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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젊음이라는 특권을 상실한 청춘은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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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23:00 조회 6,2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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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계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지식을 전하는 책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쉽고 재미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덕목이요, 뚜렷한 문제의식이 살아 있어야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좋은 책엔 따뜻한 기운이 흐른다. 진작알았더라면 덜 아팠을 자신의 청소년 시절, 그때를 보상하고도 남는 애틋함이 켜켜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도 그런 맥락에서 볼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청춘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청춘이란 단어는 생각만 해도 싱그러운 말이다. 기운차고, 생기발랄하고, 부단히 성장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삶을 결정짓는 진로 앞에서 이만큼 치열하게 고민하는 때도 없다. 이 책은 서문에서 밝혔듯 청소년, 아니 더 나아가 부모 세대가 읽기에도 무방하다.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이 어디청춘뿐이겠는가. 그때를 돌아보며 추억에 잠기거나 살아갈 힘을 얻어도 좋다.

저자 이강엽은 현직 국어교육과 교수로 고전문학의 가치를 오늘날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도 고전문학을 통해 삶의 지혜를 느끼게 하는 책을 다수 낸 바 있다. 이만하면 학문과 그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옛이야기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본래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한두 세대만 건너뛰면 계속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전승되는 이야기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분명한 문제의식이다.

이 책에는 총 48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이야기마다 저마다의 메시지가 살아 있다. 어떤 것은 말도 안 되고, 억지스럽다. 황당무계한 전개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이럴 땐 문학적인 이해로 접근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다가가면 아무 의미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옛이야기를 참신하게 해석하는 근거는 저자의 경험이다. 그런데 이 경험이란 게 소박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여느 일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무척 친근하고 공감이 간다. 그러다 사례와 이야기는 자연스레 접목된다. 익히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이나 <효녀 심청>도 남다르게 풀어진다. 일단 이야기만 보고 나서 핵심이 무엇인지 상상해보자.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나올 것이다. 중요한 건 옛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절절히 녹아있다는 점이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중에서 인상적인 몇 대목을 꼽아보자.

젊은이들이 번민에 빠지지 않도록 꼭 일러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문제가 있을 때는 덮어 두지 말고 어디에든 소지를 올리라고 말이다. 그것이 말이어도 좋고 글이어도 좋다. 면전에서의 정중한 건의여도 좋고 뒷자리에서의 비난이어도 좋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되면 남들이 보지 않는 일기장에라도 불만을 쏟아냈으면 한다. _37쪽

그러나 시퍼렇게 젊은 사람들이 “밥이나 굶지 않게 아무 회사에 취직해서 실업자나 면하면 좋겠다”라고 말할 때는 영 못마땅하다. _60쪽

옛이야기라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도 매사에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엇을 하든 안 될 가능성부터 먼저 생각하고 일이 잘 풀리면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 따져 보는 사람 말이다. 긍정적인 사고의 위력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관적인 사고가 일을 옳은 방향으로 단단히 붙잡아주는 경우도 있으니까. 다만 기껏 열심히 해 놓고도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딱한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_83쪽

윗글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여기저기 흩어진 페이지 속에 청춘이라는 특권을 상실한 젊은이가 떠오르지는 않는가? 이는 젊은이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들을 그렇게 되도록 만든 사회의 문제도 있으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없으면 청소년들이 험난한 세상을 살기가 더 힘들어 진다. 이런 사회 때문에 애늙은이가 되어 버린 아이들이 안타깝다. 실망할까 겁난다고 해서 어른인 척할 필요는 없는데.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모순된 제도에 아무 반항도 하지 않는 청춘은 재미없다. 아니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룰에 적응하고 복종하기에 급급한 이들은 이미 청춘에 반(反)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젊은이는 젊은이다워야 한다. 반항하고, 소리도 지르고, 때론 삐딱하게 나가고. 꿈도, 배포도 야무지게 가지는 청소년은 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다. 이들이 정당하게 자기 몫의 권리도 요구했으면 한다. 그러나 남을 잊지 말고 뜨겁게 사랑할 줄도 아는 사람, 함께 껴안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도 되었으면 한다.

아무래도 옛이야기가 나열되다 보니 끝으로 갈수록 독자를 붙잡는 힘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책에서 잠시 고개를 들고 쉬었다 가도 좋을 일이다. 표지를 장식하는 하늘하늘한 꽃잎을 보며 책 제목을 상기해보자. 아 정말 청춘을 잘 묘사하는 대목이다. 당사자들은 뭐가 좋으냐며 여전히 그들 나름의 문제로 분투하겠지만 그 모습까지도 꽃 같다. 압축된 2~3페이지의 옛이야기 속엔 주인공들이 행한 엄청난 노력이 내포되어 있다. 선조라고 별 수 있겠는가.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아파했을 사람들인데. 그 숨은 행간에서 웃음과 긍정, 희망과 용기를 읽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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