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50대의 시간여행, 보사노바처럼 아련한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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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4:40 조회 6,548회 댓글 0건본문
오십 줄에 들어섰다. 부쩍 상념이 많다. 어쩌다 새벽에 잠을 깨면 쉬 잠들지 못한다. 뒤척이다 숨이 답답해 끝내 마루로 나와 앉는다.
창문 너머 라일락과 목련이 불빛을 받아 화사하다. 새벽 공기가 싸~한 게 냄새가 참 좋다. 당장이라도 시동을 걸어 나서고 싶다. 양수리쯤 가면 북한강에는 물안개뽀얗게 피고 있을까? 나무마다 물이 올라 신록을 눈에 담아 그런지 여행길이 그립다. 여행길도 나이 따라 발길이 다르다. 중년이 되면서 젊은 날의 초상을 추억하고, 오롯이 시간을 여행하기엔 제주가 제격이다. 제주는 나이 들수록 새록새록 마음에 담을 곳이 많다.
제주에는 모두 1,500개쯤되는 오름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동양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 남동쪽에는 ‘제주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이 있다. 마치 아리따운 처녀가 치마로 자신의 몸을 감싼 모습의 아름다운 풀밭 오름이다. 해발고도는 382.4미터, 높이는 277미터로 남서쪽의 높은 오름(405.3m) 다음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처음에는 힘들게 올라갔던 사람들도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하는 다랑쉬 오름. 그리고 정상에서 동쪽 발밑에 있는 다랑쉬와 닮은꼴의 자그마한 오름, ‘아끈 다랑쉬’는 비행접시가 들판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이라 참 예쁘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하여 마을 사람들은 달랑쉬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굼부리에서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도 장관이라고 한다. 관광 중심에서 테마 여행으로 새 지평 연 ‘제주 올레길’과 ‘두모악’. 최근 몇 년 사이 ‘로하스’에 관심 갖고 ‘웰빙’하려는 50대 중년들로 제주는 인산인해다.
올해 쉰 네 살로 <시사저널>에서 일하던 서명숙 기자가 돌 하나, 풀 한 포기, 시간과 정성 들여 완성하고 있는 ‘제주 올레길’이 사람들의 관심을 사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이가 쓴 책 『제주걷기여행』에는 올레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제주를 고향 삼아 제주 오름과 풍경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故 김영갑 선생은 루게릭 병으로 쉰 살 되던 해에 소천召天하기까지 제주를 마음에 소복이 담은 사람이다. 성산 부근에 <두모악>이라는 사진 갤러리가 남아 제주의 자연을 그의 사진을 통해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오십이 되면서 시간 여행의 동반자 제주를 주제로 한 책 몇 권을 소개하고, 시 한 편으로 제주를 마음에 다시 담는다.
제주戀歌
- 정수백
제주는 누이다.
눈이 시리도록 투명하게 내비치는 바다 속살은 언뜻언뜻
훔쳐보는 내 누이 살결 같다.
두 손 모아 한 움큼 주어내는 에메랄드 빛 물색은 내 누이 머리
감는 창포물처럼 곱다.
누이에게서 나는 은은한 살내음처럼 몸서리친다.
제주는 어머니다.
사위에 울을 두르고 내려앉은 오름은 어머니 젖가슴처럼
포근하다.
분화구 꼭대기에 팔베개 하고 누운 바람은 먼지 한 점 없이 맑다.
내 뺨을 만지작거리는 어머니 손처럼 살갑다.
아, 나의 누이, 나의 어머니, 나의 제주여-
내가 태어나 원 없이 뛰놀던 산하와 강토가
풀꽃으로 수놓던 너른 들녘이
오늘처럼만 같아라. 오늘처럼만 같아라.
그 속에서 우리 뛰놀던 것처럼
아이들이 풀피리 불며 뒹굴고 오름에 누워 동무되고
반딧불이 나는 여름 한 밤에 사랑을 속닥거려라.
내 마음의 고향, 제주여,
끝없는 친구여-
고단한 뙤약볕 아래 지게를 내려놓고
어드러에 소리 없이 나무를 심는다.
