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이야기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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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6:55 조회 6,362회 댓글 0건본문
작년 아들의 여름방학 숙제 중 ‘문학기
행 탐방’이 있어 휴가계획을 하동으로 세웠었다. 남편의 고향인 산청에 숙소를 두고 휴가기간 중 하루를 떼어 섬진강과 평사리 일대를 탐방하는 계획을 세웠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 등산 아닌 등산을 하며 최 참판 댁과 평사리 문학관, 그리고 섬진강 길을 달리면서 돌아본 ‘문학기행’ 코스보다 남편과 시어머니에게는 4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의 구석구석을 추억하는 것이 더욱 즐거워 보였다. 우리 국토 어느 길에 서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길 위의 인문학』은 이런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자취를 12명 작가들의 글을 통해 더듬어 가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3월 13일부터 11월 27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보문고,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캠페인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주제의 인문학 탐방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어렵게만 여겨지는 인문학을 대중들과 함께 느끼고 호흡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인문학자들과 문인들이 우리나라의 곳곳에 깃들어 있는 인문학의 자취를 따라 여행을 하며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만날 수 있다. 또 인문학이 어려운 학문으로서만이 아닌 우리 자신의 삶 속에도 면면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소개들이 책의 앞, 뒤 어디에도 없다. 따로 기사를 찾아보지 않고서는 이 책이 어떤 취지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독자들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편집부의 친절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조선시대의 인문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살던 사회를 조명해 보고 있다. 도산서원에서 만난 퇴계의 흔적을 통해 평생을 성찰하며 자신을 완성해갔던 조선 성리학자들의 마음공부 방법을 배우고, 지리산의 곳곳에 남겨진 남명 조식의 자취를 따라 가면서 인간이 가야할 진정한 길道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추사의 글씨 속에 담긴 비움의 철학과 강진의 다산 초당에서 만난 다산의 학문과 제자들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김이재와의 교류를 통해 조선을 살아간 학자들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마주할 수 있고, 또 강릉에 남겨진 허균, 허난설헌 남매 흔적 속에 시대를 앞서 살아갔던 이들의 개척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1부에서는 여느 인문학 서적과의 뚜렷한 구분을 크게 느낄 수 없다. 이 땅에 살았던 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잘 정리해서 소개해 놓은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해서 이 책의 제목이 주는 기대치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묘미는 2부에서 발휘되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부제로 엮인 글들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무대이자 우리 민족의 역사적 현장들을 찾아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역사의 현장 위에 새겨진 소소한 사람들의 크고 작은 삶의 흔적들, 역사책에는 남겨지지 않았지만 잊기에는 너무 아쉬운 이야기들을 작가는 작가의 시선과 글로, 건축가는 건축가의 시선과 글로, 역사학자는 역사학자답게,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가 아는 만큼 하나하나 펼쳐내서 들려주고 있다. 역사와, 풍수, 문화재 속에 담긴 시대의 흔적까지 그야말로 인문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산과 강과 성곽과 집들 속에 있다는 것을, 우리들과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역사이고, 문학이고, 철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인문학이 학자들의 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해준다.
서로 다투듯이 솟아있는 빌딩들 아래 역사의 흔적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무심코 지나치는 산과 강들이 무수한 삶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서 있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인문학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바쁘게 쫓겨 다니는 시간들 중 한 자락을 내어서 옛사람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행 탐방’이 있어 휴가계획을 하동으로 세웠었다. 남편의 고향인 산청에 숙소를 두고 휴가기간 중 하루를 떼어 섬진강과 평사리 일대를 탐방하는 계획을 세웠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 등산 아닌 등산을 하며 최 참판 댁과 평사리 문학관, 그리고 섬진강 길을 달리면서 돌아본 ‘문학기행’ 코스보다 남편과 시어머니에게는 4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의 구석구석을 추억하는 것이 더욱 즐거워 보였다. 우리 국토 어느 길에 서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길 위의 인문학』은 이런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자취를 12명 작가들의 글을 통해 더듬어 가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3월 13일부터 11월 27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보문고,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캠페인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주제의 인문학 탐방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어렵게만 여겨지는 인문학을 대중들과 함께 느끼고 호흡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인문학자들과 문인들이 우리나라의 곳곳에 깃들어 있는 인문학의 자취를 따라 여행을 하며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만날 수 있다. 또 인문학이 어려운 학문으로서만이 아닌 우리 자신의 삶 속에도 면면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소개들이 책의 앞, 뒤 어디에도 없다. 따로 기사를 찾아보지 않고서는 이 책이 어떤 취지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독자들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편집부의 친절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조선시대의 인문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살던 사회를 조명해 보고 있다. 도산서원에서 만난 퇴계의 흔적을 통해 평생을 성찰하며 자신을 완성해갔던 조선 성리학자들의 마음공부 방법을 배우고, 지리산의 곳곳에 남겨진 남명 조식의 자취를 따라 가면서 인간이 가야할 진정한 길道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추사의 글씨 속에 담긴 비움의 철학과 강진의 다산 초당에서 만난 다산의 학문과 제자들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김이재와의 교류를 통해 조선을 살아간 학자들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마주할 수 있고, 또 강릉에 남겨진 허균, 허난설헌 남매 흔적 속에 시대를 앞서 살아갔던 이들의 개척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1부에서는 여느 인문학 서적과의 뚜렷한 구분을 크게 느낄 수 없다. 이 땅에 살았던 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잘 정리해서 소개해 놓은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해서 이 책의 제목이 주는 기대치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묘미는 2부에서 발휘되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부제로 엮인 글들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무대이자 우리 민족의 역사적 현장들을 찾아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역사의 현장 위에 새겨진 소소한 사람들의 크고 작은 삶의 흔적들, 역사책에는 남겨지지 않았지만 잊기에는 너무 아쉬운 이야기들을 작가는 작가의 시선과 글로, 건축가는 건축가의 시선과 글로, 역사학자는 역사학자답게,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가 아는 만큼 하나하나 펼쳐내서 들려주고 있다. 역사와, 풍수, 문화재 속에 담긴 시대의 흔적까지 그야말로 인문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산과 강과 성곽과 집들 속에 있다는 것을, 우리들과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역사이고, 문학이고, 철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인문학이 학자들의 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해준다.
서로 다투듯이 솟아있는 빌딩들 아래 역사의 흔적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무심코 지나치는 산과 강들이 무수한 삶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서 있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인문학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바쁘게 쫓겨 다니는 시간들 중 한 자락을 내어서 옛사람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