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여자들의 평생 친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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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4 22:54 조회 6,797회 댓글 0건본문
나이 서른여덟. 덩치 크고 몸무게 좀 나가는 편. 거주지는 경기도 파주, 노는 동네는 신촌. 1972년
미국 보스턴 출생, 대수술 경험만 여덟 번. 전 세계 30여 개국 여행. 한국에는 1990년대 중반 입국.
2005년 한국 국적 취득. 출생의 비밀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에 얽힌 이야깃거리 많음.
병원 이용시 동반 가능. 한국 이름은 ‘우리 몸 우리 자신’. 미국 이름은 ‘Our Bodies, Ourselves’.
『우리 몸 우리 자신』은 1969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여성대회에서 비롯되었다. ‘여성과 몸’ 회
의에 참가한 열두 명의 여성들이 모두 병원에서 분노와 짜증을 느낀 적이 있음을 토로하면서 여성의
몸, 건강 토론 모임을 만들었고 이듬해 소책자를 펴낸 게 기원이다. 1972년에 그들은 ‘보스턴여성건
강서공동체(www.bwhbc.org)’라는 조직을 결성해 소책자를 ‘Our Bodies, Ourselves’란 제목으
로 재출간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8차 개정판이 나왔고,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고 차용되었다.
한국어판의 잉태 시점을 이야기하면 십 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중반 미국에서 의료인
류학과 여성학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시간 강사 일을 하던 김은실 선생이 이 책을 소개하며, 관심 있
는 여성 단체, 의료인과 접촉해 번역 위원회를 꾸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차례를 설핏 훑어보기
만 해도 이 책이 단순한 건강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몸에 대한 생각’, ‘먹을
거리’, ‘술·담배·약물’, ‘운동’, ‘통합 치유’, ‘정서 건강’, ‘환경과 직업’, ‘폭력’, ‘이성애’, ‘동성애’,
‘성생활’, ‘몸에 대한 이해’, ‘피임’, ‘성병’, ‘에이즈’, ‘계획하지 않은 임신’, ‘인공유산’ 등등.
우선 저작권자인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에 또하나의문화를 소개하는 글과 한국어판 출간 의사를
밝히는 편지를 보냈다. 보스턴에서는 환영의 말과 번역과 편집의 원칙을 세세하게 담은 문서로 답했
다. 책도 단체로 주문해 여성과 몸에 관심 있는 동인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이 책을 공부하기도 했다.
책을 받고 나서 제작비를 계산해 보니 당시 형편으로 감당할 수준을 크게 넘었다. 저작권자
에게는 재정 형편상 출간을 보류한다는 답신을 보내고 몇 년을 거의 잊고 지냈다. 어느 날 전 한
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일본에서 『우리 몸 우리 자신』 일본어판을 발
견하고는 이런 책이 한국에서도 나왔으면 좋겠어서 보스턴에 문의했더니, 또하나의문화와 상
의해 보라는 답신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원 번역자를 모아 볼 테니 출간을 검토해 달라고 했
고, 나는 그동안의 출판 경험을 살려 사전 예약을 받거나 하면 못할 일도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20여 명의 자원 번역 활동가가 1년여 동안 장을 맡아 번역한 것을, 10여 명의 자원 편집 활동가들
이 1년여 동안 두 주에 한 번씩 모여 글을 고치고 한국판 추가 자료를 모으며 이 책의 취지에 동감
하는 의료 전문가의 원고 모니터링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문장력이 좋은 전문 번
역가의 교열을 다시 거쳤다. 한편으로 영어권 자료나 정보처 대신 한국인에게 필요한 한글 자료
와 단체를 소개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다. 본문 작업을 맡길 여력이 없었던 터에 프리랜
서 디자이너가 Mac으로 잡은 본문 디자인 시안을 토대로 PC 한글 프로그램으로 A4에 가까운 판
형에 본문 700여 쪽을 앉히고 교정을 봐야 했다. 출산 준비를 위해 조산원을 다니던 동인을 쫓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조산사에게 원고를 읽히기도 하는 등 이 책을 만들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
고 이 책을 만들지 않았으면 읽지 않았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도 가졌다.
이 책을 2005년 이화여대에서 열린 세계여성학대회 기간에 맞추어 출간하고 대회장에 홍보
부스를 차렸는데 외국 페미니스트 가운데 이 책을 알아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책을 만들면서 사
전 예약자가 예상에 미치지 못해 걱정이 되었으나 공을 들여 만든 책이니 홍보만 열심히 하면 잘
봐 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간호학계를 비롯한 여성 의료계, 의료 단체, 보건 교사 모임 등에 이
책의 홍보 메일을 보내고, 여성 건강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며 홍보 부스를 차렸다. 자원 번역 활동
가가 한 대학에서 강좌를 개설하기도 하고, 지역 도서관과 공동으로 이 책을 읽는 여성 건강 강좌
도 기획했다. 그러나 신청자가 적어 폐강되고 말았다. 웹2.0 시대에 ‘○○인’에게 물어보면 될 일
을 구태여 책에서 얻으려고 하지 않는 세태가 반영된 것일까? 책의 특성상 분권을 할 수 없도록 한
계약 기준을 맞추느라 백과사전 같은 무겁고 두꺼운 판형으로 출간한 것이 걸림돌인 걸까?
내 인생에서 뿌듯함과 어려움을 동시에 안겨다 준 ‘완소’ 친구 『우리 몸 우리 자신』. 친구가 한
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곁에서 공을 좀 많이 들였고 시간도 꽤 걸렸다. 지금 내 완소 친구는 이제나
저제나 새 친구들을 기다리다 까무룩 선잠이 든 상태.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갈 만반의 준비가 되
어 있으니 사귀고 싶은 분들은 연락하시라.
