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자연을 이토록 세세히 그려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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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1 10:57 조회 6,732회 댓글 0건본문
『숲 속의 사냥꾼들』
성기수 글·사진|일공육사|200쪽
2011.11.28|15,000원|중학생|한국
생태
『동네 숲은 깊다』
강우근 글·그림|철수와영희|191쪽
2011.11.25|13,000원|중학생|한국
생태
『숲 속의 사냥꾼들』과 『동네 숲은 깊다』의 저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은 고분자물리학을 전공하고 곤충의 생활상을 주로 연구하는 과학자이고, 또 한 사람은 아이들과 생태놀이를 하며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이인데, 두 사람 다 지독하고 끈질긴 생태관찰의 대가라는 점이다. 이들은 따가운 땡볕 아래 곤충이 사는 작은 구멍에 눈을 박고 몇 시간이고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고, 동네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풀을 하나하나 캐내어 플라스틱 통에다 꽃밭을 만들며 뿌듯해 한다. 이들이 집요하게 그리고 무한한 즐거움으로 관찰하는 작은 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숲 속의 사냥꾼들』은 사냥을 하는 11가지 종류의 곤충과 거미에 대한 이야기다. 육식곤충에 대한 이 애정 어린 관찰기는 섬세한 표현력이 드러나는 문장의 힘과, 온갖 악조건을 무릅쓰고 알게 된 진정성으로 곤충을 그저 성가신 벌레 정도로 취급했던 사람들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흡인력을 가진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맑은 개울의 잠수부 물벌’은 일본가시날도래 애벌레를 찾아 차가운 물속에서 사냥을 하는 잠수부 벌로, 저자가 그 생활사를 밝혀낸 이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적 있다. 저자는 맑은 개울의 자그만 돌맹이에 띠관을 만든 채 몸을 붙이고 봄을 기다리는 물벌의 생태뿐 아니라 우리가 물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희망까지 전한다. 저자는 또 다른 사마귀에 비해 덩치가 아주 작은 ‘영악한 사냥꾼 애기사마귀’가 다른 덩치 큰 사냥꾼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며 생존하는지, 우리나라에만 서식이 확인된 환경부 보호종 ‘멋조롱박딱정벌레’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흥미진진한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서해안 사구에서 살며 해안가에 득실거리는 파리의 수를 조절해 해안가를 깨끗하게 하는 ‘황금빛 폭격기 왜코벌’이나 나비목 애벌레를 사냥해 땅을 파고 묻는 ‘까탈스런 사냥꾼 나나니’, 거미줄을 치지 않고 철퇴처럼 생긴 끈적이는 방울을 휘휘 돌리며 사냥하는 ‘여섯뿔가시거미’ 이야기 또한 자연에 대한 놀라운 경이를 독자에게 선물한다.
곤충 한 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3~4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니 저자처럼 생태를 직접 밝혀내는 일을 하는 연구자는 매우 적다고 한다. 하지만 4대강 개발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멸종해가는 생명체를 보호해야 할 일이 생길 때 생태를 보호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 어릴 적부터 40여 년 동안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생태 관찰을 해온 저자는 사냥을 하는 곤충이 다른 생명체의 수를 조절해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해 길을 알려주는 소중한 안내서라고도 할 수 있다.
『동네 숲은 깊다』 또한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멀어진 현대인에게 가까이 있는 나무와 풀, 벌레를 관찰하면서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자고 권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연과 함께 노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먼 산이나 먼 들판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자연 속에서 ‘노는 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무엇이나 놀잇감으로 만들 수 있고 어디서나 놀잇감을 찾을 수 있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저자는 아파트만 빼곡한 동네에도 자연이 있고 그 자연 속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이는 집 안팎과 매일 오가는 길가, 버려진 귀퉁이 땅, 심지어는 하수구 같이 더러워진 개울이며 아파트 경비실 지붕, 도시의 화단, 아파트 뒤꼍의 작은 숲, 그리고 꽉 짜인 도시의 작은 틈새인 텃밭에서 자연을 만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렇게 만난 경탄스러운 자연을 바로 곁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소망이 어여쁜 그림과 함께 책 구석구석에 드러나 있음을 알게 된다.
산골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나태주 시인은 ‘들꽃’을 두고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했다. 이 책은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며, 도시에서 길을 찾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을 사랑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이름난 공원이나 산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도 이렇게 많은 꽃과 나무, 풀, 벌레를 볼 수 있고 사시사철 언제 어디서나 자연과 생명을 만날 수 있음을 알고 새삼 경이로운 눈으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발아래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작은’ 자연에 대한 관찰기 『숲 속의 사냥꾼들』과 『동네 숲은 깊다』는 글과 사진, 그림으로 생명체의 경이를 전한다. 두 저자가 자연을 이토록 세세히 그려내는 이유는 거대한 생태계의 그물 속에서 그들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