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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행복을 되찾아주는 인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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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3 19:19 조회 6,3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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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를 때마다 ‘버리고 떠나기’를 수도 없이 생각해본다. 하지
만 생각만으로 그칠 뿐, 정작 버리고 떠날 수 없는 갖가지 이유 만들기를 반복할 뿐이다. 가고 싶은 곳을 꿈꾸며 용기 있게 훌훌 털고 간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면서. 그렇게 비범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 책은 그런 비범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지만 엉뚱한 사람의 여행을 담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인도 기행문이다. 영국인 윌 랜달은 교육이 철저히 무시당하는 현실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큰 꿈을 품은 채 주식 중개인이 되고자 런던에 입성한다. 하지만 통장 잔고가 바닥나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교직에 발을 들이게 되고, 학업에 대해 성취욕도 예의도 없는 학생들을 보며 윌은 자괴감에 빠진다. 더 이상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윌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인도행 비행기 표를 얻게 되는데 이때부터 삶은 180도 바뀌게 된다. 낡은 건물 주위에 부서진 콘크리트, 고인 물, 쓰레기와 온갖 식물들로 뒤덮인 풀밭이 뒤엉킨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 사실 이런 모습이 인도의 도시 외곽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라는 걸 나는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다만 이른 시간이라 이곳에 사는 엄청난 인구 밀도의 사람들만은 보이지 않았다._44쪽

뭄바이 공항에 내려 숙소로 가는 택시에서 본 인도의 첫인상은 복잡하다. 윌의 혼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허나 앞으로 닥치게 될 수많은 일에 비하면 이런 충격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앞일을 누가 알 수 있으랴. 갑자기 오게 됐으니 모든 걸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여행의 매력이 우연의 연속으로 예상치 못한 갖가지 경험을 하는 일이라 여겼다면 이 책이야말로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윌의 운명은 그렇게 예측 불가능한 인도의 일상에 고스란히 맡겨지게 된다. 인도에서는, 내 의지대로 지내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 봐야, 엄청나고 거센 인간의 물결, 눈에 보이지 않는 관련 인물들, 말 없는 결정, 유보, 합의, 거절, 협정, 적의 같은 것이 개입했다. … 나는 혼란에 빠지곤 했다. 때로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적어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짜릿할 때가 더 많았다._51쪽

흔히 인도 여행기라 하면 시인이자 명상가로 잘 알려진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를 떠올린다. 그 책들에서 인도는 신성한 수행자의 이미지 그대로 별천지와 같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환경에서부터 인종, 언어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다양한 그들의 문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절대 다수 인구의 빈곤, 극심한 빈부의 격차, 슬럼의 확대, 교육의 문제 등 이런 것들 때문에 오히려 인도를 ‘신의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지경인데도 굴러간다니 신이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나.

그런 면에서 인도의 다양한 특색을 웃음을 잃지 않는 재미있는 문체로 그려낸 이 여행기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슬럼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를테면 길거리의 점쟁이 여인, 사기꾼, 슬럼의 사람들을 아내려는 개발업자와 개발업자가 보낸 구다들, 그들의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들, 양조장을 공격해도 떳떳한 허영 덩어리 푸나 부즈 버스터스들(금주주의자)들과 시크교 사원의 원칙은 돈 때문에 좌지우지 되는 진풍경이라 할 만하다. 그런 모습이 윌의 여행 내내 이어지니 이 책 자체가 인도의 생활과 문화도 엿볼 수 있는 좋은 여행안내서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원제는 ‘Indian Summer’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슬럼 학교』로 출간된 이유는 짐작컨대 영국인 교사와 인도의 슬럼 학교 아이들이 개발업자들에 맞서 학교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비세크의 제안을 받고 슬럼 학교 아슈람의 영어 교사로 아이들을 만날 즈음엔 이미 책의 3분의 1이 지나서이지만 말이다. 이 아이들은 가르치는 일을 정말 쉽게 해주었다. 내가 내놓는 것에 언제나 웃음과 관심으로 보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 아이들은 나를 곧바로 자기들 세계에 받아 주었다._130~131쪽

이 아이들은 냉소를 모른다. 그럴 수 있을 만큼 ‘기회’가 많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영국에서 가르치던 허영심만 높고 자기중심적이고 자존심 강한 아이들과는 딴판이었._185~186쪽

윌은 사하스, 프라카시, 타누슈리, 쿤다니카, 둘라베시 등 영리하고 쾌활한 아이들의 모습에 그만 ‘낚여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정작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된 사람은 윌 자신이다. 원래 ‘Indian summer’는 ‘가을에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날씨가 따뜻한 기간’이나 ‘행복한 성공’을 뜻한다고 한다. 피폐한 영혼이 구제받는 행복 이야기가 요즘 절실해지는 이유는 삶이 너무 팍팍해서일까. 잠시의 여유라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삶이라는 건 알 수 없는 것을 그냥 사는 것이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 잊지 마세요, 마음의 부가 중요합니
다._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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