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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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9 21:47 조회 6,356회 댓글 0건본문
나는 개입니까
창신강 지음|전수정 옮김|사계절|322쪽|2010.04.30|9,000원|청소년하|국외|소설
“정말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 싶은 게 사람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252쪽) 인간 세상은 거짓과 위선, 부조리로 가득한 요지경 속이니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이는 호기심 하나로 사랑하는 가족도 포기하고 개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나’에 의해 밝혀진 세상이다. 호기심은 진실이 드러날까 불안해하는 인간들에게 금기시되는 덕목이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작가는 우화 형식을 빌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재미있는 소설을 만들어냈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류웨와 우다오 선생님은 작품의 분위기를 신비스럽게 만든다.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고, 독특한 버릇이 있다면 의심해 보자.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니까. 새로운 세상과의 마주침, 현실 부적응, 가족과 이별, 어려움 극복, 다시 떠남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구조이지만 작가의 유머 감각이 책을 읽는 내내 경쾌하게 해준다. 나는 누구냐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자.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 주 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
나희덕 지음|신철 그림|나라말|200쪽|2010.05.10|9,500원|청소년하|국내|시
‘나는 가끔 후회한다 / 그 때 그 일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 그 때 그 사람이 / 그 때 그 물건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 (중략) 모든 순간이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 이 시집에 수록된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다.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은 자신의 시쓰기를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라면서 보내는 유리병 편지’라고 했다. ‘문학집배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나희덕은 각기 다른 시인의 시 52편을 모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했다. 또 각 시마다 해설을 달아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거나 다른 이의 감상을 즐길 수도 있다. 유리병 편지에 함께 한시인들은 박경리, 정현종, 황지우, 안도현, 마종기, 신경림 등 우리나라 대표문인부터 그들만큼 또는 그들보다 더 유명해질 사람들이다. 어느 시가 내게로 와 어떤 흔적을 남길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읽은 시를 전해주며 문학집배원 역할을 해 보는 것도 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이겠다.
김 광 재 학교 밖 독서지도
빈집
김주영 지음|문학동네|334쪽|2010.05.06|11,000원|청소년상|국내|소설
쓸쓸하고 우울하고 답답하다. 노름을 업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모성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의 전처와 그 딸의 이야기다. 주인공이회상을 하는 방식으로 엮여져 있는데 통속 드라마처럼 진부한 맛이 있다. 각 인물들은 나름대로 사연이 있지만 서로 간에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해 더욱 고독하다. 삶과 고독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접근하고 있다. 주로 재기발랄한 문체의 성장소설을 접하는 청소년이라면 부모자식 사이에서 주고받는 행위와 여러 가지 감정들을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다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독과 슬픔, 죽음과 같은 비극적 정서를 통해 또 다른 내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의 배경과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어른과 학생이 함께 읽고, 인간 존재에 대한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 은 지 경북 상모고 사서교사
성호사설 선집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이익 지음|김대중 편역|돌베개|301쪽|2010.05.10|8,500원|청소년상|국내|고전
이 책은 이익의 「성호사설」 가운데 중요한 작품을 골라 엮은 것으로 「성호사설」의 방대한 사상 가운데 대표작을 뽑아 재탄생시켰다. ‘파리도 함부로 잡았다가는’, ‘궁핍한 시인의 마음’, ‘우리 땅, 우리 역사’ 등 아홉 가지 부제 아래 생명윤리, 문학비평, 역사, 지리, 인물, 개혁사상, 선비론, 세계관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보통우리는 「성호사설」이 당시 한 개인의 실학사상을 담은 백과사전 작품집이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선 후기 경학과 사회경제사, 생활사를 짚어볼 수 있을 뿐더러 작가의 투철한 문제의식과 식견으로 오늘날 우리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작은 제목 아래 한두 쪽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자투리 시간에 읽기 좋으며 친절하게 각주가 달려 이해하기도 쉽다. 오늘과 미래 그리고 세계를 꿰뚫는 힘을 가진 고전으로 입시 논술에 여러 번 출제된 적도 있다.
허 우 정 인천 부흥중 사서교사
싱커
배미주 지음|창비|220쪽|2010.05.15|8,500원|청소년하|국내|소설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어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문학에서 보기 드문 미래소설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기계문명 안에서 인간적인 성찰을 지각하게 함은 <매트릭스>를, 자연의 비밀스러운 세계에 접속하는 ‘싱커’라는 게임은 <아바타>를 떠오르게 한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 덕분이다. 과연 이 세상은 계속 진화할 것인가? 인간의 운명과 전체주의에 대한 통찰은 『1984년』을, 과학 문명의 발전이 인간성 상실을 가져온다는 경고는 『멋진 신세계』와 맥이 같다. 부패한 권력과 빈곤층이 만연한 엄격한 계급사회, 그 아래 지하도시 ‘시안’에 미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싱커』에는 건강한 청소년들이 있어 희망이 보인다.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는 힘, 폐쇄되고 단절된 사회에서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의 가능성이다. 판타지와 SF가 가미되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청소년들과 세대 차이를 좁히고 싶은 어른들에게 더 권하고 싶다.
예 주 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푸른 축구공
리네케 데익쉘 지음|이유림 옮김|스콜라|463쪽|2010.05.23|9,800원|청소년하|국외|소설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프리카 작은 마을에서 자신의 나이도 정확히 모른 채 맨발로 축구를 하던 소년은 도시 축구팀에 발탁되고 네덜란드에서 훈련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는다. 작가는 소년이 이런 기회를 얻게 된 이유는 재능이나 행운보다 인내심과 노력 그리고 성실성 때문이라고 간결한 문체로 실감나게 이야기한다. 경기 전체를 꿰뚫어 보면서 전략을 세우는 축구를 통해 소년은 성장하고, 더 이상 고향마을의 다른 사람들처럼 바오밥 나무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필요도 없게 된다. 소년은 이제부터 고향의 빈곤과 문명화된 도시의 풍요로 인한 새로운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꿈과 공부 그리고 컴퓨터 게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중학생들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묵직한 책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축제에서 승패와 영광 또는 이익에 가려지기 쉬운 선수들의 땀을 생각하며 읽으면 더 좋겠다. 표지에서도 즐거움이 느껴진다.
김 광 재 학교 밖 독서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