생의 스승을 얻는다. 그는 불법체류 중인 자메이카 사람인데 나 자신을 믿는 것과 모든 일들이 내게 달렸음을 알려준다. 그렇게 본은 거리에서 굴곡진 삶을 경험한 후 ‘본의 법칙’을 스스로 터득해나간다. 책의 두께에 기죽을 수 있지만 소년이 겪은 긴 방황은 법과 불법을 논하기 전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은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청소년들은 “네게 달렸다.”는 아이맨의 말에 힘을 얻을 것이다. 원서 제목은 ‘Rule of the Bone’이다. 예 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
김영찬 외 엮음ㅣ창비ㅣ240쪽ㅣ2010.09.10ㅣ9,800원ㅣ고등학생ㅣ한국ㅣ시
많은 시집을 보고, 읽고, 때론 소장하지만 시가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어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시라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시인의 정서를 전달해야 할 때가 있다. 참으로 난감하다. 이 책은 그런 난감함에서 벗어날 길을 안내해 주고 있다. 시를 읽고 그 시와 함께하는 선생님의 사연들은 그 어떤 시 해석보다도 마음에 와 닿으며, 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한다. 또 시란 평론가들이 해부해서 더 난해해지고, 참고서가 밑줄 그어 놓아 생명력을 잃은 언어가 아닌 내 가슴속에서 느껴지고 기억되고 연상되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느끼게 한다. 그런 시의 아름다움이 이 책을 읽는 나에게 다가왔다. 50여 편의 시가 50명의 선생님들의 사연과 함께 읽는 이로 하여금 생의 순수한 순간들을 만나게 해준다. 시를 바라보게 하고, 시와 함께 있고, 그 시와 함께 할 수 있는 내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강 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불
이상운 지음ㅣ문학과지성사ㅣ194쪽ㅣ2010.09.11ㅣ9.000원ㅣ중학생ㅣ한국ㅣ소설
불은 사람 속에도 있다고 말하는 종운이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다. 어느 가을날, 종운은 학교 창고에서 일어난 화재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아빠를 떠올린다. 소방관이었던 아빠는 종운이 다섯 살일 때 화재를 진압하다 어린 아이를 구하고 죽었다. 그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된 아빠 찾기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궁금한 것을 스스로 묻고, 찾고, 기뻐하고, 염려하고 그리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열여섯 살, 그리고 가을. 혼자 하는 그 짧은 여행을 통해 종운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아빠, 늘 나를 사랑하는 엄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나’를 만났을 것이다. 아빠를 찾으며 한 뼘 성장한 아들은 사람 속에도 있다는 그 불을 또 만나더라도 따뜻한 불로 만들 수 있는 지혜 또한 챙겼으리라. 대화글이 많아 술술 잘 넘어가고, ‘불’이란 낱말의 다양한 쓰임새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읽고 나면 훈훈해지는 책이다.
김 광재 학교 밖 독서 지도
성인식
이상권 지음ㅣ자음과모음ㅣ232쪽ㅣ2010.09.30ㅣ10,000원ㅣ중학생ㅣ한국ㅣ소설
푸른 바탕에 보일 듯 말 듯 눈물을 머금고 있는 한 소년. 성인식이란 표제와 함께 그려진 이 소년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도도한 척, 아프지 않은 척, 센 척 해보지만 결국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게 된다. 총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은 저마다의 갈등을 겪으며 방황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을 위해 기르던 개를 잡아야만 하는 시우, 왕따의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되어 버린 슬기, 유일한 친구에게 버림받을까봐 두려운 예분, 욕짱 할머니의 꽉 막힌 사고에 답답한 얼짱 손녀 필분, 장애가 있는 부모님께 닥친 시련에 예민한 오연. 이들 모두는 그렇게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를 치른다. 작가의 생태주의적 관점이 돋보이는 이 책은 한 생명의 죽음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새 생명에 대한 엄숙한 예의와 예찬이 담겨있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다.”라는 문구처럼 아픈 성인식에 힘겨워하는 아이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어른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정 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슈팅 더 문
프랜시스 오록 도웰 지음ㅣ강나은 옮김ㅣ또하나의문화ㅣ190쪽ㅣ2010.09.27ㅣ8,000원ㅣ중학생ㅣ미국ㅣ소설
무엇이 옳은 일인지 수도 없이 고민하는 때에 성장의 중요한 의미 하나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누구나 자라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틀렸음을 알고 혼란에 빠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육군 대령인 아빠와 같은 멋진 군인을 동경하는 열세 살 제이미는 때마침 오빠 티제이가 베트남 전쟁에 자원을 하자 적극 찬성한다. 오히려 끝까지 반대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오빠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전하는데, 오빠가 전쟁터에서 보내는 필름에는 팔다리가 잘린 군인들과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달의 모습만 있다. 티제이는 전쟁 도중 실종되고, 제이미는 우상이었던 아빠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한다.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남매는 그들이 꿈꾸던 모습이 아닌 전쟁의 참상을 알게 되면서 동경의 대상을 잃어버린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이 항상 그 자리에 있듯진실은 고민하는 사람을 비춰줄 것이다.
예 주영 서울 숙명여교 사서교사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ㅣ이기웅 옮김ㅣ시작ㅣ648쪽ㅣ2010.09.24ㅣ15.500원ㅣ고등학생ㅣ일본ㅣ소설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오른다.”는 조지 맬러리(영국. 1923년)의 이유 말고도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을 오르는 사람만큼이나 많다.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사진작가 후카마치(1993년)는 카트만두 가게에서 맬러리의 것으로 짐작되는 카메라를 사게 된 후, 맬러리의 이야기를 쫓다가 에베레스트 등정 실패 후 모습을 감춘 전설적인 등반가 하부 조지를 만난다. 이야기가 주는 힘에 끌려 책을 읽다 보면 네팔과 티베트의 역사, 문화, 생활방식과 20세기 초 영국의 에베레스트 정복기도 알게 된다. “여기에 내가 있으니까 산을 오른다.”는 주인공 하부의 열정적인 도전을 따라 가다 보면 내 안의 산을 만날 수도 있다. 그 산을 오르는 이유와 방법은 모두 다를지라도 소중함은 똑같을 것이다. 이야기의 화자인 후카마치는 하부의 뒤를 따르다가 그와 친구가 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인연을 쌓고, 그 인연들과 하나가 되어 성장해나간다. 산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신들의 봉우리를 향한 그들의 열정은 삶, 그 자체이다. 아름답다. 김 광재 학교 밖 독서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