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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6 22:20 조회 6,700회 댓글 0건본문
가족입니까
김해원 외 지음|바람의아이들|224쪽|2010.10.15|9,000원|중학생|한국|소설
네 명의 작가, 네 명의 주인공, 네 편의 이야기. 핸드폰과 가족을 연결한 옴니버스 책이다. 엄마의 등쌀에 안으로 삼킨 말이 너무 많은 신인 연기자 공예린,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의 문자를 무시하는 노처녀 안지나, 엄마가 핸드폰을 변기에 던져버려 집을 나간 쌍둥이 동생 김재형, 딸이 전화 한번 하지 않아 서운한 아빠 박동화. 우리도 평소 그렇겠지만 막상 핸드폰으로 가족과 말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가족 간 소통을 그리는 광고를 찍으라니! 잠깐 있다갈 모임이기에 도리어 애틋한 걸까. 서로 무슨 고민을 하는지 모르지만 이 역할 놀이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핏줄이 이어져야 가족인가, 누구하고라도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가족이 아닐까? 이제 겪은 느낌 그대로 제자리에 돌아간다. 자기 자신과 가족 내 역할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며. 우리도 재차 던질 물음이다. ‘나도, 가족입니까?’ 사람살이의 즐거움이 집 안에도 고스란히 지펴졌으면.
이 찬미 숙명여대 대학원 문헌정보학과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지음|느린걸음|560쪽|2010.10.16|18,000원|고등학생|한국|시
1984년 군부독재 시절 첫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시대의 상징이 되었던 박노해 시인.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에서나 친숙한 인물이었던 그가 12년 만에 육필로 새긴 5천여 편의 시 중 304편을 묶어 새 시집을 냈다. 인생의 귀감이 되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참어른이 드문 시대에, 한국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뚫고 나와 전 세계 가난과 분쟁 지역에서 평화활동을 펼쳐왔던 그의 시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깊고 넓은 눈을 열어줄 것이며, 시인이 농촌마을에서 보고 듣고 자랐던 우리 옛 어른들의 모습과 말씀들은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고향의 감수성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이 시집에는 「힘내라 문제아」, 「틀려야 맞춘다」, 「코리아의 소녀」 등 시인이 아이들에게 바치는 시들도 가득 담겨있다. 10대, 20대의 생생한 현실과 속내를 절절하게 전하며 시인은 성적 경쟁과 물신화 사회에서 매일 상처 받고 있는 젊은 영혼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네 삶을 포기하지 마라.”라는 간절한 사랑과 격려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윤 지영 나눔문화 연구원
소년, 열두살시
게마쓰 기요시 지음|소담출판사|272쪽|2010.10.25|10,000원|중학생|일본|소설
열두 살, 조금 어른스럽거나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애매한 나이. 이 시기를 어떻게 거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될지 정해지는 건 아닐까. 열두 살 소년들이 나오는 17편의 이야기는 모두 맑고 깨끗하다. 불안하고, 떨리고, 수줍은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다. 눈이 멀지도 모르는 동생을 업어 바다를 보여주고, 옆집 누나의 옛 남자친구인 아저씨한테 괜히 미안해한다. 한 둘은 전학 간 친구가 그립고 예전 같지 않아 서운하다. 낚시를 즐기는 왕따 친구를 위해 저수지에 가물치를 넣어주고, 저 여자애가 혹시 내게 초콜릿을 주지는 않을까 하루 종일 기다린다. 몇몇은 혼자가 되어버린 엄마를 보며 함께 외로워한다. 그 모습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소년들이 겪는 일들은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무언가 불합리하고 이상한 어른들의 세계다. 아니 어쩌면 결코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깨달음이다. 내용은 짧지만 여운이 길다. 무엇보다 순수하다. 읽는 이의 마음마저 맑게 헹궈버린다. 초등 높은 학년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손 글씨와 삽화가 책과 잘 어울린다.
이 찬미 숙명여대 대학원 문헌정보학과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이사카 코타로 지음|양윤옥 옮김|웅진지식하우스|292쪽|2010.10.28|12.000원|고등학생|일본|소설
어떤 책은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받는다. 이 책도 그렇다. 이사카 코타로, 그는 일본에서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에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수렴하는 소설가로, 그의 작품들은 독자와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는다. 일본 센다이시 프로야구팀의 열혈 팬을 부모로 둔 오쿠(王求)의 일생이 담긴 이 작품은 이야기의 대부분을 ‘야구’로 채우고 있다. 열세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기 때문에 독자는 퍼즐을 맞추듯 읽으면서 작품 속 복선을 해결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맥베드」와 「줄리어스 시저」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긴장감을 높여간다. 그림자 왕관을 쓴 오쿠가 공을 때리는 경쾌한 표지와는 대조적인, 오쿠의 외롭고 힘겨운 삶을 담은 이야기다. ‘왕이 원하고, 왕을 원한다’라는 뜻인 이름을 가졌으나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오쿠. 야구는 재미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타 없이 오롯이 혼자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김 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읽는다는 것 권용선 선생님의 책 읽기 이야기
권용선 지음|너머학교|132쪽|2010.11.09|10,000원|중학생|한국|문학
우리는 읽는다는 행위를 의식하지 못한 채 매순간 읽고 있다. 길가에 즐비한 간판부터 도저히 읽기 어려운 한 길 사람 속까지. 이 책은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독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행위라는 것을 말해준다. 잘 읽으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는 서두는 잘 끼워진 첫 단추와 같다. 왜냐하면 우리의 읽기는 애초에 듣기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화자는 ‘제강’이라는 전설상의 동물로 무엇을 어떻게 읽고 또 읽는다는 것의 유익에 대해서 말한다. 누구나 한마디 정도 거들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소재지만, 제강 특유의 설득화법으로 펼쳐지는 낭독, 통독, 묵독, 심독에 이르는 다양한 읽기와 거기에 꼭 맞는 문학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읽기라는 탐험선의 초대장을 손에 든 것 같다. 동서고금의 저자들을 동원해 독서의 유익을 말하는 제강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놀 시간조차 없는 우리 친구들이 제강의 말대로 “시간을 훔쳐내어” 책을 읽게 될 것만 같다. 책을 넘어 세상을 보는 방법으로서 읽기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송 미경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