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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22:14 조회 6,589회 댓글 0건본문
멋지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별종들
논편집팀 엮음|초암|235쪽|2010.2.20|10,000원|청소년중|국내|소설
청소년들이 창작한 작품이 실리는 청소년 문예지 「논」에 발표하였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엮은 창작소설 작품집이다. 청소년들의 글이라고 얕잡아봐선 큰일 난
다. 감각적인 문체와 소재, 청소년 특유의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기
성세대의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다. 문제의 해결을 쉽게 자살이나 살인으로
결말짓거나 복잡한 구조로 개연성을 찾기 힘든 부분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있으나 오히려 그것까지 신선하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어른들의 말을 비웃는 듯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 눈에 뜨인
다. 숟가락으로 가슴을 떠먹는 장면을 묘사한 ‘마음먹기’란 작품은 마음을 다 먹
었는데 이제 어쩌란 말이냐고 너덜너덜해진 가슴으로 하소연한다. 작품들을 하
나하나 읽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작품을 완성시킨 멋지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별종들에
게 박수를 보낸다.
예 주 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손톱이 자라날 때
방미진 지음|문학동네|219쪽|2010.3.30|9,500원|청소년상|국내|소설
인간은 부모로부터의 육체적 탄생과 사회로부터의 정신적 탄생, 즉 두 번 태어나
야 비로소 ‘인간(人間)’이 된다. 사회적 재탄생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거울에 비
친 괴물처럼 거대한 나를 발견할 뿐이다. 자기가 만든 세계의 편견에 사로잡혀 자
기가 보는 것만이 진실이라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거침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충격에 의해 편견이 소멸되는 순간 그들은
정체성을 찾고 사회적인 재탄생을 한다. 『손톱이 자라날 때』는 편견으로 가득 찬
사춘기 시기의 미성숙한 심리를 섬뜩하게 담은 다섯 편의 이야기다. 편견을 벗고
청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작품의 배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표제이기도 한
「손톱이 자라날 때」는 강하게 보이려고 기른 손톱이 친구를 괴롭히는 무기가 되
나, 반면 심장은 손톱만해진다는 편견의 불균형을 괴물로 극대화해 보여준다. 마
지막 「고누다」는 거울 속 거대한 편견을 향하여 총을 겨누는 편견의 소멸을 보여
준다. 이로써 미성숙했던 청소년은 편견을 벗고 성숙한 청년이 된다.
정 윤 지 예 고양 가좌고 사서
약탈이 시작됐다
최인석 지음|창비|256쪽|2010.03.12|9,000원|청소년상|국내|소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인간 만들기를 진정한 성장으로 규정해 온 작품들과는 사
뭇 다르다. 어쩌면 금기 안에 안주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불편함, 아니 거부감을
일으킬 것이다. 혼돈과 혼란으로 가득 찬 청소년기에 윤리와 도덕은 또 다른 거
짓과 위선일 뿐이다. 작품은 친구 어머니와의 사랑과 담임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을 두 축으로 그런 사랑이 현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세상이 만들어낸
거짓과 위선임을 폭로한다. 또한 작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며 선과 악이 혼재된
‘약탈’이라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여 꾸준히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종
각역 일대에서 ‘밤’에만 일어나는 약탈 사건. 가해자도 피해자도 원인도 이유도
정확하지 않은 대혼란의 약탈 지대. 주인공 성준이 약탈 지대로 향하는 소설의
결말은 아직도 답을 찾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상징적이다. 중견 작가 최인석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선과 악의 도덕적 선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문제인
‘사랑과 금기’에 관하여 풀어낸 이 작품이 반가울 따름이다.
예 주 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이옥수 지음|비룡소|292쪽|2010.03.12|9,500원|청소년상|국내|소설
이제 오래된 과거가 되어버린 서울올림픽을 기억하는가? 대한민국은 스포츠 공
화국이 되어 수많은 사회 문제들을 프로야구와 서울 올림픽의 열기 속에 매몰시
켰다. 눈부신 빛이 있다면 그만큼 깊은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3월 25일 안양 그린힐섬유 봉제공장 화재사건으로 기숙사에서 잠
자던 스물 두 명의 어린 소녀가 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순지, 은영, 정애는
평범하고 꿈 많은 열일곱 소녀들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서울에서 공장에 다닌다.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작고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살
아가던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작가는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의식을 버리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아프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의 고통과 방황을 보여준다. 희망은 꺾일 수도 훼손될 수
도 없는 가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다. 학교 밖의 아이들과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류 대 성 성남 수내고 국어교사
전생에 못다한 인연, 방울되어 이으려네
서명희 풀어씀|이수진 그림|나라말|159쪽|2010.03.15|청소년하|국내|옛소설오늘에 살아도 여전히 낯가림 없이 다가오는 동화적 이미지가 짙은 옛이야기들
이 있다. 그 중 ‘국어시간에 고전읽기’의 18번째 “금방울전”은 탄탄한 이야기 구
조와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빠른 전개로 둥둥둥 가슴을 숨차게 했다. ‘금방울전’
은 요괴로 인해 전생에 안타깝게 끊어진 부부의 연을 끝내 이어가는 이야기다.
이 부부는 해룡과 금방울으로 각각 태어난다. 고난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여인으
로 변신한 금방울과 해룡으로 태어나 숱한 고생과 시련을 금방울의 도움으로 이
겨낸 용자의 못다 한 인연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기한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고전의 맛깔나는 재미를 흠뻑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원본에 충실한 금방울전은 전생에 못다 한 인연을 방울이 되어서라도
이르려는 애절함이 녹아 있다. 그래서, 불가능함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곧
희망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책장을 닫으며 애릿한 희열과 함께 신비한 고전의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허 정 희 수원 정자초 사서
종을 훔치다
이시백 지음|검둥소|284쪽|2010.03.29|10,000원|청소년상|국내|소설
대한민국 사립학교의 현실은 군대보다 열악하다. 사립학교법이 왜 국가보안법
보다 개정하기 힘든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운영비의 98%
가 국가 보조와 등록금으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친인척이 학교를 지배하는 몰상
식한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스무 해 남짓 아이들을 가르쳤
던 경험이 녹아 있는 이시백의 소설은 사립학교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교육계 전체로 비화되고 있는 비리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
하게 한다. 편향된 시각을 벗어나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작가는 영웅적 교사
대신 고뇌하는 박 선생과 현실적인 변 선생을 통해 학교 교육과 아이들의 문제를
심층적이고 포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지금 우리들의 학교는 이 소설의 첫 문장
‘그려, 완전히 종치고 만 거여’라는 말을 부정할 수 있을까? 고통스럽게 읽히는
이 책은 학생과 교사보다 학부모가 먼저 읽어야 한다. 과연 학교는, 학생들의 미
래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류 대 성 성남 수내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