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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판소리, 백성들의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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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21:32 조회 6,6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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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판소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국악방송도 생기고 국악이 서양음악과 만나 좀 더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려고 하지만 실상 우리 현실에서는 우리 음악을 만나기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우리가 우리 음악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 사람들은 우리 음악이 서양 음악에 비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즐겨 듣지 않는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에 서양 음악은 많이 접하면서 자라왔지만, 우리 음악을 배운 적도, 우리 음악 프로그램을 접한 적도 거의 없다. 물론 요즘에는 국악을 초등 교과 시간에 배우기도 하지만 우리가 서양 음악을 듣는 시간에 비한다면 그리 큰 범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휴일에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있지만, 판소리나 마당놀이와 같은 우리 음악을 보고 들으러 가
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판소리 소리판』은 우리 음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2005년 KBS ‘흥겨운 한마당’에서 주최한 ‘제1회 귀명창대회’에서 장원상을 받은 저자가 판소리의 역사와 이론, 역사 속 판소리 명창들의 삶을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작가가 이렇게 쉽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판소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귀명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판소리와 관련된 실제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재미있게 꾸미고, 글자 크기를 크게 하여 어린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예스런 그림을 그려서 붙인 기법의 삽화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고 마치 한편의 인형극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 판소리 하는 장면에서 입으로 나오는 소리글자 하나하나를 잘라 붙인 것은 독자가 실제 우렁찬 소리의 판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또한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 호기심을 유발시켜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흥미로운 동기유발로 수업에 집중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내용 중에 판소리와 관련된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페이지 아래쪽에 부연설명을 넣어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한 꼭지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 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정리해 들려주어, 판소리에 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도 좋다. 판소리가 백성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억눌린 현실에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책의 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주 신청 대방 하은담은 소리의 사설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위해 김처사를 찾아간다.

그가 부탁한 것은 전라도 지역의 무속인 ‘씻김굿’ 가운데 하나인 ‘춘향무굿’이었다. 김처사는 하은담에게 누굴 위해 이 노래를 만들려고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은 바로 이 땅의 억눌린 사람들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춘향이처럼 한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흉년이 들었는데도 무자비하게 세금을 걷어 가는 관리들에게 큰소리 한번 못 치고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일 수도 있지요.” 이 대목이 판소리의 진정한 탄생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판소리가 ‘백성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은 춘향이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의 정실부인이 된다는 행복한 결말이지만 원래 <춘향무굿>의 내용은 춘향이 이도령을 기다리다 죽어 마을에 재난이 일어난다는 내용의 슬픈 결말이다. 이것을 김처사가 백성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피엔딩으로 바꾼 것인데, 백성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책은 그 밖에 진양조를 창조한 김성옥, 진양조를 완성시키고 귀곡성을 위해 무덤가에서 귀신에게 소리를 배운 송흥록, 최초의 양반 출신 광대 비가비가 된 권정(권삼득), 세상 모든 곳을 소리판으로 생각한 모흥갑, 판소리를 다섯 바탕으로 정리한 신채효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판소리가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배경을 흥미롭게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판소리를 듣는다면 우리 소리가 친근하게 와 닿을 것이다. 그래서 부록으로 판소리 CD가 들어있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순간 나는 선무당이 사람 잡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빨개졌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 ‘판소리 지도 들고 소리판으로 떠나보자’라는 코너를 넣어 우리나가 어느 곳에서 어떤 소리판이 벌어지는지 소개하고 있다. 판소리는 소리판에서 청중과 함께 어우러져야 듣는 사람이 진정으로 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신념이 나타난 부분이다.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당장 소리판으로 달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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