미국 보스턴 출생, 대수술 경험만 여덟 번. 전 세계 30여 개국 여행. 한국에는 1990년대 중반 입국.
2005년 한국 국적 취득. 출생의 비밀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에 얽힌 이야깃거리 많음.
병원 이용시 동반 가능. 한국 이름은 ‘우리 몸 우리 자신’. 미국 이름은 ‘Our Bodies, Ourselves’.
『우리 몸 우리 자신』은 1969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여성대회에서 비롯되었다. ‘여성과 몸’ 회
의에 참가한 열두 명의 여성들이 모두 병원에서 분노와 짜증을 느낀 적이 있음을 토로하면서 여성의
몸, 건강 토론 모임을 만들었고 이듬해 소책자를 펴낸 게 기원이다. 1972년에 그들은 ‘보스턴여성건
강서공동체(www.bwhbc.org)’라는 조직을 결성해 소책자를 ‘Our Bodies, Ourselves’란 제목으
로 재출간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8차 개정판이 나왔고,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고 차용되었다.
한국어판의 잉태 시점을 이야기하면 십 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중반 미국에서 의료인
류학과 여성학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시간 강사 일을 하던 김은실 선생이 이 책을 소개하며, 관심 있
는 여성 단체, 의료인과 접촉해 번역 위원회를 꾸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차례를 설핏 훑어보기
만 해도 이 책이 단순한 건강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몸에 대한 생각’, ‘먹을
거리’, ‘술·담배·약물’, ‘운동’, ‘통합 치유’, ‘정서 건강’, ‘환경과 직업’, ‘폭력’, ‘이성애’, ‘동성애’,
‘성생활’, ‘몸에 대한 이해’, ‘피임’, ‘성병’, ‘에이즈’, ‘계획하지 않은 임신’, ‘인공유산’ 등등.
우선 저작권자인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에 또하나의문화를 소개하는 글과 한국어판 출간 의사를
밝히는 편지를 보냈다. 보스턴에서는 환영의 말과 번역과 편집의 원칙을 세세하게 담은 문서로 답했
다. 책도 단체로 주문해 여성과 몸에 관심 있는 동인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이 책을 공부하기도 했다.
책을 받고 나서 제작비를 계산해 보니 당시 형편으로 감당할 수준을 크게 넘었다. 저작권자
에게는 재정 형편상 출간을 보류한다는 답신을 보내고 몇 년을 거의 잊고 지냈다. 어느 날 전 한
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일본에서 『우리 몸 우리 자신』 일본어판을 발
견하고는 이런 책이 한국에서도 나왔으면 좋겠어서 보스턴에 문의했더니, 또하나의문화와 상
의해 보라는 답신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원 번역자를 모아 볼 테니 출간을 검토해 달라고 했
고, 나는 그동안의 출판 경험을 살려 사전 예약을 받거나 하면 못할 일도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20여 명의 자원 번역 활동가가 1년여 동안 장을 맡아 번역한 것을, 10여 명의 자원 편집 활동가들
이 1년여 동안 두 주에 한 번씩 모여 글을 고치고 한국판 추가 자료를 모으며 이 책의 취지에 동감
하는 의료 전문가의 원고 모니터링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문장력이 좋은 전문 번
역가의 교열을 다시 거쳤다. 한편으로 영어권 자료나 정보처 대신 한국인에게 필요한 한글 자료
와 단체를 소개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다. 본문 작업을 맡길 여력이 없었던 터에 프리랜
서 디자이너가 Mac으로 잡은 본문 디자인 시안을 토대로 PC 한글 프로그램으로 A4에 가까운 판
형에 본문 700여 쪽을 앉히고 교정을 봐야 했다. 출산 준비를 위해 조산원을 다니던 동인을 쫓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조산사에게 원고를 읽히기도 하는 등 이 책을 만들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
고 이 책을 만들지 않았으면 읽지 않았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도 가졌다.
이 책을 2005년 이화여대에서 열린 세계여성학대회 기간에 맞추어 출간하고 대회장에 홍보
부스를 차렸는데 외국 페미니스트 가운데 이 책을 알아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책을 만들면서 사
전 예약자가 예상에 미치지 못해 걱정이 되었으나 공을 들여 만든 책이니 홍보만 열심히 하면 잘
봐 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간호학계를 비롯한 여성 의료계, 의료 단체, 보건 교사 모임 등에 이
책의 홍보 메일을 보내고, 여성 건강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며 홍보 부스를 차렸다. 자원 번역 활동
가가 한 대학에서 강좌를 개설하기도 하고, 지역 도서관과 공동으로 이 책을 읽는 여성 건강 강좌
도 기획했다. 그러나 신청자가 적어 폐강되고 말았다. 웹2.0 시대에 ‘○○인’에게 물어보면 될 일
을 구태여 책에서 얻으려고 하지 않는 세태가 반영된 것일까? 책의 특성상 분권을 할 수 없도록 한
계약 기준을 맞추느라 백과사전 같은 무겁고 두꺼운 판형으로 출간한 것이 걸림돌인 걸까?
내 인생에서 뿌듯함과 어려움을 동시에 안겨다 준 ‘완소’ 친구 『우리 몸 우리 자신』. 친구가 한
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곁에서 공을 좀 많이 들였고 시간도 꽤 걸렸다. 지금 내 완소 친구는 이제나
저제나 새 친구들을 기다리다 까무룩 선잠이 든 상태.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갈 만반의 준비가 되
어 있으니 사귀고 싶은 분들은 연락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