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고전문학 대부, 임석재의 50년 전 작품을 복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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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6:53 조회 7,389회 댓글 0건본문
이 책은 1959년에 출간된 『이야기는 이야기』의 복원판이라 할수 있다. 이야기 편수는 조금 줄었지만 그 말맛은 옛 책 그대로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단순하면서 재미난 그림 역시 옛 책의 그것을 복제 리터치해서 실었다. 그래서일까? 벌써 50년도 더 된 옛 책이지만 요즘 나오는 이야기 책보다 오히려 더 참신한 맛이 난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21편이다. 서사 중심의 요즘 옛이야기 책과는 달리 전래동요, 말놀이 형식의 짧은 글까지 옛말의 매력을 고루 느낄 수 있다.
옛날 옛적, 간날 갓적, 무자수 고려적, 나무접시 소년적, 툭수 바리 영감적, ……, 혼자 모자 떼어먹을 적에 한 사람이 있었는 데 성은 고요 이름은 만이다. 기냐 짧으냐, 길면 진진 담뱃진, 짧으면 짠 짠 짠지쪽. 「옛날 옛적」
‘옛날 옛적’으로 시작해 ‘성은 고요 이름은 만이다(고만)’로 마무리를 하는 이 글은 특별한 줄거리도 없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도 많다. 하지만 그냥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운율이 입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혼자 소리 내어 읽어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읽으면 그 맛이 더 잘 느껴진다.「어린 신랑 놀리는 말」도 재미있다. 아이들은 친하게 놀다가도 짓궂게 서로를 놀리는 것을 유희로 삼기도 한다. 새서방 망태 꼴망태, 의주 벙거지 날라리, 놀랑두 대구리, 물렛줄 상투 잡아 매고서 샛문 가에 붙어서 호말 같은 색시 보고누렁지 달라 밥광지 달라 히이 양 해애 양 -
아이들이 놀리는 말에 어린 나이에 장가드는 꼬마 신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나는 놀이를 즐기듯 장난스럽게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묻어난다. 놀림을 당하는 어린 신랑은 잠깐 속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렁지 달라 밥광지 달라 히이 양해애 양’ 하는 모습은 실은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니까 말이다.
한 사람이 길을 가다 연기가 폴폴 오르는 걸 보고 가서 보니 개구리가 애기를 낳고 첫국밥을 해먹고 있더라는 「개구리 애낳고」도 재미있다. 개구리도 애기를 낳고 첫국밥을 해먹는다는 설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람이건 개구리건 생명은 모두 같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재미있게 읽다보면 삶의 진리가 저절로 깨우쳐지는 이야기도 많다. 「염소에 소지」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다 애쓰고 정성들이는 허망스러운 짓을 뜻하는 “염소한테 소지 올린다”라는 속담의 유래가 담겼다.
또 한편으론 한바탕 웃으며 힘든 현실을 이겨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믐 때가 되어 고을살이를 온 미련한 원님이 이방에게 달을 사오라며 수천 냥을 내주는 「달 사온 이야기」, 둘씩짝지어 셀 줄밖에 모르는 미련한 사또가 하인이 오리 한 마리를 잡아먹었을 땐 매를 때리지만 한 마리를 더 잡아먹자 하인이매를 맞고 즉시 오리를 사다놨다며 좋아한다는 「매는 때릴 것」,글도 모르면서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사람이 두꺼비를 보고 하는 말이 글인 줄 알고 따라 읽던 아이가 집에서 배운글을 읽다가 도둑을 쫓아내게 되는 이야기 「도둑 쫓은 글」 같은 이야기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달에 대해서도 모르고, 둘씩 짝지어 셀 줄밖에 모르는 미련하고 답답한 원님을 골려먹고, 글은 몰라도 도둑을 쫓아내는 힘을 발휘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통쾌하게 실컷 웃었을 것이다. 반면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낄낄대며 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아까도 머리가 없었던가」나 「허풍담」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낄낄대며 웃을 여유를 준다.
