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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대한민국 십대여! 그대 지금 삽질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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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22:38 조회 6,3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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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삽질은 ‘삽으로 땅을 파거나 흙을 떠내는 일’을 뜻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지만, 인
터넷 사전인 위키백과에서 설명하는 삽질의 의미는 다르다. ‘쓸모없는 일을 하다.’ ‘열심히 해봐야 별 소득이 없는 일에 쓸
데없이 힘을 뺀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신조어다. 뭐 최근에는 4대강 사업을 빗대어 표현할 때도 사용된다지만, 책에서 저자
가 말한 삽질은 두 번째 뜻이다. 분명 좋은 의미는 아닌데도 저자는 대한민국 10대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삽질 좀 열심히 하라고!!! 그리고는 살짝 덧붙인다. “그런데 우리가 하
는 삽질은 좀 달라!”

제목부터가 무척 파격적이다. 잠시 쉴 틈도 없는 학생들에게 감히 노는 것을 허락한다니. 얼핏 십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
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조금만 본문을 읽어 보면 낚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노는 것에 대한 시각이 다른 까닭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놀이는 낯선 세상과의 관계맺음이다. 집, 학교, 회사 등의 한정된 공간 속 만남에서 벗어나 작은 공동체 모임에 참여하기,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기, 나보다 경험 많은 사람과 연대하기, 유명 CF의 카피처럼 무작정 집나가서 개고생하기 등이 바로 잘 노는 것이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놀이와는 개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저자의 지론이 ‘일과 놀이와 학습은 하나’라고 하더니 이건 놀이도, 공부도 아닌 일에 훨씬 가깝다.

뭐 어떻든 ‘저 학교 다닐 때 좀 놀았어요.’라고 말하던 사람들의 반론은 제쳐 두고라도,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일들을 10대에게 적극 권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그것이 바로 진짜 경험이기 때문이다. 머리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진짜 공부. 부모의 아바타로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기를 강력하게 부여해 줄 수 있는 진짜 경험. 그것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일의 성패는 중요치 않다. 아니, 오히려 실패가 더욱 값질 수 있다. 수없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경험이 창의적인 인생 밑천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삽질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크게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십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탐색과정인 1부 <정체성 찾기>와 실제 십대 청소년들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안내하는 2부 <밑천 만들기>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 1부만 놓고 보면 십대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라기보다는 부모, 교사, 어른들에게 보내는 질책성 훈계서에 가깝다. 예전과 다른 현재의 십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직 규제를 통한 교육만 고집하는 시대착오적인 어른들의 편협함을 강하게 비판하며, 하루라도 빨리 그릇된 인식이 바뀌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엔터테이너이자 사업가인 박진영의 신랄한 기사를 인용한 것은 이런 절박한 심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학교에서 판에 박힌 수업, 방과 후에도 학원수업, 과외를 똑같이 받고 사는 우리 애들에게 뭘 기대하겠나? 지금 교육은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 나보고 최소한 예술 부문에서 미래를 향해 투자하라고 한다면 학교가 아니라 소년원을 선택하겠다.”

시행착오가 곧 낙오로 받아들여지는 세상!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면 불량품이 되고 만다는 어른들의 공포감 조성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이들. 원치 않는 무한경쟁 속으로 내몰린 아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 있어 규격품과 불량품은 없다. 개인별 맞춤형 인생이 있을 뿐이다. 남을 앞지르려고 하지 말고, 밟고 일어서려 하지 말고, 주위에 돌아보면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 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것을 시작으로 함께 일어서서 나아가라.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의 작은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인생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의외로 참 쉽다.”

솔직히 이 책은 재미없다. 재미있는 캐릭터로 장식된 겉표지와 달리 본문에는 사진 한 장, 삽화 하나 없는 탓에 지루하고 딱딱하다. 대한민국 십대가 읽기에는 주제도 문체도 지나치게 무겁다. 그럼에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어른들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은 십대들에게는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어른들에게는 가슴 뜨끔한 반성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일독하기를 권한다. 왜? 나만 꾸중들을 순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본문 삽화는 없지만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작은 그림이 하나 있다. 이 그림 한 장에 이 책 한 권의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뭐냐고? 당연한 걸 묻는 건 실례다. 그렇다. 바로 삽 한 자루다. 십대들이여~ 모두 삽질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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