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마음을 끌어안는 수업은 평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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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9 22:12 조회 6,262회 댓글 0건본문
나는 유난히 청소년에게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안타깝고 짠하다. 사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할뿐더러 그럴 능력과 깜냥도 없다. 오히려 괜히 다가갔다가 면박을 당할까 두려워 먼발치에서만 바라볼 뿐이다.
내가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시절을 잘 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심각해 보이지 않아
서 모른 척 할 수도 있는 아이, 나는 바로 그런 아이였다. 날라리는 아니었지만 공부도 전혀 하지 않고 늘 기운이 없었다. 시험 답안지는 전부 3번으로 찍었고,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된 지금, 청소년을 그려낸 문학을 읽을 때마다 무척 놀라곤 한다. 어쩌면 이렇게 아이의 심리를 잘 묘사했을까. 더욱이 나 같은 아이들을 그 안에서 발견하면 소스라칠 수밖에 없다. 작가와 나이 차이가 10살에서 30살 이상까지 벌어지는데도 우리가 겪은 그때의 심정이 다르지 않음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나를 놀래키고 아득하게 만든 책, 문인들의 학창시절 추억이 실린 『수업』도 무척 애틋하다. 각각 처한 정황 안에서 그때 그 심정들은 아주 공감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과 문학 수업의 회고’로 구성되어 있다. 중견작가뿐 아니라 신인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있는데 열여덟 가지 매력과 재미, 감동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게다가 함께 실린 흑백사진은 아련한 향수를 일으켜 감성을 더욱 부채질한다.
여기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약간 되바라지고 한 성격하는 아이들은 대개가 감상적이고 조숙한 편인데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지고 사춘기의 혼돈을 온몸으로 겪는다. 반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구는 유쾌한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책이 무거워지지 않게끔 균형을 잡아준다. 또 속으로 우는 순진한 아이도 등장한다. 관심 받기를 포기한 아이의 외로움이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져 손에 잡힐 듯하다.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그때그때 등장하는 서로 다른 태도와 마음들이 모두 하나같이 눈여겨 볼만하다.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단연코 선생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사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무심하고 왠지 촌스럽고 바빠 보인다. 도대체 인생의 재미라고는 못 느끼며 살 것 같다. 하나 궁금하긴 하다.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을 지켜보는 선생님은 대체 무슨 심정이었을까.
예전보다 더욱 학교와 교사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요즘같은 때에 이 책이 아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어떻든지 간에, 제 아무리 학교에 초연한 듯 보이는 아이일지라도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보고 느끼고 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까 괜찮고 그립지 어떤 작가(김종광)는 악성종양같이 형편없는 수업이 더 잊을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여러 명의 문인이 언급하고 있다. 선생님이 친절하게 말해 주었더라면, 또 자분자분 설명해주었더라면. 아이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알아주고 인정해주기. 그저 작은 관심과 배려, 그것뿐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이 책을 읽고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당시엔 이해하지 못해도 크고 나서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여기 책에 실린 이들이 말하지 않는가. 그만큼 선생님의 위력은 대단하다. 별 것 아닌 배려와 말 한 마디를 기억하는 한 작가(김나정)의 고백은 매우 뭉클하다.