이처럼 책에 실린 21편의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다른 책들에 비해 이야기 편 수는 많은 편이지만 쪽수는 많지 않다. 짧은 이야기가 여럿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책에서라면 조금 더 길게 썼을 이야기가 여기서는 훨씬 간결하다. 쓸모없는 말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를 위한 최소한의 서술만 풀어냈다. 그래서 글맛이 산뜻하고 참 좋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점과 선으로 낙서를 한 듯 단순하지만 이야기와 아주 맞아떨어진다. 그림이 주는 유머러스한 느낌도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임석재는 우리나라 구전문학의 대부라 할 수 있다. 70여 년간수집하고 기록해 출간한 『한국구전설화 1-12』(평민사)는 구비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자료다. 개인이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라니,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열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그 성과를 어린이를 위한 글로 다듬어 나온 것이다. 6·25 때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도 자신의 어린 자식들에게 밤마다 옛날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한다.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 같은 글은 아마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옛날 옛적, 간날 갓적, 무자수 고려적, 나무접시 소년적, 툭수 바리 영감적, ……, 혼자 모자 떼어먹을 적에 한 사람이 있었는 데 성은 고요 이름은 만이다. 기냐 짧으냐, 길면 진진 담뱃진, 짧으면 짠 짠 짠지쪽. 「옛날 옛적」
‘옛날 옛적’으로 시작해 ‘성은 고요 이름은 만이다(고만)’로 마무리를 하는 이 글은 특별한 줄거리도 없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도 많다. 하지만 그냥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운율이 입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혼자 소리 내어 읽어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읽으면 그 맛이 더 잘 느껴진다.「어린 신랑 놀리는 말」도 재미있다. 아이들은 친하게 놀다가도 짓궂게 서로를 놀리는 것을 유희로 삼기도 한다. 새서방 망태 꼴망태, 의주 벙거지 날라리, 놀랑두 대구리, 물렛줄 상투 잡아 매고서 샛문 가에 붙어서 호말 같은 색시 보고누렁지 달라 밥광지 달라 히이 양 해애 양 -
아이들이 놀리는 말에 어린 나이에 장가드는 꼬마 신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나는 놀이를 즐기듯 장난스럽게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묻어난다. 놀림을 당하는 어린 신랑은 잠깐 속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렁지 달라 밥광지 달라 히이 양해애 양’ 하는 모습은 실은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니까 말이다.
한 사람이 길을 가다 연기가 폴폴 오르는 걸 보고 가서 보니 개구리가 애기를 낳고 첫국밥을 해먹고 있더라는 「개구리 애낳고」도 재미있다. 개구리도 애기를 낳고 첫국밥을 해먹는다는 설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람이건 개구리건 생명은 모두 같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재미있게 읽다보면 삶의 진리가 저절로 깨우쳐지는 이야기도 많다. 「염소에 소지」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다 애쓰고 정성들이는 허망스러운 짓을 뜻하는 “염소한테 소지 올린다”라는 속담의 유래가 담겼다.
또 한편으론 한바탕 웃으며 힘든 현실을 이겨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믐 때가 되어 고을살이를 온 미련한 원님이 이방에게 달을 사오라며 수천 냥을 내주는 「달 사온 이야기」, 둘씩짝지어 셀 줄밖에 모르는 미련한 사또가 하인이 오리 한 마리를 잡아먹었을 땐 매를 때리지만 한 마리를 더 잡아먹자 하인이매를 맞고 즉시 오리를 사다놨다며 좋아한다는 「매는 때릴 것」,글도 모르면서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사람이 두꺼비를 보고 하는 말이 글인 줄 알고 따라 읽던 아이가 집에서 배운글을 읽다가 도둑을 쫓아내게 되는 이야기 「도둑 쫓은 글」 같은 이야기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달에 대해서도 모르고, 둘씩 짝지어 셀 줄밖에 모르는 미련하고 답답한 원님을 골려먹고, 글은 몰라도 도둑을 쫓아내는 힘을 발휘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통쾌하게 실컷 웃었을 것이다. 반면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낄낄대며 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아까도 머리가 없었던가」나 「허풍담」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낄낄대며 웃을 여유를 준다.
이처럼 책에 실린 21편의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다른 책들에 비해 이야기 편 수는 많은 편이지만 쪽수는 많지 않다. 짧은 이야기가 여럿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책에서라면 조금 더 길게 썼을 이야기가 여기서는 훨씬 간결하다. 쓸모없는 말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를 위한 최소한의 서술만 풀어냈다. 그래서 글맛이 산뜻하고 참 좋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점과 선으로 낙서를 한 듯 단순하지만 이야기와 아주 맞아떨어진다. 그림이 주는 유머러스한 느낌도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임석재는 우리나라 구전문학의 대부라 할 수 있다. 70여 년간수집하고 기록해 출간한 『한국구전설화 1-12』(평민사)는 구비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자료다. 개인이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라니,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열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그 성과를 어린이를 위한 글로 다듬어 나온 것이다. 6·25 때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도 자신의 어린 자식들에게 밤마다 옛날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한다.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 같은 글은 아마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