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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초밥으로 세계를 쥐는 한국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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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9 22:09 조회 8,2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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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일품 요리 만드는 방법을 너무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요리법을 담은 책이 넘쳐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검색창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만 쳐도, 수천 가지의 조리법이 뜬다. 자신만의 요리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려는 블로그 운영자도 나날이 늘고 있다. 이 얼마나 친절하고 고마운가. 그런데 이상하다.

‘그대로 따라해 보세요. 어때요? 참~쉽죠?’를 외치며 공개하는 그들의 비법을 따라 만든 요리는, 만든 사람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똑같은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는데, 어째서 만든 이에 따라 맛이 다를까? 그건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넣는 양념 한가지가 달라서일 것이다. 그 양념은 바로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먹는 사람의 오감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 한 큰 술’은 모든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 준다. 또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맛이야 말할 것도 없이 좋으니까 맛집이라 불릴 테지만, 다른 식당에는 없는 게 있어야 진짜 맛집이다. 그것은 ‘변함없음’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지켜가는 장인들이 있기에 우리는 그 맛을 기억 속에 담아둘 수 있다. 단골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늘 같은 맛으로, 추억 속 그때 그 맛을 이끌어내는 요리를 원한다. 이 책은 ‘따뜻한 마음’과 ‘변함없음’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라스베이거스의 일식 요리사 아키라 백의 인생 이야기이다. 그의 인생은 바삭하게 잘 튀겨낸 새우튀김의 맛이다. 요리로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선 일식 요리사 아키라 백(본명 백승욱).

놀랍게도 그는 프로 스노보드 선수출신이다. 파이프 점프 부분에서 세계 5위를 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던 그였지만,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선수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덜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더 이상 스노보드를 탈 수 없게 되었을 때 찾아간 곳도 일식 레스토랑이었다. 스키장 주변을 정처 없이 걷다가 눈에 띈 간판을 보고 들어간 곳이 그곳이었다. 이 부분이 좀 아쉽다. 그곳이 한식 레스토랑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아르바이트생은 필요 없다며, 꼭 일을 하고 싶으면 삭발을 하고 오라는 황당 제안을 한 켄이치 일식 레스토랑의 총주방장 켄이치. 그는 아키라 백의 첫 번째 요리 스승이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던 그는 총주방장의 위치에 섰을 때에도 겸허한 자세로 요리 전문학교에 입학한다. 전문 지식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요리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익힌 그는 그 후에도 ‘어떻게 하면 요리 장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결국 모든 것을 잠시 멈춘 뒤 최고의 요리 스승을 찾아 요리 순례 여행을 떠난다.

그는 미국 전역의 유명 식당을 돌아다니며, 요리장들의 숨겨진 노하우를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녹여내기 시작했다. 미국 일식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요리 장인 노부와 모리모토의 가르침은 아키라가 정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현재 그는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 ‘Yellotail’에서 동양인 최초 최연소 총주방장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맛을 선물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그가 최고로 인정받는 한국인 요리사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 그 까다로운 패리스 힐튼도 단골손님이란다. 그는 일식 요리사지만, 일식에 한국을 담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의 꿈은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라고 그는 말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스타 셰프를 양성해야 하고, 한국 고유의 맛을 고스란히담아내면서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신개념의 요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초밥은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일품요리가 되기도 하고, 그냥 생선회를 곁들인 밥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초밥을 만드는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유명한 일본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 ‘부채모양 초밥’을 쥐는 방법이 나온다. 입 안에서 밥알들이 스르륵 풀리면서 골고루 퍼지도록 밥알과 밥알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해야 초밥의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는 작은 밥 한 조각. 그러나 그안에는 먹는 이의 행복까지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다.일본은 그 배려로 세계인들을 감동시켰고, ‘스시’는 세계 속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은 감동의 순간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추억 속에서 자꾸자꾸 꺼내보고 싶어 한다. 맛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가 해주시던 밥맛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이와같을 것이다. 그 감동을 고추장 한 숟가락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고추장엔 스시에는 없는 끈끈한 정이 듬뿍 담겨 있으
니까.

우리는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산다. ‘세상에 먹는 즐거움이 없다면?’ 그것은 ‘지구에 물이 없다면?’과도 같은 질문일 것이다. 답은 ‘날도 더운데, 생각하기도 싫다’이다. 오늘처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엔 머리꼭지까지 찌릿한, 얼음 동동 띄운 메밀국수가 제격이다. 묵은지 초밥이 3개정도만 곁들여 나온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요리는 누구에게나 행복을 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고, 나는 밥 먹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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