난 사람이나 생에 대해, 결정적으로 실망하지 않는다. 그 종례 시간 이후 그래왔다. 누군가가 날 봐줬다. 내 마음을 봐줬으니 영영 혼자는 아니다. 선생님은 나를 발견해줬다. 마음을 끌어안아줬다._96쪽
작가가 그렇듯 내게도 평생 마음에 간직할 만한 선생님이 있다. 별 말이 없고 너무 순해보였던 그 분은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철없는 자식이 제 아비를 부끄러워하듯 내가 선생님과 닮아 보여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무엇보다 내 모습 자체가 떳떳하지 못해 면목이 없었다. 조심스럽고 온화하게 다가오심을 알면서도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슬금슬금 피했다. 그 분과 눈을 마주치기가 영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아이들 곁에서만 서성이는 나를 보자 문득 선생님이 떠올랐다. 이제야 알겠다. 의사소통이 서툴지라도 내가 저 아이를 좋아한다면 진심이 전해지고 점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또 지금은 몰라도 언젠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실을 깨닫자 나는 갑자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얼마 전 뵌 선생님은 진심으로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의 삶을 말해주었다. 우리의 만남은 또 하나의 인생 수업이었다. 책에 나오는 고백을 빌려 나도 그 분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저는 암만 노력해도 영영 불행한 사람은 못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_97쪽
내가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시절을 잘 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심각해 보이지 않아
서 모른 척 할 수도 있는 아이, 나는 바로 그런 아이였다. 날라리는 아니었지만 공부도 전혀 하지 않고 늘 기운이 없었다. 시험 답안지는 전부 3번으로 찍었고,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된 지금, 청소년을 그려낸 문학을 읽을 때마다 무척 놀라곤 한다. 어쩌면 이렇게 아이의 심리를 잘 묘사했을까. 더욱이 나 같은 아이들을 그 안에서 발견하면 소스라칠 수밖에 없다. 작가와 나이 차이가 10살에서 30살 이상까지 벌어지는데도 우리가 겪은 그때의 심정이 다르지 않음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나를 놀래키고 아득하게 만든 책, 문인들의 학창시절 추억이 실린 『수업』도 무척 애틋하다. 각각 처한 정황 안에서 그때 그 심정들은 아주 공감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과 문학 수업의 회고’로 구성되어 있다. 중견작가뿐 아니라 신인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있는데 열여덟 가지 매력과 재미, 감동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게다가 함께 실린 흑백사진은 아련한 향수를 일으켜 감성을 더욱 부채질한다.
여기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약간 되바라지고 한 성격하는 아이들은 대개가 감상적이고 조숙한 편인데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지고 사춘기의 혼돈을 온몸으로 겪는다. 반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구는 유쾌한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책이 무거워지지 않게끔 균형을 잡아준다. 또 속으로 우는 순진한 아이도 등장한다. 관심 받기를 포기한 아이의 외로움이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져 손에 잡힐 듯하다.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그때그때 등장하는 서로 다른 태도와 마음들이 모두 하나같이 눈여겨 볼만하다.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단연코 선생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사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무심하고 왠지 촌스럽고 바빠 보인다. 도대체 인생의 재미라고는 못 느끼며 살 것 같다. 하나 궁금하긴 하다.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을 지켜보는 선생님은 대체 무슨 심정이었을까.
예전보다 더욱 학교와 교사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요즘같은 때에 이 책이 아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어떻든지 간에, 제 아무리 학교에 초연한 듯 보이는 아이일지라도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보고 느끼고 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까 괜찮고 그립지 어떤 작가(김종광)는 악성종양같이 형편없는 수업이 더 잊을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여러 명의 문인이 언급하고 있다. 선생님이 친절하게 말해 주었더라면, 또 자분자분 설명해주었더라면. 아이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알아주고 인정해주기. 그저 작은 관심과 배려, 그것뿐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이 책을 읽고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당시엔 이해하지 못해도 크고 나서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여기 책에 실린 이들이 말하지 않는가. 그만큼 선생님의 위력은 대단하다. 별 것 아닌 배려와 말 한 마디를 기억하는 한 작가(김나정)의 고백은 매우 뭉클하다.
난 사람이나 생에 대해, 결정적으로 실망하지 않는다. 그 종례 시간 이후 그래왔다. 누군가가 날 봐줬다. 내 마음을 봐줬으니 영영 혼자는 아니다. 선생님은 나를 발견해줬다. 마음을 끌어안아줬다._96쪽
작가가 그렇듯 내게도 평생 마음에 간직할 만한 선생님이 있다. 별 말이 없고 너무 순해보였던 그 분은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철없는 자식이 제 아비를 부끄러워하듯 내가 선생님과 닮아 보여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무엇보다 내 모습 자체가 떳떳하지 못해 면목이 없었다. 조심스럽고 온화하게 다가오심을 알면서도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슬금슬금 피했다. 그 분과 눈을 마주치기가 영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아이들 곁에서만 서성이는 나를 보자 문득 선생님이 떠올랐다. 이제야 알겠다. 의사소통이 서툴지라도 내가 저 아이를 좋아한다면 진심이 전해지고 점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또 지금은 몰라도 언젠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실을 깨닫자 나는 갑자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얼마 전 뵌 선생님은 진심으로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의 삶을 말해주었다. 우리의 만남은 또 하나의 인생 수업이었다. 책에 나오는 고백을 빌려 나도 그 분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저는 암만 노력해도 영영 불행한 사람은 못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_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