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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1 10:35 조회 8,344회 댓글 0건본문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한겨레출판|325쪽|2011.12.23|11,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민들레 홀씨들이 날아간다. 홀씨 하나는 1927년 두성골에서 엄마가 두부를 만들다가 낳았다고 해서 ‘두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할머니 같다. 쌍둥이 홀씨는 아버지도 모른 채 태어났지만 꽃처럼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은 두자 딸 수선과 봉선을, 작고 여린 홀씨 하나는 수선의 딸 은하를 생각나게 한다. 이들 여인 3대를 주인공으로, 근대 이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기초로 해 ‘엄마의 오만가지’ 일상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그건 마치, 수화 김환기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닮았다. 수화가 뉴욕에서 서울을 그리워하며 10만 개의 점을 찍어 완성했듯이, 작가는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손녀딸의 일생을 관찰하고 사회와 관련된 접점을 찾아내면서 ‘엄마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이야기는 탄탄한 문장 속에 담겨 더욱 빛나고, 무심한 듯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사는 새삼 가슴 아프다. 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로,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별 다섯 인생
물만두 홍윤 지음|바다출판사|358쪽|2011.12.13|12,000원|중·고등학생|한국|에세이
알라딘 서재 ‘만두의 추리책방’을 운영하던 전설의 서평 블로거인 ‘물만두’를 아시는가. 그녀는 지금 세상에 없다. 10년 동안 1,838편의 서평을 쓰고 2010년 12월에 세상을 떠난 물만두 홍윤이 블로그에 올린 비공개 일기를 엮었다. 만두는 스물다섯에 진행성 근육병이라는 병명을 알았다. 고통 때문에 하루에도 열다섯 번은 몸을 뒤집어 줘야 하는 만두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세상과 소통한다. 하필이면… 후회와 좌절은 할 시간도 없다. 만두의 병이 일상생활일 뿐이라고 여기는 가족들. 자신은 ‘붙박이, 집순이, 백조’라 별로 할 얘기가 없다지만 자기 색깔이 분명한 동생들 만순이, 만돌이와 엄마, 아빠 다섯 식구가 만들어 내는 소소한 일상은 특별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꿀벌같이 남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커녕, ‘개미같이 무해무득한 사람’에서 ‘거미같이 손해만 끼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하는 위로의 말들과는 사뭇 다르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불량청춘 목록
박상률 지음|자음과모음|240쪽|2012.01.05|10,000원|중·고등학생|한국|소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불량한 청춘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버섯즙 패거리의 ‘짱’인 형근이가 불량청춘의 대표다. 형근은 폭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려 하지만 늘 진식이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진식이는 공부도 잘 하고 선생님들에게도 잘 알려진 모범생이다. 하지만 진식이는 주먹계의 전설로 알려진 ‘불곰’의 아들이다. 진식이는 자신에게 숨겨진 ‘불온함’을 지속적으로 손을 씻는 행위로 없애려 한다. 형근 일패와 진식이가 만들어가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외부적으로 선과 악의 대결 양상처럼 보이나 내부적으로는 진식이 역시 자신의 ‘불온함’과 내면 갈등을 겪는다. 청소년 시절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결국 성장통을 이겨내고 성인의 문턱으로 올라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내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덧붙여 발문을 읽어보면 이 소설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상처
힐데 하이루프 지음|손화수 옮김|문학수첩|207쪽|2011.12.16|11,000원|중·고등학생|노르웨이|소설
열네 살 소년 요나스는 여덟 살 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살인죄로 감옥에 가버린 어머니를 6년째 기다렸다. 감당하기엔 너무 큰 시련에 요나스는 어머니 앞에선 모범생의 모습으로, 학교에선 유머 넘치는 아이로 보이려고 거짓말이란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가면을 쓴 모습을 자신의 얼굴인 양 믿게 되면서 집, 학교, 교외에서 점차 억지스러워진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면을 갖고 있다. 부모님 앞, 친구들 곁, 나를 모르는 사람을 마주칠 때 등으로 수시로 바꿔 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기본적인 ‘나는 누구인가’, 즉 자아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쓰면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하며 눈여겨봐야 할 다른 점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한 반에서 불성실한 수업태도, 학교 내 흡연, 왕따, 폭력이 일어났음에도 담임의 일관된 반응과 책임을 미루는 교장의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태국에서는 학교의 수업교재로 채택되었다는 『상처』. 그 흔적을 사라지게 하긴 어려울지라도 어서 아물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아름 인천 청학중 사서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지음|장은선 옮김|뜨인돌|192쪽|2012.01.17|10,000원|중학생|일본|소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의지가 작동하지 않고, 어이없게도 자꾸만 유치하고 창피한 일들을 하고 있을 때 나오는 탄식 ‘어쩌다 내가~’ 이 책은 제목이 딱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호기심으로 잡은 책이 끝까지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생각거리를 놓게 하지 않는 매력이 있다. 사춘기라는 말로 오묘하리만큼 복잡한 심리를 뭉뚱그리지 않고, 섬세하게 펼쳐 놓고 보여 주고 생각하게 만든다. 중학생이라면 손뼉을 치며 던져진 생각거리를 맞받아칠 수 있고, 이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은 스멀스멀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나리라. 이 책을 읽는 중학생들은 반성해야 할 상황을 만들어 가는 자신들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중학생 사회를 만든 어른들 역시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을 이해하고 반성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한 사춘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열여덟 너의 존재감
박수현 지음|르네상스|216쪽|2011.11.28|11,000원|중학생|한국|소설
우리는 살면서 존재감이 없다고 느낄 때 좌절한다.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 같고, 아무도 나를 몰라주는 것 같을 때 미치도록 우울하다. 십대도 마찬가지다. 애들은 많지, 특징도 없지, 선생님 눈엔 다 똑같아 보이니 으레 체념한다. 급기야 이런 생각은 내 정체성이 되고 만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굴지만 외롭다. 누가 나 좀 알아주면 좋겠다. 여기 나락羅樂 고등학교가 있다. 나락奈落 같은 현실을 시크한 척, 밝은 척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상한 선생님이 나타난다. 왠지 괜찮은 사람 같지만 쉽게 맘을 열 수 없다. 처음엔 잘하려고 애쓰겠지만 이내 다른 선생님들처럼 본색을 드러낼지 모르니까. 그런데 이 선생님, 마음 일기를 써 보잔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데 내 마음이 어땠는지를. 이 책의 차례는 아이들의 마음이다. 별 생각 없이 썼는데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선생님의 “그랬구나.” 한 마디에 잔뜩 움츠렸던 마음이 움직인다. 선생님이 좀 이상적이긴 하다. 그래도 각자 상처를 짊어진 3명의 여고생이 변화되는 모습에 눈가가 젖어든다. 이찬미 인천 부흥고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