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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한 어린 영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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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7 22:43 조회 5,97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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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반세기 전인 1950년 말, 내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의 일이 생각났다. 대학 입학 면접 시험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서슴없이 『안네의 일기』를 말씀 드렸다. 그리고 그 내용도 간략하게 설명 드렸다. 죽음을 앞둔 사춘기 소녀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 적어간 이 일기는 분명 내가 지금까지 읽은 이런저런 책 중에 가장 잊지 못하는 책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간디학교 초기 시절 내가 잠시 학생들 영어 수업을 맡아서 할 때 한영 대역된 『안네의 일기』를 1~2년 동안 교재로 삼아 읽은 적도 있다.

다락방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
책은 독일에 히틀러 정권이 들어선 후 독일군의 유태인탄압이 심했던 1940년대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에 살고 있던 안네 프랭크의 가족은 1930년 초에 히틀러 정권을 피해 네덜란드로 이주하지만, 네덜란드마저 독일군에게 점령돼 독일군의 유태인 탄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책에는 안네의 나이 13살이던 1942년 7월부터 1944년 독일 경찰에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까지의 2년여에 걸친 기록이 담겨져 있다. 은신처의 식구들은 안네의 부모님과 마르코트 언니, 환 단 부부, 안네의 연인이 되는 페터, 치과의사 뒤셜 씨등 모두 여덟 명이다. 안네는 일기를 자기 친구, 혹은 애인으로 인격화해 ‘키티’라 부르며 긴장 속의 다락방 생활을 매일매일 감동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안네는 오직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좁은 다락방에서의 불편한 생활을 비롯해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불만도 친구 ‘키티’에게 모두 털어놓고 있다.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뜨겁게 된 페터와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도 ‘키티’에게 쏟아 놓는다. 1944년 1월 5일자 일기에서 사춘기의 안네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신기해. 내 몸에 나타나는 일들뿐만 아니라 내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말이야.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나 이런 변화들에 대해 어느 누구와도상의하지 않아. 그것이 나 혼자 얘기하는 이유야. 생리기간때마다(그래봤자 아직 세 번 밖에 안됐지만) 몸이 불편하고, 불쾌하고, 불결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달콤한 신비감을 느끼게 돼. 그 이유는 월중 행사라는 게 다소 귀찮기는 해도 내가 오래도록 기다려 왔던 나 혼자만의 비밀을 가졌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니까 말야.”
바로 다음 날 1월 6일자 일기에서는 페터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은 나의 소원이 아주 간절해서 아쉬운대로 페터를 택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 지금 낮에 위층 페터의 방에 있을 때면 항상 아주 포근한 느낌을 받지만, 그는 너무 수줍어하고 귀찮은 사람에게도 나가달라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가 나를 따분하다고 생각할지 몰라서 오래 머물지 못해. (중략) 침대에 누워 그때의 상황을 쭉 더듬어보니 속이 상하고 페터의 사랑을 애원해야 했다는 생각에 너무 불쾌했어.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한히 노력하잖아? 내 경우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에게 좀 더 자주 가서 함께 앉아 어떻게든 그에게 얘기를 하도록 해야겠어.”

애틋한 영혼의 이루지 못한 소망
안네는 라디오 혹은 이따금씩 접촉하게 되는 외부 사람들을 통해 바깥세상에서의 끔찍한 전쟁 소식을 들으며, 1944년 5월 3일자 일기에서 이렇게 푸념하고 있다.

“너도 상상이 되겠지만 우리는 이따금씩 절망적으로 ‘도대체 전쟁으로 무슨 소득을 본다는 말인가? 왜 인간은 서로 평화롭게 살 수 없을까? 왜 이런 파괴가 생기는 걸까?’ 하고 자문해 본단다. 그 의문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만족스런 대답을 하지 못했어. 왜 인간은 재건설을 위해서 조립식 주택을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점점 거대한 전투기와 강력한 폭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왜 매일 전쟁을 위해서 거액의 돈을 쓰면서 의료 시설이나 예술가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돈은 한 푼도 없는 걸까?”

활짝 열린 창문 앞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며 새소리를 듣고, 두 뺨에 햇살을 받으며 사랑하는 남자를 두 팔에 안고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하고 꿈꾸던 안네(1944년 4월19일자 일기). 전쟁이 끝나고 자유인이 되면 신문기자나 작가가 되고 싶다던(1944년 4월 4일자 일기) 그녀는 1944년 8월 1일자 일기를 끝으로, 그해 8월 4일 독일 경찰에 체포되어 네덜란드‘베르켄벨슨’ 집단 수용소로 끌려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의 일기는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훗날은신처 다락방을 방문한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돼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반세기가 흘렀는데도 나는 이 일기의 주인공을 잊지 못한다. 피지 못하고 역사의 비극에 휩쓸려 스러지고만 한 애틋한 영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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