어버이 우리를 낳고
우리 다시 돌아갈
찬란하게 빛나는
겨레의 요람이어라.
창문 너머 라일락과 목련이 불빛을 받아 화사하다. 새벽 공기가 싸~한 게 냄새가 참 좋다. 당장이라도 시동을 걸어 나서고 싶다. 양수리쯤 가면 북한강에는 물안개뽀얗게 피고 있을까? 나무마다 물이 올라 신록을 눈에 담아 그런지 여행길이 그립다. 여행길도 나이 따라 발길이 다르다. 중년이 되면서 젊은 날의 초상을 추억하고, 오롯이 시간을 여행하기엔 제주가 제격이다. 제주는 나이 들수록 새록새록 마음에 담을 곳이 많다.
제주에는 모두 1,500개쯤되는 오름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동양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 남동쪽에는 ‘제주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이 있다. 마치 아리따운 처녀가 치마로 자신의 몸을 감싼 모습의 아름다운 풀밭 오름이다. 해발고도는 382.4미터, 높이는 277미터로 남서쪽의 높은 오름(405.3m) 다음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처음에는 힘들게 올라갔던 사람들도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하는 다랑쉬 오름. 그리고 정상에서 동쪽 발밑에 있는 다랑쉬와 닮은꼴의 자그마한 오름, ‘아끈 다랑쉬’는 비행접시가 들판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이라 참 예쁘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하여 마을 사람들은 달랑쉬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굼부리에서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도 장관이라고 한다. 관광 중심에서 테마 여행으로 새 지평 연 ‘제주 올레길’과 ‘두모악’. 최근 몇 년 사이 ‘로하스’에 관심 갖고 ‘웰빙’하려는 50대 중년들로 제주는 인산인해다.
올해 쉰 네 살로 <시사저널>에서 일하던 서명숙 기자가 돌 하나, 풀 한 포기, 시간과 정성 들여 완성하고 있는 ‘제주 올레길’이 사람들의 관심을 사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이가 쓴 책 『제주걷기여행』에는 올레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제주를 고향 삼아 제주 오름과 풍경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故 김영갑 선생은 루게릭 병으로 쉰 살 되던 해에 소천召天하기까지 제주를 마음에 소복이 담은 사람이다. 성산 부근에 <두모악>이라는 사진 갤러리가 남아 제주의 자연을 그의 사진을 통해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오십이 되면서 시간 여행의 동반자 제주를 주제로 한 책 몇 권을 소개하고, 시 한 편으로 제주를 마음에 다시 담는다.
제주戀歌
- 정수백
제주는 누이다.
눈이 시리도록 투명하게 내비치는 바다 속살은 언뜻언뜻
훔쳐보는 내 누이 살결 같다.
두 손 모아 한 움큼 주어내는 에메랄드 빛 물색은 내 누이 머리
감는 창포물처럼 곱다.
누이에게서 나는 은은한 살내음처럼 몸서리친다.
제주는 어머니다.
사위에 울을 두르고 내려앉은 오름은 어머니 젖가슴처럼
포근하다.
분화구 꼭대기에 팔베개 하고 누운 바람은 먼지 한 점 없이 맑다.
내 뺨을 만지작거리는 어머니 손처럼 살갑다.
아, 나의 누이, 나의 어머니, 나의 제주여-
내가 태어나 원 없이 뛰놀던 산하와 강토가
풀꽃으로 수놓던 너른 들녘이
오늘처럼만 같아라. 오늘처럼만 같아라.
그 속에서 우리 뛰놀던 것처럼
아이들이 풀피리 불며 뒹굴고 오름에 누워 동무되고
반딧불이 나는 여름 한 밤에 사랑을 속닥거려라.
내 마음의 고향, 제주여,
끝없는 친구여-
고단한 뙤약볕 아래 지게를 내려놓고
어드러에 소리 없이 나무를 심는다.
어버이 우리를 낳고
우리 다시 돌아갈
찬란하게 빛나는
겨레의 요람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