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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사진은 어떻게 심리학을 만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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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23:08 조회 8,5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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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생살이를 반영한다. 삶을 완벽하게 재현하진 못해도 사진엔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사진은, 적어도 개인적인 스냅사진에선 기쁨과 즐거움이 슬픔과 애처로움보다 우세하다. 실제와는 정반대다. 나는 사진에 얽힌 추억 같은 게 별로 없다. 남편은 연애시절 대관령 휴게소에서 찍은 추위에 잔뜩 움츠린 사진을 ‘좋아라!’ 했지만, 나는 사진 속 내 모습이 싫었다. 사진과 관련된 가까운 기억도 썩 유쾌하진 않다. 이년 전,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어떤 책에서 심령사진을 본 딸아이는 새파랗게 질렸다. 그 다음부터 “엄마, 그거 귀신 아니지? 내 말맞지?” 끝없이 되묻곤 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것에 강한 압박을 받은 듯싶었다. 심령사진의 허상을 이치에 맞게 설명해도 딸아이는 좀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심리학을 다룬 이 책 본문의 개념 설명은 좀 부족해 보인다. 앞표지 날개의 설명을 따르면 “‘사진 심리학’이란,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그 결과물을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그것을 사진 촬영에 응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말하자면, 사진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사진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경험에 사진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목한다. 각 장은 사진을 삶, 기억, 치유, 언론, 오늘 등과 짝지어 사진에 담긴 이미지와 의미를 읽어낸다. 질문 형식의 각 장 제목은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찰칵, 사진의 심리학』 읽기는 그런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졸업식장에서 찍은 사진은 일회용에 가깝다. 결혼사진 역시 신혼 때만 잠깐, 그것도 대개는 손님 접대용으로 몇 번 들춰볼뿐 이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결혼식 사진을 못 찍어 안달일까?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 결혼과 졸업은 인생의 전환점이다. 이를 기념하고자 우리는 의식을 치른다. 결혼식과 졸업식의 장면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식장에서 사진 찍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례적인 행사의 사진을 ‘성수(聖水)’ 혹은 ‘마스코트’로 여긴다. 중요한 순간의 기억을 불러내서다. 그런 이유로 사진에 무심한 사람조차 ‘의식’ 사진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사진은 때로 ‘행운의 부적’ 구실을 하고, 인물사진은 실제로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처럼 존재감을 부여한다. 먼저, 회사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아내의 사진이 갖는 의미는 양가적이다.

남편의 지친 일상을 위무하거니와 남편이 한눈을 팔수 없게 그의 마음을 붙잡는다. 가족사진은 가족 구성원의 결속을 나타낸것이어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할 경우 가족사진첩은 큰 위안이 된다. 심리치료에선 인물사진을 적극 활용하여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이는사진의 인물이 그 사람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일이다.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재현한 거라는 통념과 달리 조작된 가짜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진술의 초월적인 힘을 강조한다. “‘절대로 믿을 수 없는 것’들이 사진술에 의해 입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UFO(미확인비행물체)와 지하철 기관사석의 처녀귀신은 사진으로만 볼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그러면 내 딸아이를 시퍼렇게 질리게 만든 심령사진은 어찌 된 노릇인가? 심령사진사가 ‘작업’한 결과물임을 알고서 나는 이제야 한시름 던다. 사진술이 아직은 영혼세계까지 감당할 정도는 아니다. 초현실적인 피사체의 실존 여부는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는’ 이에게 달려있다. 역사적 사건의 현장사진은 종종 조작시비를 겪는다. ‘사진과 언론’은 역사적 명장면을 포착한 사진의 허위성을 따진다. ‘보도사진, 너마저?’ 안타깝지만, 그렇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은 추위에 약한 당시 필름의 성분과 모호한 태양의 위치를 들어 연출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2차 대전 막바지 미군 병사와 소련군 병사가 토가우 다리 위에서 악수하며 승전의 기쁨을 나누는 사진 또한 의문스럽다. 두 전투병의 깔끔한 차림새, 다분히 사진을 의식한 두 모델의 포즈, 현장에 자리한 사진작가 등은 조작사진의 정황증거다.

재난사고 소식은 신문독자, TV시청자, 인터넷이용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한 줄 뉴스라도 재난현장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이 덧붙여 있으면, 독자·시청자·인터넷사용자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진다. 저널리스트들이 이를 모르진 않겠지만, 재난보도 사진은 갈수록 끔찍해지는 추세다. 빈발하는 대재난에 비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제 재난 보도사진은 더이상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보도 사진가는 이런독자를 ‘배려’하여 최대한 불쾌하고 끔찍한 장면을 노출시키나 보다. 그런 사진은 “타인의 고난에 대해 관음증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하면서 ‘성금을 내라’는 메시지를 가진 것으로 애써 위장된다.”

감동적인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과 오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각 장 말미의 ‘How to Shoot’에 맞춰 사진을 손수찍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가 제시한 어떤 사례들은 다소 수긍하기 어렵다. 나로선 “왜 나이가 들면 사진이 점점 더 소중해질까?”가 그렇다. 저자는 일부 개별 사례에서 독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특별한’ 것은 개별적인 사례에서 나타난다.” 이 책은 사진 심리학 입문서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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