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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노먼 록웰, 캔버스와 카메라를 동시에 연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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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1 11:04 조회 10,0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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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록웰,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론 쉬크 지음|공지은 옮김|반이정 감수
인간희극|224쪽|2011.12.30|46,000원
고등학생|미국|화집, 사진집

조각가인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에서 자라다가 스무 살이 되어서야 미국으로 오게 된 존 록웰은, 자신의 이름에서 성을 들은 사람들이 그와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물어왔을 때 아마도 꽤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돌아가실 때까지 몇 번 만나지 못했다 해도 가족인 자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그들의 친가족처럼 말하며 애정을 과시했으니 말이다. 최근에 나온 김혜리 기자의 『그림과 그림자』나 손철주, 이주은 씨의 『다, 그림이다』 등을 포함해서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을 자신의 애장컬렉션으로 노출시키거나 소개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07년에는 30년 전 클레이튼 미술관에서 사라진 그의 작품 <러시아 교실>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사무실에서 발견되어 다시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처럼 가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의 작품에 특별한 호감을 표시하는 책들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그와 친숙해지고 있다.

그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지라는 대중적이고 보수적인 주간지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47년간 300여 점의 표지를 그리면서 미국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순수 미술 비평가들에게 오랫동안 외면 받아 왔던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1830년대 사진의 발명 이후로 시작된 회화와 사진의 공생관계는 대상을 실제처럼 재현하는 회화의 사실적인 재현에 의문을 던지며 차츰 경쟁관계로 변모한다. 노먼 록웰을 포함해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해석하는 직사주의자들에게 있어서 모델과 그들을 찍은 사진의 활용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창작의 단계에서 이 과정의 비중을 높이는 일은 작가 스스로 예술적 재능을 부인하고 빈약한 상상력을 자인하는 셈이다.

『노먼 록웰,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의 저자 론 쉬크는 디지털화한 박물관의 필름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창작과정에서 노먼 록웰이 보여준 사진의 창조적 연출력에 주목한다. 록웰의 작업과정을 구상과 사진, 그림작업으로 단순화 시켰을 때 ‘사진’은 자유 연상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첫 단추이면서 그림의 사실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1930년대 중반 이후로 그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위한 사진을 만드는 데 꽤 많은 공을 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그는 카메라를 통해 무엇을 담았으며, 어떻게 작품화했을까?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의 상상 속에서 캔버스로 옮겨진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실제 모델과의 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전문 모델에게서 얻지 못했던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아마추어인 그의 시민이웃들에게 발견한 그는 알링턴과 스탁브리지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가족과 아이들, 친구와 그들의 자녀는 물론이고 그의 전속 카메라맨들까지 모델로 세웠다. 모델 후보들은 복수였으며, 온전히 한 사람의 모델에게서 모든 것을 담아내지 않고 마치 퍼즐을 맞추듯 여러 이미지들을 조합해 냈다. 남의 이야기를 쉽게 전하는 15명의 인물을 격자무늬 형태의 구성으로 담아낸 <소문>(1948)과 옆 페이지에 나란히 실린 모델들의 표정에서 달라진 부분을 찾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특별한 재미다.

노먼 록웰은 매력적이고 섬세하며 창조적인 연출가다. 록웰은 자신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고 난 뒤, 모델들이 자신의 상상 속에 그려진 그림과 일치할 때까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시하고 연출했다. <어린 소녀의 하루>(1952), <눈에 멍이 든 소녀>(1953), 그리고 <거울 앞의 소녀>(1954) 등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작품 속 매력적인 모델, 메리 왈렌은 말한다.

“저는 뉴잉글랜드 지방 사람이라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그는 저를 웃게 만들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결국에는 저를 웃게 하려고 바닥에 엎드려 두 손으로 바닥을 내리치기까지 했어요.” 록웰은 모델이 정확한 발의 각도를 유지하고 모델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위해서 선반에서 꺼낸 책을 모델의 발밑에 고정시켰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는 실루엣을 명확히 주기 위해 하얀색이나 검은색의 접이식 캔버스를 펼쳐 놓고 찍었으며, 사진사가 촬영장소를 헌팅하듯,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사진을 담아와 그의 작품 속에 생생하게 재현시켰다.

뛰어난 연출가로서 노먼 록웰을 부각하는 일이 반드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1943년 전쟁 정보관리국이 포스터로 재발행한 4개의 자유 연작 시리즈나 <자유소녀>(1943), <미국의 방식>(1944)에서 보이는 전쟁은 냉전시대 미국이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연출한 착한 얼굴을 닮았다. 빈곤의 구김살이 느껴지지 않는 낙천적 가족주의와 이상적 애국주의는 인위적이라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록웰의 크리스마스 표지를 보며 행복해했던 이들에게 그는 말년에 룩(look) 매거진에 처음 선보인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문제>(1964)류의 도전적 주제들을 제시했다. 이 책은 사진집과 화집의 경계에서 캔버스와 카메라 앞에 섰던 노먼 록웰과 그의 배우들을 만나는 즐거운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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