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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사랑의 책임과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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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7 22:37 조회 6,13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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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주 우연히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에 눈이 갔다. 그 책은 『이름 없는 너에게』라는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아주 현실성 있게 알려주었다. 우연이라고 했지만 약간은 필연적으로 책이 나를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고등학생들 고민이 비슷해서 일까? 주인공들의 사랑과 고민이 나와 내 친구들, 나아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의미를 곱씹는 이야기
남녀 주인공인 크리스와 헬렌은 나와 비슷한 또래이다. 그 둘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이다. 어느 날도 둘은 평소와 같은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크리스는 이상하게 눈이 부신 헬렌에 이끌려 그녀와 잠자리를 갖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끌린 것이다. 그 둘은 행복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그것은 두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되어 미래를 가로막게 된다. 헬렌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는 당혹스러워한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은 채 헬렌에게 “무슨일이 있든 난 너와 항상 함께 할 거야. 사랑해. 사랑해.”

라고만 중얼거린다. 그리고 평소 소원한 이혼한 엄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 용기는 안 나고 엄마를 원망스러워 한다. ‘이럴 때 엄마가 곁에 있었으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헬렌은 달랐다. 부모님이 곁에 있었지만 평소에 소통이 없는 집안 분위기여서 분명 이야기를 해도 무관심할 것 같아 말을 안 한다. 그래서 혼자 산부인과를 갔지만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고 피폐한 모습이어서 자신도 그 사람들처럼 될까봐 무서워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헬렌은 임신 테스트기를 산다. 처음에는 임신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자신의 뱃속에 ‘이름 없는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뛸 듯이 기뻤지만, 곧 쓰러지고 만다. 다음날 깨어난 헬렌은 다시 테스트를 해본다. 그런데 임신으로 나타났다.

크리스와 헬렌은 뱃속에 ‘누군가가 있으면서도 없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어리둥절해 한다. 헬렌의 엄마는 헬렌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낙태 수술을 받으라고 한다. 크리스는 아기를 죽이지 않기를 바랐다. 아기의 존재는 자신과 헬렌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헬렌에게 그 뜻이 전해진 것인지 그녀는 수술을 하려는 도중에 도망쳐 나온다.

헬렌의 가족은 헬렌을 외면했지만 크리스는 그녀를 데리고 자기 엄마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크리스의 엄마 같지 않은 엄마는 헬렌에게 자신의 장래와 아기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마침내 헬렌은 창창한 앞날을 포기하며 아기를 낳아 기르게 된다. 그리고 그둘은 이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친구로 남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가 나중에 성공해서 돌아오면 아버지로 받아주기로 약속한다. 크리스의 엄마는 아기의 양육비를 부쳐주기로 하고 헬렌의 엄마와 할머니가 아기를 보듬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사랑에도 현실적인 책임이 따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참 복잡미묘했다. 처음에 그 둘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둘의 사랑을 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사랑의 꿈은 깨져버렸다. 나는 막연히 사랑이란 감정이 무서워졌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사랑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 알았다. 이 소설에는 이혼한 부부,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마지못해 사는 부부, 그리고 이혼한 이모까지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거나 등지고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사랑과 기쁨은 잠시인가 보다.

한 사람은 영원해도 한 사람이 영원하지 못하면 결국 성립할 수 없는 너무나 어려운 사랑이란 감정. 사랑은 정말 한순간일 뿐일까? 한순간 불타오르고 한순간 꺼져버리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사랑의 결과가 만든 일에 대해 끝까지 서로 책임진다. 이것이 이 소설이 묘하게 감동적인 이유인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랑과 성과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성숙의 의미에 대해서도 질문해 보게 되었다.

금빛 은빛으로 수놓인
천상의 천이 내게 있다면
빛과 어두움, 그리고 어스름으로 물들인
푸르고 어렴풋하고 검은 천이 내게 있다면
그대의 발 아래에 깔아 드리리.
가난한 내가 가진 건 오직 꿈뿐,
내 꿈을 그대 발 아래 깔아 드리리.
살포시 지르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니

크리스가 떠나기 전에 헬렌에게 주는 엽서 속의 시. 난 이 둘에게 엄청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모님의 불편한 시선도 이겨내고 두려움이 가득한 사회에 발을 내딛으며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이 두 사람의 마음. 서로의 사랑의 결과에 책임지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챙겨주고 싶어 하는 그 모습들이 무척 감명 깊다. 어쩌면 지금 내 나이에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사랑의 진짜 모습을 보게 하고 어떤 게 진실한 사랑인지,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인지 알게 해주는 책. 또 내가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례를 보여주는 책. 사랑은 낭만적인 아름다움보다도 현실적인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조용히 가르쳐주는 책. 우연히 만난 책이지만 나를 훌쩍 크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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